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삼성전자의 한 광고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비디오테이프로 텔레비전 방송을 녹화할 수 있는 VTR을 홍보하는 광고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편이 좋아하는 축구를 VTR을 이용해 아내가 녹화한다. 당시만 해도 퇴근 후, 바로 귀가하기보다는 지인들과 술 한잔 하는 남편들이 많았다. 하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축구를 녹화해 두니, 축구 보기 위해 남편의 귀가시간이 빨라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광고 말미에 아내가 전설로 남은 명대사를 남긴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사람을 만나다 보면,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은 항상 운 좋게도 좋은 사람만 만난다고 한다. 반면에 다른 이들은 '왜 내 주변엔 이런 이상한 사람들만 꼬이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세상이 정말 이렇게 불공평한 걸까? 일부 사람들에게만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혜택을 몰아주는 걸까? 대답은 광고 크리에이터 박웅현 님의 이야기로 대신해 본다. 박웅현 님은 '사람은 물이다'라고 비유했다. 물은 계곡 같은 좁은 길을 만나면 빠르고 거칠게 흐르지만, 강이나 바다 같은 넓은 곳을 만나면 잔잔하게 흐른다. 물이라는 성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물길이 흐르는 환경에 따라 물의 성향이 변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상하기에, 상대방은 물이 좁은 길을 만난 것처럼 이상하게 행동할 뿐이다.
2020년 육아휴직을 했었다. 휴직 전에, 1년의 경제적 공백이 생기기에 어떻게 아내에게 허락받을지 고민이 됐다. 당시 고민을 함께 이야기할, 나보다 먼저 휴직 중이었던 한 사람을 만났다. 지금은 『퇴직 말고 육아휴직』, 『결국엔, 자기 발견』을 쓴 작가이자, 버킷리스트 강연자가 된 최호진 님이다. 먼저 휴직 중이던, 호진 님과 서강대교 밑에서 함께 달리기하며 물어봤다. "휴직을 허락해 준 아내분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어떻게 아내에게 휴직 허락을 받으셨나요?"(당시만 해도 남성 휴직은 여전히 높은 벽이었다.) 그때 호진 님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휴직 허락해 준 아내가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아내가 내가 휴직한다고 했을 때, 허락해 준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라고 해요. 평소 바쁜 와중에도 매일 글을 쓰고, 짬을 내서 자기 계발을 하는 성실한 사람이니, 휴직해도 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마태복음 7장 12절에는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데로 너희도 납에게 대접하라'라는 말이 있다. 사실 우리는 이 세상의 규칙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먼저 잘해야, 상대방도 그만큼 나를 대우해 주고 행동한다. 혹시 현재 아내의 행동이나 말, 습관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에 불화가 생겼다면 아내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란다. 과연 나는 좋은 남편인지, 아내에게 충분히 훌륭한 대접을 했는지 말이다. 프랑스의 황제였던 나폴레옹은 "지금 나의 불행은 언젠가 내가 잘못 보낸 시간의 결과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나의 불편한 부부관계는 내가 지금까지 배우자에게 함부로 대한 시간의 결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공자는 군자는 일의 원인을 자기에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고 했다. 부디 소인이 아닌, 군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