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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Dec 31. 2022

별것도 아닌 일에 화낸 적 있으신가요?

행복한 가족생활

하루 8시간 회사 업무를 마치고 귀가합니다. 집에서 아내, 아이와 함께 화목한 저녁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현관문 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짜증부터 납니다. 이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저것도 마음에 안 들고.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매번 이런 행동에 가족들이 나를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분명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왜 결국 매일 이렇게 되는 걸까요? 이러한 경험들 많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는 것은 우리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 공격적이고 불안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 때문입니다. 원인을 알았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죠? 예 맞습니다. 이 두 개의 호르몬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원하셨던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 시간, 그리고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실 수 있습니다.

     


짜증의 원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아드레날린은 부신수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나 위급상황에 처했을 때, 인체가 대처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거 원시시대에 날카롭고 강한 이빨을 가진 야생동물의 틈바구니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 수 있던 큰 이유 중 하나죠.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 위기를 모면하거나, 사냥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대 제이슨 스타뎀이 주연으로 출연한 《아드레날린 24》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해당 영화를 통해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어떤 상황에서 분비되고, 그것이 우리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약물에 중독돼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제이슨 스타뎀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야만 생명 유지가 가능했고, 이에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것들을 쫓습니다. 그러한 경험만이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분비시키기 때문이죠. 이렇게 분비된 아드레날린 호르몬은 그의 신체를 전투태세로 임하게 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합니다. 대신 그를 공격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게 합니다.    


현재의 우리가 사자와 호랑이, 악어, 뱀 등과 대치하며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에 과거처럼 한꺼번에 폭발적인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그곳에서 하루 최소 8시간 이상씩 직장 상사와 동료, 업무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러한 스트레스로는 우리의 신체가 DNA의 본능에 따라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분비하게 합니다. 이전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길고 가늘게 차곡차곡 두 호르몬이 축적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맞이한 퇴근. 곧바로 만원 대중교통에 몸을 싣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말이죠.  


일본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의 저자 가바시와 시온은 스웨덴에서의 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종착역에 가까운 역에서 이미 많은 사람이 붐비는 혼잡한 차량에 탄 승객과, 출발지에서 차량이 혼잡하지 않은 때부터 타고 있던 승객을 비교했더니, 혼잡한 차량에서 탄 승객의 소변에서 혼잡하지 않은 때부터 타고 있었던 승객보다 많은 양의 아드레날린이 소변에서 검출됐다고 합니다. 혼잡한 환경에 처해있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올라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좁은 우리에 여러 마리의 쥐를 과밀 상태로 키웠더니, 아드레날린 혈중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서로 물어뜯는 공격적인 행동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에 더해, 퇴근길 만원 대중교통 안에서 우리의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호르몬은 극에 달합니다. 이러니 집에 도착했을 때가 되면, 짜증이 나지 않고 배길 수가 있을까요?     



집에 바로 가지 마시고, 산책하세요.


퇴근하고 집에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간단히 산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산책과 관련한 장점은 정말 많습니다. 그중 많은 전문가들이 산책이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확실한 방법이라 말합니다. 걷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떨어뜨리며,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이루게 해, 자율 신경 작용이 원활해지면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신적인 안정을 찾아줍니다. 업무와 퇴근길에서 무방비로 분비된 다량의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호르몬 분비의 조절에 따라 우리의 공격적인 성향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저는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업무 마치고 퇴근 시, 가급적이면 따릉이(서울시 공용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귀가합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기어코 걷는 데는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조금이나마 운동하기 위해서입니다. 평소에 시간을 내 운동하지 않으니, 체중관리와 건강을 챙기기 위한 나름의 방편인 것이죠. 둘째, 회사에 있으면서 느꼈던 불편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집까지 가지고 가지 않기 위함입니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도 한강대교 위를 걸으며 맞는 시원한(?) 바람, 해가 짧아 빨리 짙어지는 어둠 속에 보이는 여의도와 용산의 높은 건물들에서 내뿜는 오색영롱한 불빛들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약 50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하는데요. 그때쯤이면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한 감정들이 바람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버린 듯,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혹시 회사와 집이 거리가 조금 있어,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면 원래 내려야 하는 지하철 역 2 정거장 전에 내려 조금이나마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만약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집 앞의 지하철이나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동네 몇 바퀴라도 걸으며 마음을 안정시킨 후, 집에 들어가 보세요. 이전과는 다른 저녁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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