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다람쥐 Mar 27. 2023

좋은 감정을 선물하세요

25일째 글쓰기

어린애 데리고 좋은데 가면,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어차피 다 까먹을 텐데 왜 좋은데 데리고 가냐? 그런데 거기에 대한 제일 좋은 답은 좋은 감정은 남는다는 거죠.

부모와 함께 간 바다. 
그 바다에 대한 좋은 감정은 남아서
구체적으로 어떤 해수욕장인지,

뭘 먹었는지는 잊어버려도
나중에 바다에 가면
굉장히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듯이...

- tvN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님이


지혜를 잇다


나는 감성적인 사람은 아니다. 김영하 님이 방송 중에 언급한 '아이들이 어려서 기억도 못할 텐데, 해외여행 등을 비싼 돈 내면서 도대체 왜 가는 거지?라고 항상 생각해 왔던 사람이다. 좌뇌보다 우뇌가 발달한, 지극히 이성적 성향의 소유자인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쓸모없는 거라 생각했다.(그나마 아내가 감성적인 편이라 다행이다.) 무형의 것들에 대해선 무관심했다. 생각보다는 실천이, 열정보다는 행동으로 보이는 습관이, 감성보다는 실효성을 중시했었다.


김영하 님의 말처럼 경험에서 감정이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조지아 공대와 포털 사이트 야후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식당에 대한 온라인 평가를 조작하는 주범은 날씨라고 한다. 트립어드바이저와 같은 온라인 식당 평가 사이트들에 올라온 이용자들의 의견을 분석한 결과, 날씨가 좋은 날 식당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평가가 훨씬 나빠졌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날씨가 최고로 맛있는 음식재료였던 것이다. 정작 날씨는 음식맛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나는 김희철 님, 김민아 님이 진행하는 〈이십세기 히트쏭〉을 즐겨본다. 90년대 노래를 들을 때면 문득문득 잊어버렸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최근 방송에서 주영훈 님이 작곡한 〈연풍연가〉를 들으면서 고1 때 여자친구와 노래방에서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던 추억, H.O.T의 캔디를 들으며 수학여행 때 장기자랑 했던 추억, 버즈의 〈모놀로그〉를 들으며 군대에서 홀로 야간근무했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있었던 일인지조차도 몰랐던 과거의 추억들이 노래라는 트리거를 통해, 당시의 감정과 상황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노래와 비슷하지 않을까? 비록 평소에 기억하며 살진 않지만, 문득 바닷가를 찾았을 때 '아, 바다에서 엄마 아빠와 행복했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하며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다양한 경험, 그리고 그 안에서 느꼈던 좋은 감정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많은 것들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좋은 감정을 선물하자. 비록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https://www.youtube.com/shorts/OiOD8OB4mQI


매거진의 이전글 거북이가 토끼랑 경주를 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