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쉼표가 필요한 시간.『퇴사 말고 휴직』

책 읽고 적어봅니다.

by 달빛한줌

독서를 하다 보면 '아~조금 더 빨리 이 책을 만났어야 했는데...' 하는 책들이 있다. 그러한 책을 만나게 될 때면 읽는 동안 과거의 나를 자책하고, 미래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동기를 얻게 된다. 최근 최호진 님의 『퇴사 말고 휴직』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이 나에겐 그와 같은 존재다.


나는 현재 휴직자다. 사실 직장 생활 10년쯤 하다 보면 대부분의 이들이 휴직 혹은 퇴사를 마음속에 품고 다니는 것 같다. 비슷한 연차의 회사 동료들, 혹은 친구들을 만나면 회사 밖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아마도 주변의 많은 분들이 자의 혹은 타의로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직장인의 삶에 안주해서도, 그리고 그 삶이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가까이서 체감하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내가 휴직을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주변 분들에게 '대단하다' '용자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몇몇 후배들은 나에게 선례를 남겨줘서 감사하다고도 했다. 이와 같은 반응을 보면 정말 많은 직장인들이 휴직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결국 회사에서 '너 나가'라고 할 때까지 직장인으로서의 삶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못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사라지는 것에, 1년이라는 시간이 혹시 무의미할까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 앞에 많은 이들이 결국 제자리에 머무는 것을 선택한다.




두렵지만 변하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 최호진 님은 14년간 은행원으로서 일했다. 직장 내에서도 꽤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삶에서 정작 자신은 없고 회사만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는 돌연 주변 동료들 모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휴직을 선택한다. 대단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 같지만 사실 그도 평범한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휴직이지만 두려웠다고 그는 고백한다.


소중한 1년 반의 시간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고 허비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컸다. 고심 끝에 신청한 휴직인데 내가 진짜 찾고 싶은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됐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후회할지언정 인생에서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두려움과 걱정보다는 지금의 내 상태를 바꿔보고 싶은 열망이 컸다. 의미 없이 보내는 삶에 전환점이 필요했다.


누군가 그랬다. 용기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그는 두렵지만 멈추지 않고 한 발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인생에서 후회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컸기에 할 수 있었다.




'돈'보다는 '내'가 중요하다.


사실 휴직을 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돈이다. 당장 갚아야 될 이자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상황에 나는 중요하다고 덜컥 휴직을 내버리는 것은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경제적인 것만 따지면 분명 손해다. 하지만 휴직기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되면 '나'를 '돈'보다 앞에 두고 결정해도 괜찮지 않을까? 버틸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인생을 길게 봤을 때 1년 버티는 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돈' 보다는 '내'가 중요하다고 나 역시도 생각하지만, 나는 여기서 방점은 '버틸 수만 있다면'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휴직 이전, 자신의 자금 계획을 살펴보고 일정 기간 꾸역꾸역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그때는 돈보다 한 번쯤은 나를 선택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나의 경우에는 연초 회사에서 지급될 성과급, 미사용 한 연월차 급여, 그리고 국가에서 지원되는 휴직급여 등을 계산해 한 달 생활비와 비교했을 때,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휴직을 하게 됐다. 그리고 휴직 때 나 개인에게 들어갈 비용을 가계에 부담주기 싫어 1년간 용돈을 꾸준히 모았다. 핸드폰 요금과 교통비 포함해서 매월 30만 원씩 용돈을 받고 살았는데, 그 용돈에서도 매월 10만 원 이상씩을 모아 휴직을 시작하기 전에는 160만 원 정도의 금액을 만들었다. 그 모아둔 비용으로 휴직 기간 나를 위한 투자는 절대 아내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있다.





나를 단단하게 한 휴직 경험들.


저자는 소중한 휴직 기간을 단 한시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잠시간의 달콤한 자유도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 바로 청울림님이 진행하는'자기 혁명 캠프'라는 곳을 통해, 자칫 휴직 초기 게을러지기 쉬운 자신을 다잡았다. 버킷리스트 100개를 작성해 그것들을 목표로 자신의 습관을 만들어 나갔다. 매일 글을 썼고, 매일 달렸다. 그가 좋아하는 작가인 김민식 PD님처럼 365일 매일 하나의 글을 써 블로그에 포스팅했다는 것, 그리고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것을 통해 그가 얼마나 이 시간을 성실히 보냈는지 알 수 있다.


달리기 글쓰기와 더불어 그는 계속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낯선 것들을 해 나갔다. 구본형 님을 따라 지리산 포도 단식원에 들어가 몇 주간 생활을 해봤고, 두 아이와 엄마 없이 70일간 캐나다 여행을 떠났다. 사실 나의 경우에는 엄마 없이 한국에서 두 아이와 주말을 지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는 비행기 타고도 10시간 넘게 가야 하는 이국에서 두 아이와 함께 70일간 생활하다니 대단할 따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캐나다 여행기에서 느낄 수 있던 것은 두려움에 맞서는 그의 자세다. 그는 글에서 끊임없이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로 떠나는 순간,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레이크 루이즈까지 이동하기로 결심한 순간, 그리고 첫째 아이의 맹장 수술, 영어 캠프, 인적 없는 곳에서 혹시나 차가 퍼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순간. 모든 순간이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끝내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 해냈다.


글쓰기도, 달리기도, 두려움 앞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끝까지 해낸 그 경험들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서두에도 말했었지만 주변을 보면 정말 많은 이들이 휴직을 하길 원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휴직을 원한다기보다 회사라는 기계 안에서 부품처럼 매일 살아가야 하는 삶을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원한다. 그런데 무언가가 그들을 막고 있다. 두려움이라는 존재다. 과연 그 시간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스스로 확답을 하지 못하기에 망설이기만 하다 결국 변화를 택하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휴직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만 보는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정신없이 현실의 흐름에 이끌려 자신을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분들이 읽어봐도 괜찮지 않을 듯싶다. 현재 휴직을 하고 있는 나도, 이 책이 큰 울림과 자극이 된 것처럼 많은 분들에게 그러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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