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란 무엇일까? '어려울 때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다'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서있기도 힘들 때, 묵묵히 옆을 지켜주고 함께 슬퍼해주는 사람들,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존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인지 검증을 위해선 하나의 단계가 더 필요하다. 슬플 때 함께 애도해 주는 것 외에, 기쁠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신과 가까운 이가 소위 말해, 잘 나가면 시기 질투가 일어 배가 아프다는 의미다. 한 번쯤 이런 경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동료가 나보다 먼저 승진을 했을 때, 지인의 부동산이 대박 나서 몇 억 씩 오를 때, 친구가 흠잡을 것 없이 완벽한 사람과 결혼하면 축하를 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을 말이다. 사실 이러한 감정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로마시대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시기심은 살아있는 자에게서 자라다 죽을 때 멈춘다'라고 말했고, 덴마크에서는 '질투가 열병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병에 걸렸을 텐데...'라는 속담도 있다.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배 아파하는 마음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인간의 본성이다.
내게 경사스러운 상황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보다 더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부모님, 아내, 자녀 등이다. 나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 수학 능력 시험 이후, ARS로 합격 여부를 확인할 때다. 전화기 너머로 "합격입니다"라는 ARS 기계음 소리가 들릴 때, 옆에 계시던 어머니가 펑펑 우시던 모습을 말이다.(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아닌, ARS로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취업했을 때도, 회사에서 우수사원으로 선정됐을 때도, 부모님과 아내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나보다 더 기뻐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친구였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상 최장 기간, 무려 75년에 걸쳐 연구한 실험이 있다.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가 주제였다. 오랜 연구 끝에, 행복을 위해선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너무 당연한 결과를 75년간 했을 필요가 있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가 우리의 삶에 있어 중요하다는 반증이리라 생각한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으며 사람들과의 만남도 거의 없는, 집돌이인 내게 주변 사람들은 종종 물어본다.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 심심하지 않아?"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단 한순간도 심심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진정한 친구와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슬플 때나 힘들 때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기쁠 때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해 주는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찐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아내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려 노력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함부로 하기 쉬운데, 나는 내 아내와의 관계에 가장 신경을 쏟는다. 내 행복의 열쇠가 아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