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다람쥐 Feb 26. 2023

남 탓은 이제 그만.

최근 SBS에서 방영하는 《집사부일체 2》에 대한민국 컬링 국가대표 '팀킴'이 출연했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던 그녀들이 《집사부일체 2》 출연진들에게 팀워크를 키울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들은 무려 9년간 함께 팀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장수팀이다. UFC 격투기 선수이자 출연자인 김동현 님은 팀원들에게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이냐 물었다. 팀원 중 한 명인 김영미 님은, 김은정 주장이 팀을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경기에 지면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지금껏 단 한 번도 "너 때문에 졌어"라고 남 탓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김은정 님은 이에 대해 컬링은 앞에서 라인 잡아 콜 해주는 사람, 스위핑 하는 사람 등 하나의 샷에 모든 팀원의 노력이 들어가기에 실수가 나왔을 때도 '네 탓이야'라고 하기보다는 '이 부분을 보완하자'는 마음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팀킴'의 장수비결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 탓이 아니라 서로 힘을 모아 개선하려는 데 있었다.   


아주 쉽게 내뱉는 말들


우리나라에는 '잘되면 제 복,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독일에는 "To blame is easy, to do it better is difficult(남 탓은 쉽지만,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어렵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 남 탓과 관련된 이야기는 쉽게 볼 수 있다. 남 탓은 세대와 인종을 초월한 인간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이다. 남탓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죄수들도 자신들이 사실은 피해자라는 주장을 수도 없이 한다고 한다. 주변에서 재테크와 관련해, "어떤 주식이 좋다고 해서 샀는데, 망했어.", "유튜버에서 부동산 전문가 말 듣고 집 샀는데, 집값이 떨어졌어."라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인간은 자기 방어를 하려는 습성이 있다. 문제를 자기 탓으로 돌리지 않음으로써 자신은 잘하고 있다고 자존심을 지키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남 탓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남 탓 대상자가 내 주변에 있는 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자주, 그리고 쉽게 남 탓을 직접적으로 분출하는 대상자는 부모님 배우자 아이들과 같은 가까운 사람이다. 나는 학생일 때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라며 현실을 원망하며 부모님께 소리친 적이 종종, 아니 자주 있었다. 아내에겐 아이들이 다칠 때면, "아이들 잘 지켜봤어야지. 핸드폰만 본거 아냐?" 혹은 "사람들이랑 이야기만 하고 아이들은 방치한 거 아냐?"라고 대수롭지 않게 아내를 비난했다. 당시 상황을 본 적도 없으면서 스스로 평가하고 판단해 아내 탓을 시전 한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너희들 때문에 아빠가 개인 시간을 보내기 어렵구나'라며 내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아이들 탓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일반적인지는 대중 매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불륜 드라마의 단골 소재는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바람피운 사람이 오히려 "너 만나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라고 자신의 불륜이 내가 아닌, 상대방 때문이라 말한다. 어머님이라는 사람은 며느리에게 네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만큼 차가운 사람이어서, 우리 아들이 바람을 필수밖에 없었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을 한다.(《부부의 세계》에 이태오 어머니가 지선우에게)    


남탓하면 내 마음은 편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나는 어떤 잘못이 없다. 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자기 방어 본능에 흠집을 낸 사람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좋은 감정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 그런 사람과는 차츰 거리를 두게 된다. 실제 관계를 손절하는 1순위는 남탓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부부 관계도 다르지 않다. "너 때문에..." "네가 잘못해서..."라고 말하는 배우자를 계속적으로 포용하고 이해해 줄 사람은 없다.   


'책임'은 누구의 '탓'과는 완전히 다르다. '탓'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결정하는 반면, '책임'은 누가 무엇을 개선시키는데 얼마나 열성을 다하는지 결정한다.

- 『미라클 모닝』, 할 엘로드 저, 한빛비즈 - 


부부 사이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탓'이 아니라 '책임'을 지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서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모색해야 한다. 배우자에게 손절당하고 싶지 않다면, 서로의 본능에 생채기를 내는, 남 탓은 자중하도록 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