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되고 싶다.' 한 번쯤 이런 생각 다들 해봤을 것이다. 로또 당첨 확률은 약 815만 분의 1로 0.0000122773804%라고 한다. 소수점으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그야말로 천운이 따라야만 당첨이 가능한 수치다. 세상엔 로또만큼 당첨되기가 어려운 게 또 있다. 바로 결혼이다.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결혼이 로또만큼 어렵다고? 무슨 헛소리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에 논문에 실린 적이 있는 영국 워릭대학의 경제학 강사 피터 배커스의 '연애 방정식'을 소개한다.
프랑크 드레이크 박사는 인간과 교신이 가능한 외계인의 숫자를 계산하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만들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피터 배커스는 3년 동안 연애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그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활용해 런던에서 자신이 연애 상대를 만날 확률을 계산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내가 사는 지역의 인구수 계산
② 그중 이성(여성 혹은 남성) 비율 산정
③ 이성을 만날 확률
④ 이성의 나이가 나와 맞을 확률
⑤ 나와 비슷한 교육환경에 있을 확률
⑥ 서로 매력을 느낄 확률
⑦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살아있을 때 만날 확률
위의 순서로 계산한 결과, 그가 런던에서 연애 상대를 만날 확률은 약 28만 5천 분의 일. 0.00034%라고 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궤도의 과학 허세』에 수록된 예시를 인용해 보겠다.
① 내가 사는 지역의 인구수 계산 : 서울 인구 1천만 명
② 그중 이성 비율 산정 : 50퍼센트를 여성(약 500만 명)이라 가정
③ 이성을 만날 확률 : 출퇴근 방법, 개인의 사교성에 따라 이성을 만날 확률은 달라지겠지만 약 1퍼센트 가정 > 남성인 내가 평생 만날 수 있는 여성은 약 5만 명
④ 이성의 나이가 나와 맞을 확률 : 위아래 7살 차이까지 만난다는 전제 > 1세부터 100세까지 일정하게 인구 분포 가정 > 해당 연령대 여성 만날 확률은 15퍼센트 > 약 7,500명
⑤ 나와 비슷한 교육환경에 있을 확률 : 1퍼센트 확률 > 75명
⑥ 서로 매력을 느낄 확률 : 확률 5퍼센트 > 3.75 명
⑦ 살아있을 때 만날 확률 : 확률 10퍼센트 > 0.375명
1천만 명 이상 거주하는 서울에서 내가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는 이성의 수는 채 1명도 되지 않는 수치다. 확률로 따지면 0.00000375%이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어쩌면 연애가 어려운 게 당연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연애를 넘어, 결혼까지 골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한다. 부모님 허락, 정치/종교/신념의 유사성, 지역 갈등, 그리고 재력 등이다. 정말이지 한국에서 결혼할 확률은 로또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어렵다.
'결혼을 한 사람들은 높은 확률을 뚫어 낸 승자다.'라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결혼이란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희박한 확률을 뚫고,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한 소중한 사람이다.
우리는 로또 당첨자들이 당첨 이후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종종 기사를 통해 접하곤 한다. 어떤 이들은 한층 좋은 삶을 살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오히려 당첨 이전보다 못한 삶을 살기도 한다. 로또 당첨이라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불어난 자산을 계획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도박, 유흥 등으로 손쉽게 탕진했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도 로또 당첨과 다르지 않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극명히 달라진다. 마치 결혼이 최종 목적지였던 것처럼, 타인에게도 하지 못할 막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사랑과 전쟁'이나 '애로부부'에 등장하는 사례처럼 파국밖에 없다.
우리가 접했던 동화책 속의 결말은 항상 '서로 사랑한 왕자와 공주는, 평생을 함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며 클리셰 가득한 해피엔딩으로 끝맺는다. 하지만 해당 결말은 바뀌어야만 한다. '서로 사랑한 왕자와 공주는 함께 살았고,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말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성녀 테레사 수녀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집에 있는 가족들을 먼저 사랑해 주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큰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담아 작은 일들을 할 수는 있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자기 몸을 가다듬은 후 가정을 돌보고, 그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예로부터 전해온 동양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이다. 가정이 평안해야 나라가 평화로울 수 있다는, 테레사 수녀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하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데 이바지해, 세계평화에 일조하겠다'라고 말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럴 깜냥이 안된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다. 다만 세계평화는 제쳐두고라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사람과의 동행이, 행복이 아니라 최악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분명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행복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