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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r 28. 2023

세상에 거저는 없다.

26일째 글쓰기

당장 내일부터 나랑 삶을 바꿔 살 사람?

내가 너희들처럼 취직도 안되고, 빚은 산더미고, 여친도 안 생기고, 답도 없고 출구도 없는 너네처럼 살 테니까 너네는 나처럼 편안히 주는 밥 먹고,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도 받고, 하루종일 자도 누가 뭐라고 안 하는 내 삶을 살아.

어때?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지? 본능적으로 이게 손해라는 느낌이 빡 오지.

열심히 살든 너네처럼 살든,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기본 옵션으로 주어지는 젊음이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날 보면 알잖아. 너네들이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

이것만 기억해 놔.
 등.가.교.환. 세상에 거저 주는 건 없어

-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김혜자 님이 한 말 -

https://www.youtube.com/watch?v=WiGPaYKli50


지혜를 잇다.


현재 상도역 주변에 살고 있다. 이 동네가 내겐 참 익숙하다. 중앙대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8년간 이곳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 당시에 졸업생은 취직이 어렵다고 해, 3학점을 남겨두고 취직될 때까지 졸업을 몇 번 이나 유예했었다. 현재 나는 회사 출퇴근을 걸어서 하고, 쉬는 날이면 동네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에 오며 가며 후배들을 자주 본다.(그들은 내가 전혀 안중에도 없지만...) 학교 야구 점퍼를 입고, 커플들끼리 손잡고 걸어가고, 무리 지어 웃고 떠드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솔직히 부럽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고, 저들처럼 싱그러울 때가 있었는데...' 하며 말이다.


상투적으로 '젊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한다. 나는 대학생 때 그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스무 살 당시의 나는, 인생의 대부분은 이미 결정됐다고 생각했다. 가능성의 시기는 끝났고, 이제부터는 여태껏 뿌린 만큼 거두는 시기라고 말이다. 지금의 학벌과 경제적 상황에 의거해 직업, 소득, 그리고 심지어 결혼까지도 상당 부분은 정해졌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두 번째 스무 살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내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젊음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너무 젊음을 과소평가한 건 아닌지 생각할 정도다.(무한 X무한 X무한 가능성이라고 표현하면 되려나)


최근 회사 동기들과 '30억을 가질 수 있는데, 대신 지금 당장 50살이 돼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래?'라는 밸런스 게임을 했었다. 30억과 인생 시간 중 어느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였다. 실제로 선택은 반반이었고, 나는 30억을 선택했다.(앞으로 8년밖에 남지 않아서) 하지만 동일한 게임을 20대 때 했다면? 절대 젊음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비교할 가치도 없다. 지난 20년 간 수없이 불평등한 세상을 원망했고, 남과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졌고, 별 볼 일 없는 나 자신에 대한 수많은 자책감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그 시기가 정말 즐거웠고, 찬란했고, 행복했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시간이었음을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는 축구이다. 매년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을 상대로 몸값을 매기는데, 현재는 프랑스 음바페 선수와 노르웨이 홀란드 선수가 1등을 다툰다. 축구하면 메시인데, 월드컵 우승으로 올해도 8번째 발롱도르 수상이 유력할 정도로 실력은 여전히 최고인데도 메시는 몸값 10위안에 들지 못한다. 20대 초반 10대 후반의 선수들이 몸값 톱 10에 전부 포진해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미래 가능성에 더 후한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젊음에 가중치를 두는 것은 세상의 법칙이다.


40대의 내가 생각하는 20대는 정말 무한한 가능성의 시기이다. 20대에 조금 더 좋은 습관과 행동, 경험과 생각을 했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원했던 삶에 가까운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가끔, 아니 자주 후회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도 여전히 늦지 않았다. 60대 어르신이 보는 나는 아직도 한창이다. 그들의 눈엔 나 역시도 무한한 가능성의 한 복판에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에 두 번째 스무 살, 두 번째 젊음은 처음보다 조금 더 잘 살아보려 한다. 18년 뒤에 찾아올 세 번째 스무 살에는, 내가 바랐던 인생을 맞이할 수 있길, 무한한 가능성이 현실로 구현되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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