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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Nov 06. 2022

에르00, 샤0, 구0 명품백보다 더 좋은 선물

한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의 '소확행'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었다.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의미한다. 여기 두 유형의 남편이 있다. 매일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하며, 말 한마디 존중과 배려심이 묻어나는 남편과 분기별, 혹은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마다 명품백을 사주는 남편. 어느 쪽이 더 부부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까?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은 연구들은 전자가 행복할 확률이 훨씬 크다고 이야기한다.(물론 둘 다 해내시는 남편이 최고겠지만요.)


쾌락의 쳇바퀴


심리학자 필립 브릭만(Philip Brickman) 연구팀은 미국 일리노이주에 사는 22명의 로또 당첨자들과 로또에 당첨된 적이 없는 22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비교했다. 과연 누가 더 행복할까? 로또 당첨자들이 공짜로 큰 목돈이 생겼으니 당연히 더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로또 당첨자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로또 당첨이라는 짜릿한 사건이 일상을 시시하게 만들어버려 일상의 소소한 활동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로또 당첨만큼 큰 자극이 있어야만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가 된 것이다. 


필립 브릭먼은 이러한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라 말한다. 어떤 경험으로 유발된 정서적 상태가 시간이 지나 결국 쳇바퀴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큰 행복감을 안겨주는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행복 수치가 크게 치솟지만 이내 그 행복감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돌아온 행복 수치는 평소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큰 쾌락을 한 번 경험한 이상, 어지간한 사건으로는 행복 수치를 끌어올릴 수 없다. 이전과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쾌락만이 행복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마약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한 번 마약을 경험하면 그 정도의 쾌락만이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큰 쾌락이 찾아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결국 자신의 행복 수치는 잔잔하게 가라앉은 상태로 유지될 뿐이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선 발생주기가 길고 큰 쾌락이 아니라, 행복 수치를 수시로 위로 치솟게 만드는 소소한 행동들이 필요한 이유다. 


나는 15분만 당신 커플을 지켜보면, 90%의 확률로 행복한 부부가 될지 알 수 있다 


부부관계에서 일상의 행복들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결혼 안정성 및 관계 분석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존 가트맨 박사의 실험을 소개한다. 그는 실제 커플들에게 특별히 제작된 아파트로 들어가 하루 동안 살게 한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한다. 실험을 토대로 가트맨 박사는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어떤 커플들이 결혼해서 4년 안에 이혼을 할지 예견할 수 있었는데, 그 정확도가 무려 93%에 달했다. 그는 40년간 3,600쌍의 부부들의 대화를 비디오로 찍어 상세히 분석하여, 어떤 부부라도 15분 정도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면 이혼할지, 안 할 지의 여부를 90%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이혼하는 커플들의 공통적인 패턴은 긍정적인 말 대비 부정적인 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를 가트맨 비율이라고 한다.


가트맨 비율 : 긍정적인 말/부정적인 말 = 1.25 이하인 경우 이혼할 가능성 ↑


위의 공식에 대입해 볼 때, 부부 사이에 긍정적인 말 5번을 할 때, 부정적인 말을 4번 이상 하는 경우, 가트맨 비율은 1.25 이하로 떨어지게 되고, 이혼 확률은 크게 증가한다. 즉 긍정적인 상호관계가 많아야 연인 및 부부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품백을 선물해 주거나 꿈에 그리던 집을 마련하거나, 혹은 환상적인 휴양지로 여행 가기 등의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저 일상에서 긍정적인 말과 같은 아주 작은 몸짓이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따뜻한 대화하기, 맛있는 식사를 차려준 아내에게 감사 표현하기, 새로 산 옷 어떤지 물어볼 때 진심으로 함께 봐주기 등이 우리 남편들이 해야 할 일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역사상 최고의 권투선수 중 한 명으로, 메이웨더를 꼽는 이들이 많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사상 최초로 무패로 5 체급을 정복, 50전 50승 무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자랑하는 21세기 최고 복싱 슈퍼스타다. (물론 최근의 행보는 돈만 바라보는 사업꾼의 기질을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실력 하나는 최고다) 그의 방어기술이 독보적이라 많은 이들이 이와 관련해서만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는 역대급 잽 실력의 보유자이다. 마이크 타이슨 같은 화끈한 펀치는 없지만 툭툭 던지는 잽으로 상대방을 쉽게 그로기 상태로 만든다. 묵직한 펀치가 아니라 작은 잽들이 모여 그를 당대 최고의 복서로 만든 것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말이 있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날의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에서 작지만, 아내와 긍정적 관계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혹시 '난 가끔 명품백도 아내에게 선물하고, 꿈에 그리던 집도 마련했는데... 왜 아내는 나에게 불만이 많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다. 너무 잘하고 있지만, 평소 자신의 행동이 어땠는지 한 번쯤 돌아보면 좋을 듯하다. 나는 과연 아내에게 따뜻한 말과 행동들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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