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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Feb 04. 2023

항상 떳떳한 남편 되기.

나는 아내와 핸드폰을 공유한다. 공유한다는 의미가 핸드폰 내용을 저장하는 클라우드가 있어, 각자의 핸드폰에서 상대방 핸드폰 기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아내도 나도 상대방의 핸드폰을 스스럼없이 집어 들고, 쳐다본다. 아내 핸드폰 속의 카톡 내용, 저장된 사진을 보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개인의 사생활이 중시된 지금, 어쩌면 누군가에겐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도 경영이다.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은 '가정도 경영이다'라고 말했다. 경영이라 하면 대다수는 팀 쿡(애플 CEO), 사티아 나델리(마이크로소프트 CEO)와 같은 CEO가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 경영, 혹은 처칠, 만델라와 같은 대통령이 나랏일을 하는 국가 경영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 하지만 단위가 작을 뿐, 가정도 기업이나 국가와 다르지 않다. 실제 테레사 수녀는 가정이 화목해야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정도 경영의 대상이다.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단연 '신뢰'라고 생각한다. 신뢰가 깨진 기업이나 정부는 고객과 국민으로부터의 외면받는다. 공자는 『논어』의 「안연」 편에서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식량이나 국방보다 신뢰를 더 중요한 정치의 기본이라 말했다. 기업이 신뢰를 잃었을 때, 고객은 기업에 등 돌린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깨지면 부부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한 번 시작된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의심하는 사람과 의심받는 사람, 서로를 지치게 한다. 건강한 부부관계 위해선 어쩌면 사랑보다 신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랑은 식어도 의리, 정으로 살 수 있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같이 살기 어렵다.《사랑과 전쟁》이나 《애로 부부》에서  남편 혹은 아내의 바람으로 인해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대다수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신뢰를 얻는 방법


신뢰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단연 '투명성'이 핵심이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것들을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개돼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삶을 살아야만 한다. 숨길 게 많은 사람이, 투명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과연 자신 있게 핸드폰을 공개할 수 있을까? 전혀 아닐 것이다. 


무언가를 감추려는 사람을 우리는 믿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기업이 비리에 연루돼 조사받을 때, 기업 내부 기밀이라는 이유로 서류를 꽁꽁 숨겨 놓으면 사람들은 진실이야 어쨌든 의심한다. 정부도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의혹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정부나 기업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바가 아니다. 기업 기밀, 국가 보안 등에 따라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는 것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진실과 별개로 불투명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뢰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말하기 위함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가정에서 떳떳하지 못한 비밀을 보유한 사람은 자신의 사적 영역에 상대방이 침범해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알면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 보안을 지키기 위해 꽁꽁 숨긴다. 이러한 모습이 오히려 더 의심을 낳는다. 반면에 핸드폰이나 은행 계좌, 카드 내역등을 상대방에게 거리낌 없이 공개할 수 있다면? 의심보단 신뢰가 커질 것이다. 


결국 투명성이 신뢰의 핵심이다. 부부 관계에 이미 불신이 크게 자리 잡았다면, '왜 나를 매번 의심하지?' 할게 아니라 나의 사적인 영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천천히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세상에 다 알려져도 떳떳한 삶을 살자    


박진영 님은 자신의 책 『무엇을 위해 사나요?』에서 자신의 덕목 3가지를 언급했다. 진실, 성실, 겸손이다. 그중 진실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 앞에서 조심하려고 하지 말고 조심할 게 없는 사람이 되자.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이 거짓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하지 못할 말이나 행동은 사람들이 없는 데서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단어 하나라도 방송에서 쓸 수 없는 말은 사석에서도 쓰지 않으려고 하고, 아무리 화가 나도 욕설은 하지 않는다. 내 핸드폰이 해킹되어 세상에 공개돼도 문제가 될 게 없는 삶을 살려고 한다. 누구와 만나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세상에 다 알려져도 문제 될 게 없는 삶. 그게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기준이다.


개인이 존중받아야 하는 시대에, 사적인 생활을 서로에게 공유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 나 역시도 '내 핸드폰을, 사생활을 모두 상대방에게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서로를 믿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 사적인 영역이 배우자에게 공개되더라도 전혀 거리낌 없는, 떳떳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투명하게 공개돼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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