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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03. 2023

뒷바람을 기억하라(Feat. 부모님 감사합니다.)

Day 32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뒷바람의 힘에는 둔감하면서 우리의 삶을 더 어렵고 거칠게 만드는 맞바람의 힘에는 예민하다. 우리는 감사할 대상보다는 원망할 대상을 찾는 데 더 능하다. (...) 품격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불고 있는 맞바람만을 탓하기보다 뒷바람에 감사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자신의 맞바람이 더 세다고 불평할 때, 맞바람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뒷바람을 떠올리는 사람이다.

-『굿 라이프』, 최인철 저, 21세기 북스 -


지혜를 잇다


앞에서 바람이 나를 향해 세차게 불어오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반면에 등뒤에서 바람이 살포시 나를 밀어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게 한결 수월해진다. 바람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맞바람은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요, 뒷바람은 내가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응원 격려 사랑이다.


내게 최고의 뒷바람은 부모님이다. 옷 한 벌도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태어나, 생글생글 웃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사랑으로 키워주셨다. 넉넉지 않은 환경에 본인들도 힘드셨을 텐데, 더구나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야"라며 배은망덕한 말을 일삼는 천덕꾸러기 아들이었는데도 부모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더 잘되길 바라며 항상 응원하고 도와주셨다.


어린 시절에는 전혀 부모님 뒷바람을 인식하지 못했다. 잘하면 내 덕분에, 못되면 부모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엄마 아빠는 왜 항상 바쁜 거야?' '친구들은 외식도 하고, 비행기도 타던데...'라며 항상 부모님을 향한 불만으로 가득 찼다.(실제로 29살이 돼서야, 회사 신입사원 연수에서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 맞바람은 집 밖은 물론, 심지어 집 안에서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를 넘어뜨리고자 불어오는데, 나를 도와주는 뒷바람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빨리 성인이 돼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었고, 더 이상 간섭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고 싶었다. 


그때는 부모님이 뒷바람을 불어주고 있는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제는 안다. 부모님 덕분에 지금껏 잘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끔은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화나거나 삐지고, 혹은 아이들과 싸우면서도 언제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아이들이 진심으로 더 잘되길 바라며 사랑으로 보살핀다.


엄남미 님의 『 삶을 변화시키는 감사메모』에는 한 사춘기 여학생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동을 좋아하는 사춘기 여학생이 엄마와 크게 싸우고 우동 파는 가게로 달려갔다. 눈물을 흘리며 우동 한 그릇 먹고 싶어서 주머니를 봤더니 돈이 없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물어보자 소녀는 엄마와 지금 크게 싸우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우동 한 그릇이 먹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딱하게 여긴 아주머니는 그냥 우동 한 그릇을 내주었다. 소녀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렇게 큰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우동을 먹었다.

아주머니는 불평하는 소녀의 가시를 빼주었다.

"얘야, 15년 넘게 너를 길러주신 엄마에게는 감사하지 않고, 그깟 우동 한 그릇 그냥 준 것으로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구나. 누구에게 더 감사해야 하겠니?"

우리가 타인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부모님은 아무 대가 없이 우리에게 베풀어주신다. 돈을 벌면서, 용돈을 주시는 게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며, 매일 따뜻하고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어머니의 정성과 수고가 담겼는지 이제야 알았다. 이밖에도 부모님 뒷바람을 늦게나마 인지할 수 있었던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내가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부모님의 사랑 덕분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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