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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04. 2023

키 작은 어른 이야기

Day 33

호주국립대학 경제학자인 앤드루 리가 2009년 〈이코노믹 레코드〉 7월호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신장이 180센티미터가 넘는 남성은 매년 천 달러 정도를 더 벌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신장과 임금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도 키가 큰 사람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플로리다대학 경영학과 교수 티모시 저지와 노스캐럴라니아대학 경영학과 교수 다니엘 키블러가 2003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신장이 1인치씩 커질 때마다 매년 789달러 정도를 더 벌 수 있다고 했다.

심리학자들이 키가 큰 사람이 돈을 더 버는 이유를 연구해 보니, 키가 크면 자신감도 커져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우위를 점하게 된다고 한다. 인류의 진화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큰 체격은 종종 힘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골이 장대한 사람이 부족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키가 크다는 것은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이는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잠재의식 속에 각인되었다. 이런 이유로 키가 큰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안타깝게도 키가 작은 사람은 이런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 《심리학이 제갈량에 말하다》, 천위안 저, 정주은 옮김, 리드리드출판 -


지혜를 잇다


우리나라 남성 평균 신장은 172.5cm이다.('21년 조사) 나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평균을 깎아먹는 존재다.(많이는 아니고, 아주 약~~ 간) 어렸을 때부터 큰 편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한 흑역사가 있다. 초등학교 때 나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어머니가 육성회 모임차 학교에 왔을 때,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애들아, 000이 몇 반인줄 아니?"라고 물어봤다. 아이들이 반문했다. "키 작은 000이여, 공부 잘하는 000이여?" 후자이면 좋았겠지만, 당연히 내가 전자다. 그때 처음 알았다. '공부 잘하는'의 반대가 '키가 작은'이라는 것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키 큰 사람이 부러웠다. 사춘기, 그리고 대학생 때 극에 달했다. 꼴에 남자라고 여성분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었다. 키높이 깔창을 신발 속에 껴 넣었고, 신발 벗는 곳에는 가급적 가려하지 않았다. 벗는 것을 피할 수 없을 때면 동석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화장실에 가, 깔창을 빼 가방에 쑤셔놓고 돌아왔다.


40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키 큰 사람들을 볼 때면 '나도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빈도는 어렸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 지금은 키에 대한 열망이 예전 같지 않다. 아직 백세시대의 42%밖에 살지 않았지만 키보다 중요한 건 능력이요, 타고난 외모보단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지금의 나는 키가 190이 되는 것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책 읽고 글을 쓴다. 선천적인 외모는 부족하지만 유산소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며 체중관리 한 덕분에 나쁘지 않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키가 크면 돈을 많이 번다는 연구결과는 사람의 생애 주기 중, 어느 시점을 조사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어릴 때면 타당할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연구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부족함을 느꼈던, 혹은 외부의 유혹이 적었던 키 작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 더 잘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 회사 남성 임원분들은 전부 키가 작다.)


키 작은 어른의 철딱서니 없는 시샘과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진심으로 '키와 외모는 정말 가장 쓸모없는 기준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런 하찮은 것들로 비교하며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이나 하며 살자.


- 이상 키 작은 어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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