[하나] 6. 자연 속, 나만의 시간

자연인으로

by 남해바다

빅뱅 이론이 말하듯, 나는 이곳에서 생각이 폭발한다. 고요 속에서 흩어진 잡념들은 다시 모여 내를 새롭게 만든다. 해가 움직는 속도, 나뭇잎이 흔들리는 리듬, 파도가 밀려오는 간격... 모든 것이 느려지고 감각도, 감정도, 생각도 깊어진다.


대자연 앞에 나는 아주 작고 무력한 존재임을 실감한다. 하지만 그건 위축이 아니라, ‘내가 모든 걸 통제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이다. 자연의 겸허함이, 나를 가볍게 만든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국 자연은, 감정을 정화시키고 사고의 패턴을 재구성하며, ‘어떻게 살아야 나다운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거대한 거울이다.



이곳은 낭유안(Nang Yuan Island).


꼬따오에서 배로 10분 남짓이면 도착하는, 세 개의 작은 섬이 하얀 백사장 하나로 연결된 특별한 지형을 가진 섬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양옆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왼편은 파란 바다, 오른편은 에메랄드빛 바다. 낭유안은 하루 제한된 수의 여행자만 받아들이는 ‘프라이빗 섬’이다.

나는 옷을 벗어 던지고, 햇빛 아래에서 알몸이 된다.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와 햇살 아래 반짝이는 수면의 감촉이 온몸을 감싼다. 세상의 상념은 모두 태평양으로 흩어지고, 나는 본능 그 자체인 '아담'이 된다.


이곳에 오기 전, 내 마음은 욕망과 기대, 사람과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모든 것이 서서히 비워진다. 바위 위에 누워, 머리 위로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며 나는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는 말을 실감한다. 나를 압박하던 ‘해야 할 일’들은 이 섬에서 무력해진다. 그 자리에 들어찬 건 이 순간의 평온, 그리고 바람이 가르쳐주는 느림의 감각이다.


“그릇이 비어 있어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 도교의 지혜


낭유안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섬’이 아니었다. 그곳은 자연 속에서 침묵을 배우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며, ‘비움’이 얼마나 고요하면서도 위대한 감정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우리가 외부 세계에서 찾고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 내면의 고요함이다.” — 에크하르트 톨레


여행이란 결국 이런 것이다. 낯선 자연 속에서 나를 잃기도, 발견하기도 하며, 삶의 본질과 마주하는 일.


낭유안에서 나는 ‘비움’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그 선물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방식에 작지만 강한 불씨가 되어 내 안에 살아 숨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