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7
똑똑한 말을 위해서는 '팩트 체크'가 필요하고,
따뜻한 말을 위해서는 '리스펙트 체크'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좋은 말'을 듣지 않고, '좋은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 이민호 저, 천그루숲 -
지혜를 잇다.
어버이날을 맞아, 온 가족이 부모님 집에 모였다. 모두 멀지 않은 곳에 살아 각자 부모님 집을 자주 방문하지만, 다 같이 모인 적은 많지 않다. 초밥 회 고기 과일 등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가족 중, 두 명이 오지 않았다. 첫째 누나의 두 딸(내겐 조카)이다. 올해로 20살이 된 첫째 조카, 그리고 한창 사춘기인 중학교 3학년 둘째 조카이다. 근황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조카들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어머니는(조카들에겐 할머니) 항상 두 조카를 걱정하신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지, 공부는 열심히 하는지, 남자 친구랑 놀고만 있는 건 아닌지, 화장과 노는 것에만 관심 있진 않은지, 술만 먹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 매형과 누나에겐 아이들을 너무 풀어놓으면 안 된다며, 가끔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따끔하게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정작 어머니는 우리에게 회초리 한번 드시지 않았다.)
어머니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살아보니 공부, 성실, 예의, 좋은 교우관계 등이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귀한 손주들이 이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하신 말씀인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가족 사이에도 매너와 예의는 중요하다. 아이의 생각과 의견은 존중하지 않은 채, 어른의 시선으로 판단하고, 조언한답시고 멱살 잡고 강제로 내가 바라는 길고 끌고 와선 안 된다. 설사 그게 초등학생일지라도 말이다.
누나와 매형은 둘 다 초등학교 교사다.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통과한, 20년 이상 교육자 외길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아이들이 더러 찾아올 정도로 두 분 모두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선생님들이다. 어머니의 말에 매형이 대답한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잘해주기만 하려고요.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잘해야죠. 이전에는 소리도 지르고 혼도 냈는데, 오히려 거리만 더 멀어진 거 같아서요.
누나 부부와 조카들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형의 말에 조만간 관계가 회복되고, 조카들에게도 분명 긍정적 변화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옳은 말, 바른말,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말이 아닌, 우선 자신이 아이들에게 잘하겠다는 매형의 말씀을 듣고서 말이다.
옳은 말이 아니라, 관계가 우선이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듬뿍 주고 예의와 매너 있는 자세를 취한다면, 아이들은 조금씩 부모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말을 귀담아들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게 어른이든 아이든, '올바른 말', '좋은 말'을 듣지 않는다. '좋은 사람의 말'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