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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Jan 29. 2023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의 조건

회사에 다니고 있다. 팀원은 총 7명이다. 남자가 넷이고, 여자가 셋이다. 몇 년 전부터 신입사원을 거의 채용하지 않아, 팀원들의 평균 연령은 대략 35세쯤 된다. 기혼은 나와 팀장 둘 뿐이고, 5명은 현재 미혼인 상태다. 얼마 전, 설 연휴 이전에 회식을 했다. 이 나이대의 이야기 주제에 연애와 결혼은 빠지지 않는다. 꼰대처럼 기혼이랍시고 해당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아니다. 팀원 모두 연애와 결혼에 관심 가지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해당 이야기가 나왔다.


미혼이신 분들이 자신의 현재 연애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팀원, 여러 번 소개팅했지만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팀원, 연애는 하고 있지만 과연 이 사람이 결혼할 만한 사람인지 고민하는 팀원 등이 있었다. 각기 상황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지금의 나이에 만남을 지속할 때,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쉽게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에 등 떠밀려 아무나 만나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즐거운 부부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취향 성향 생활 습관 육아에 대한 관점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길 바랐다. 


결혼을 했지만,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굳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만나 시간과 돈, 노력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지속하고자 한다면 알랭 드 보통의 이 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는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격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


세상에 외모 성격 취향 습관, 그리고 자산 등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 정보 업체 듀오나 가연에서 100점 만점 받은 사람이 과연 나와 잘 맞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전제를 인정해야만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두고 이야기하고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갈 만한 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길게 만날 필요도 없고, 결혼은 더더욱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단, 상대방에게만 이러한 조건을 요구해선 안된다. 자신도 다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자) 


연애 10년과 부부 생활 1개월은 다르다고 한다. 부부의 연을 맺어 함께 살면, 연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상대방의 단점이 쉽게 눈에 띈다. 정확히 말하면 단점이 아니라 나와 다른 점들이다. 연애 때 최상의 궁합을 보였던 커플도 다르지 않다. 세상에 완벽하게 나와 잘 맞는 사람은 없다. 완벽한 짝이 있다면 서로 대화가 통하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한 사람만이 오래 관계를 이어갈 만한, 결혼할 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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