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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Feb 11. 2023

아내를 응원합니다.

오~~ 필승 코리아!!


얼마 전, 2022 FIFA 월드컵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는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함께 H조에 속했다. 대다수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예선 통과 1순위로 꼽았다. 우루과이 가나전에서 1 무 1패라는 결과를 얻은 대한민국이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인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늦은 시간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끝까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국민들의 응원과 염원이 통한 걸까, 포르투갈에 2대 1로 승리를 거두며 우루과이를 밀어내고 기적과 같이 16강에 진출했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조금 독특하다. SBS K팝스타를 통해 동생 수현과 함께 얼굴을 알린 그는, 다른 대중 스타들과는 달리 데뷔 이후 틀을 깨는 행보를 보여왔다. 딩동댕 유치원에 출연해 CM송을 부르기도 했고, 여의도 한 복판에 소파를 설치해 그 위에 앉아 신문을 보기도 했다. 어울리지 않는 GD(빅뱅출신 지드래곤)의 행동을 따라 해 'GD병에 걸렸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음악방송에선 뒤돌아서 얼굴을 카메라에 비추지 않은 채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심지어 삭발까지 했다. 약간의 기이한 행보를 보여주는 이찬혁이지만 인터넷에서 그의 주요 연관어는 '하고 싶은 거 다 해'이다. 그런 그의 행동마저 팬들은 응원한다.(한때, '하고 싶은 거 그만해'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최근은 '하고 싶은 거 그냥 해'로 바뀌었다.)


응원의 힘


프로 스포츠는 각 팀마다 연고지를 두고 있다. 이에 자신의 연고지에서 시합을 하는 홈경기, 그리고 상대방의 연고지에서 시합을 하는 원정경기를 한다. 대부분 홈경기의 승률은 원정경기보다 훨씬 높다. 2021~2022 시즌 NBA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최강팀인 골든스테이트는 2022~2023 시즌 홈경기 21승 6패(승률 78%), 원정 경기 7승 21패(승률 25%)이다. 홈경기 승률이 월등히 높다.(*2023년 2월 10일 기준) 물론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지역 이동 최소화, 익숙한 경기장에서의 심리적 안정감 등 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홈팬들의 열띤 응원이다. 홈경기는 자신들의 연고지 팬들이 관중석을 꽉 채우고 그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지만, 원정 경기는 반대로 상대팀의 응원단들로부터 야유를 받는다. 응원에 의해 동일한 선수들이 동일한 팀과 경기를 하는데도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실제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에서 응원과 관련한 연구 결과가 있다. 관중으로부터 열띤 응원을 받는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평균 70% 증가해, 근육 강도, 근육 운동능력이 증가하고 집중력과 순간 판단력이 향상돼 선수단의 경기력이 실제로 증폭됐다고 한다. 올림픽에서 높이 띄기 선수들이 시도하기 전에, 박수를 유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연아. 파이팅!!


퇴근하면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내는 나와 달리 외향적인 성격이라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에 비례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얻는다. 아이 교육, 부동산, 경제 활동 등 새롭게 습득한 지식과 그에 따른 우리 부부 인생 방향성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No"나 "그게 현실적으로 되겠어?"와 같은 부정적인 말은 가급적이면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물론 저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기에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손흥민과 류현진,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은 미치도록 응원하면서, 응원과 격려의 힘을 알면서도 아내를 응원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심리학에는 '로젠탈 효과'라는 법칙이 있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 격려 및 칭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진 현상을 교육적으로 증명한 실험을 말한다. 1968년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생 20%를 무작위로 뽑아 담임교사에게 명단을 전달하며 이 아이들의 지능지수가 높다고 말했다. 이에 선생들이 해당 학생들에게 관심과 기대를 보였으며, 격려와 응원을 했다. 실제로는 무작위로 뽑힌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8개월 뒤 명단에 있던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다. 주변 격려와 응원의 시선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향상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자녀, 친구, 그리고 직원들의 신체에 영양분을 주고 있지만 그들의 자부심에 영양분을 주는 데는 얼마나 인색한가? 우리는 그들에게 불고기와 감자를 주어 에너지를 축적하게 만들지만, 샛별의 합창처럼 몇 년을 두고 그들의 기억 속에서 노래하게 될 친절한 감사의 말을 하는 데는 몹시 인색하다 

-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카네기 저, 최염순 옮김, 씨앗을 뿌리는 사람 -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조금은 부끄럽다. 여전히 아내 자부심에 영양분을 주는 응원과 격려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되새기고자 이 글을 쓴다. '가능하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고 믿기에 가능한 것'이다. 항상 아내를 향한 격려와 지지, 응원의 태도를 명심하자. 




2006년 개봉했던 박중훈, 안성기 님이 출연한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가 있다. 해당 영화에서 매니저 박민수가(안성기 님) 왕년의 가수왕 최곤(박중훈 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대부분의 별들은 태양빛을 반사해 빛을 낸다고 한다. 태양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우리는 깜깜한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보기 어렵다. 태양의 응원이 있었기에 별이 반짝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물론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주변의 환경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간혹 간과한다. 우리는 출생의 순간부터 아빠와 엄마가 있었기에, 걷지도 못할 때는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다.(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걸음마를 뗄 수 있도록 얼마나 옆에서 응원했는지 모른다.) 주변의 도움과 응원, 격려와 지지가 없었다면 애초에 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기는 녹록지 않다. 응원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응원을 아내에게 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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