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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05. 2023

악마의 속삭임

Day 34

삼촌마귀가 조카마귀에게 사람을 속이는 11가지 방법을 소개한 책이 있어요. 그래서 삼촌마귀 스크루테이프가 조카마귀 웜우드에게 “인간은 이렇게 속여라” 거기에 보면 이런 방법이 있어요

“인간에게 계획을 하게 해라”
“정말 좋은 계획을 세우게 도와줘라.”
“그리고 내일부터 하라고 해라.”
“인간에게 내일은 없다.”

왜요?‘
오늘 다음이 뭐예요?
그런데 내일 우리가 가게 되면, 내일은 뭐가 돼요? ‘오늘’

“인간에게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그러니 모든 계획을 하게 하고, 도와주고, 내일부터 하라고 해라"
“그러면 인간은 영원히 할 수 없단다.”
“인간은 괴롭히는 게 아니라 도와주고 속이는 거란다”
“내일 하게 희망을 주렴”

- 김창옥 님이 -


지혜를 잇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은 야망은 크지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야망과 욕심이 없는 사람은 그럭저럭 현재의 삶에 안주하며 살 수 있다. 반면에 야망 있는 사람은 머릿속에 항상 이상적인 나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상적인 모습과 행동하지 않는 자신과의 괴리감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 생각하고, 스트레스받는다. 악마가 있다면, 우리가 이러한 상태에 처하기를 원하는 게 아닐까?


경제적 자유, 책 내기, 좋은 부모이자 아들, 꽤 괜찮은 남편 등이 되길 바란다. 이에 2023년 버킷리스트도 작성했다. 버킷리스트에 의거해 매일 실천해야 할 작고 구체적인 행동들을 정했다. 아침 5시 일어나기, 글쓰기, 아이들에게 상냥하기, 아내가 열받기 전에 알아서 잘하기 등. 계획은 완벽했지만 하루도 제대로 지키는 날이 없다. 하루 시작부터 엉망이다. 5시에 알람소리에 깨면 5시 30분에 맞춰놓고 다시 잔다. 그리고 또다시 40분, 50분, 결국 6시 30분에 일어난다. 매일 자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내일은 꼭 하겠다며 굳은 다짐을 해보지만 매번 전날과 다르지 않다. 벌써 1년의 1/4가 지났지만, 아직 한 번도 5시에 일어나지 못했다. 매일 자신을 원망하며 하루를 시작한다.(악마에게 매번 당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큰소리치기도 한다. 여전히 양말은 뒤집어서 벗고, 설거지와 빨래는 아내에게 미룬다. 그러고 나면 꼭 '아~난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구제 불능인가?'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괴롭힌다. 하지만 내일 똑같은 상황이면 여지없이 또 반복한다.


계획 세울 땐 나 자신이 뿌듯했고, 좋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돌아서면 그 계획들이 나를 괴롭 한다. 생각해 보니 현실판 악마들과 다르지 않다. 잘해주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자기 잇속을 챙기는, 호박씨 까는 사람들 말이다.


악마는 현실에만 있지 않다. 내 마음속, 머릿속에 있다. 하루 24시간 틈만 나면 나를 괴롭히고자 계획을 세우라 지시하고, 그러고 나면 "내일 해~"라고 속삭이며 미루게 만든다. 백세 철학자 김형석 님은 성실한 사람은 악마가 건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혹을 받는 것은 성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정말 공감한다. 내가 매번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동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악마의 꾐에 넘어가지 말고, 악마를 이용하자. 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행동하자. 악마가 얼마나 속이 상할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P.S

지금은 뿌듯한데, 혹시 지금 이 계획도 악마의 속삭임이 아닐까? 걱정되긴 하지만, 내일은 반드시 5시에 일어나, "악마야 물렀거라~"를 외쳐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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