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지 않으니 꾸준해졌어요!

휴직 이야기

by 달빛한줌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마도 지금껏 가장 많이 들어온 속담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은 물론이고 성인이 된 지금도 종종 듣는다. 이 속담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어떤 것을 얻기를 바라지 말아라.' 라며 우리에게 잠시도 가만히 있지 말고 무엇인가 행동하라고 재촉한다.


나는 근육맨이 되고 싶었다. 울퉁불퉁 몸매를 소유한 분들이 멋져 보였다. 드러머도 되고 싶었고... 비보이도 되고 싶었다. 유튜버도 되고 싶었고... 이야기하자면 브런치 몇 페이지를 채울 정도로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이것들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지는 않았다. 헬스장을 기웃거렸고, 드럼 학원을 다녔으며, 댄스학원에서 몸도 흔들어 봤고, 프리미어와 애프터 이펙터를 배워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어봤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서 탄탄한 복근과 튼실한 허벅지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지방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데 말이다. 막춤 외에는 춤이라 말할 수 있는 종류의 몸짓을 할 수 없으며, 드럼의 감각과 동영상 편집 방법은 이미 잊은 지 오래다. 무언가를 시도해보기 전과 시도한 이후의 지금의 나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이것저것 쨉쨉이로 시도해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시작은 결코 반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일정한 수준에 오르기 위해 10단계를 충족해야 한다면 시작은 그저 첫 번째 하나의 단계일 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정글의 법칙에서 전복구이를 먹기 위해 김병만이 5시간 동안 불을 피우기 위해 사투하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겨우 불씨가 붙은 이후, 재빨리 건초를 공급해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활활 타오를 수 있었다. 만약 건초가 공급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공연히 체력만 소진되고 전복구이는 먹지 못하고 여전히 배를 쫄쫄 굶고 있을 것이다. 시작이 불씨라면, 건초와 산소 바람은 꾸준함이다. 겨우 의지를 발휘해서 무언가를 시작했다면 그것이 소멸되지 않고,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도록 우리는 꾸준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웬디 우드는 『해빗』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시작'보다 '지속'이, '탁월함'보다 '꾸준함'이 인간의 삶을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로 더 이상 나 자신을 위로하진 않는다. '그래도 시도는 해봤으니... 아무것도 안 해본 사람보다는 낫지' 이런 식으로 자기만족을 하지도 않는다. 꾸준함 없는 시작은 그저 수박 겉만 핥고 "나 수박 맛봤어, 맛이 별로던데" 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뻘갛게 익은 달콤한 수박 맛은 보지도 못한 체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상, 말이 쉽지 무언가를 꾸준하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꾸준할 수 있는 걸까?




야심 차게 1년의 휴직을 시작했다. 이 소중한 기간 동안 이것저것 해보며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글쓰기, 달리기, 독서하기, 영어 공부하기, 기타 연습하기, 감사일기 쓰기 등등. 약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개인적으로 나를 평가하자면 나름 잘해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 '나름'이라 표현한 이유가 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것들을 매일 하는 꾸준함은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꾸준함이라 하면, 습관이 먼저 떠오른다. 66일만 하면 습관으로 자리 잡힌다나 뭐라나, 어쨌든 습관이라 하면 왠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데 66일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돈도 벌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여행도 가야 하고, 놀기도 해야 하고, 기타 등등의 예상치 못한 일들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하루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매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좋은 자극제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지치게 만든다. 혹시나 하루 하지 못했다면 '난 역시 안 되는 사람인가 봐'라는 자괴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중간에 포기했던 것들이 지금껏 너무 많았다.

최근의 나는 매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조금은 벗어났다. 가능하면 아침 일찍 일어나려고 하나, 피곤하면 그냥 알람을 끄고 잠자는 것을 택한다. 매일 글을 쓰려고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무리해서 쓰지 않는다. 달리기도, 영어 공부도, 독서도, 기타 연습도 모두 마찬가지다. 억지로 시간을 쥐어짜서 매일 반드시 해야만 한다며 스스로를 압박과 긴장의 상태로 내몰지 않는다. 하루 못해도, 다음날 하면 그만이니까. 혹시 다음날도 못했다면, 그다음 날 하면 되니까.


꾸준하지 못한 행위를 두고 우리는 '작심삼일'이라 표현을 한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면 어떤가하는 생각을 한다. 삼일 열심히 하고 하루 쉬고, 또 삼일 열심히 하고, 하루 쉬고. 이런 식이면 한 달 동안 약 7일을 제외하고 우리는 무언가를 꾸준히 행한 것이 된다. 이 정도면 상당히 훌륭한 것이 아닐까? (물론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제 기준에서다.)




매일 해야 한다는 꾸준함에 대한 강박관념을 내려놓으니 꾸준해질 수 있었다. 하루 이틀 행동하지 않더라도 더 이상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비록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해보고자 했던 것들 중에서 아직 손 놓은 것은 없다. 미약하지만 꾸준히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나는 30일을, 300일을 매일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30년을 꾸준히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는다면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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