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오늘은 조금은 민감한 사항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최근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 삶이기에, 그리고 어쩌면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기에 그동안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가지진 않았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현상들을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하다. 뉴스, 혹은 SNS을 볼 때면 정말 자주 한숨이 나온다. 연일 상상치도 못했던 사건들, 그리고 그러한 기사 아래에 남겨진 댓글들. 안타까운 경우들이 너무 많다.
지금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한 갈등의 상황에 있는 것 같다. 아직 39년 밖에 살지 못했기에 오랜 시간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 있어 최근만큼 극에 달한 갈등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SNS의 발달로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쉬워져서, 혹은 세월호 사건과 코로나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이와 같이 형태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겠다.
사실 갈등이 나쁜 것은 아니다. 만장일치가 옳은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갈등을 통해 우리는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만약 갈등이 문제가 될 때가 있다면 양자 간의 평행선이 도무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일 것이다. 서로 자신만 옳다 생각하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확신하며 나와, 혹은 우리와 다른 의견을 듣거나 수용하려 하지 않을 때 갈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펼쳐지는 최근 일련의 상황들이 내겐 이와 같이 보인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여당과 야당의 대립, 부자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충돌,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들의 상충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것 같다. 갈등을 넘어 분열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국민들 사이 분열이 일어난 국가들의 결말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도, 그리스도, 오스만 튀르크도, 그리고 스페인도 외부의 영향보다는 사실 내부 분열로 인해 먼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분열은 세계 초강대국도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할 정도로 막강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할, 그리고 내 아이들의 미래가 있을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나는 좋다. 그러기에 지금의 상황들이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감히 뭣도 모르지만, 순전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을 이야기해본다. 조금 더 건전한 갈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이다.
사실 너무 뻔한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동화책, 교과서에서 그리고 성인이 돼서도 흔히 들었던 이야기다.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유학자 왕양명은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이야기하며 앎과 삶이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앎은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고 본 것이다.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제대로 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나의 성급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을 볼 때면 진정으로 개방성과 다양성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지식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분열의 역사 중 스페인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려 한다. 대항의 시대의 개척자 중 으뜸으로 꼽히는 나라는 아마도 스페인일 것이다. 한때 스페인은 세계의 해상을 지배했다.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의 만남은 스페인에게 막대한 부와 권력, 그리고 활력을 주었다. 하지만 스페인의 찬란한 역사는 오래 지속돼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펠리페 2세 때 엘리자베스가 이끄는 영국에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타이틀을 넘겨주게 된다. 세상의 중심에서 빛났던 스페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스페인에는 종교재판소가 있었다. 자신들과 입장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은 이단으로 몰아 고문과 화형을 처하는 것이 스페인의 일상이 되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로 인해 이성적인 공론과 대화, 자유와 활력이 자취를 감췄다. 거기다 펠리페 2세는 '순혈령'까지 승인했다. 자신의 혈통만이 순수하고, 자신의 종교만이 진정하다는 생각으로 유대인과 무슬림인을 탄압했다. 이 당시 스페인은 오만과 편협이 극에 달했다. 결국 관용의 정신으로 인해 번창할 수 있었던 스페인은, 나와 다른 이는 인정하지 않는 내부적 분열로 인해 빠르게 쇠퇴하게 된다.
결혼한 지, 약 7년이 되었다. 연애까지 포함하면 현재의 아내와 8년 반 정도를 함께 했다. 우리는 그동안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 결혼 준비를 할 때는 많이 다툰다고 하는데 심지어 우리는 그때도 다퉈 본 적은 없다. 물론 다툼이라 불리는 기준이 상대적이라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아내도 다툰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적어도 우리 부부 기준에서는 부부싸움이라고 불릴만한 것을 해본 적이 없는 게 맞다.
『마녀 체력』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운동을 통한 삶의 활력에 대해 알려주었던 이영미 님은 인생학교라는 곳에서 부부관계에 대한 강연도 함께 한다고 한다. 그녀는 좋은 배우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완벽하게 나의 성향과 취미 등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이 상충될 때 상대방을 틀렸다고 하는 것이 아닌,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좋은 배우자이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결국 갈등의 상황에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편협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앉아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좋은 배우자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언제든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의 말을 들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라는 그녀의 배우자관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민호 님은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경청하지 않으면 멍청이가 된다"라고. 이 말은 내가 항상 가슴속에 새기는 말이다. 난 멍청이가 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사람들 앞에 서면 자신감이 별로 없어 말하는 것이 무서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나와 의견이 다른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고 존중하는 것이 얼핏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고, 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와 다른 이의 말에 귀를 열고, 그것을 존중하고 수용하려는 자세는 나를 멍청이가 되지 않도록 해준다.
최인철 님은 『굿 라이프』라는 책에서 품격 있는 사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많이 가진 자, 높이 오른 자, 배운 자들과만 평생을 어울려 산 사람은 아무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여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격이란 관계의 편중성이 가져오는 의식의 편중성을 인식하고,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에 있다. 일부러 부의 수준, 교육 수준, 인종, 성별이 다른 사람들과 자주 교류하는 사람, 다양한 모임 속에 자신을 집어넣어서 관계 편중성으로 인한 의식의 편중성을 극복하려는 사람이 품격 있는 사람이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다.
드롭박스의 창업자 드류 하우스턴은 "내가 만나는 사람 5명의 평균이 나를 정의한다"라고 말했다. 내가 현재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나를 좌우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이것의 단점도 명확하다. 신념과 생각, 그리고 상황이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만 만난다면 결국 나는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될 뿐이다. 최인철 님이 말한 것과 같이 나와 다른 상황의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평생 왕족과 귀족만 만나왔던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시민들이 빵을 살 수가 없어 배고프다고 하니, "빵이 아니면 케이크를 사 먹으면 되지"라고 이야기한 일화는 너무 유명하다. 나는 그녀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단지 그녀는 몰랐던 것이다. 평생 부유하게만 살아왔기에 평민들의 삶에 대해 그녀는 무지했다.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없다. 섣불리, 지레짐작으로 판단하며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나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 최근 『퇴사 말고 휴직』의 저자인 최호진 님은 20대를 이해해보고자 정기적으로 대학생들 몇몇과 만남을 해오고 있다. 40대인 그가 20대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선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매번 만나고 어울리는 사람만이 아닌, 나와 다른 성향, 환경, 직업을 가진 다양한 이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이를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그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현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민식 PD님은 그의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에서 탄자니아 세렝게티 사파리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3박 4일간 8인승 지프를 타는데 그는 첫날 맨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고 한다. 세렝게티 사파리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에 뒷자리가 많이 불편했다. 그는 다음날도 맨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첫날 맨 뒤에 탔으니, 옮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자신이 불편하다고 자리를 함부로 옮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매일 아침 자리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며 맨 뒷자리에 앉는데, 캐나다 에서 온 대니가 어제도 불편한 맨 뒷자리에 앉았으니 오늘은 앞줄로 가라고 한다. 만약 자신이 바꾸자고 말했다면 3박 4일간의 여행이 조금은 민망하고 껄끄러웠을 텐데, 가운데 앉았던 캐나다 친구들이 먼저 뒷자리로 가겠다고 하니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았다.
양보는 이렇게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주도해야 합니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말 꺼내기 쉽지 않거든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외면적인 것만을 기준으로 유리하다 그렇지 않다 말하는 것이 편협하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수용되는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니 이해 부탁드린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주요 갈등에서 177석을 차지한 여당이, 그리고 부자분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자들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그들이 먼저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리한 자들이 먼저 양보를 하긴 쉽지 않다. 김민식 PD님이 말한 것처럼 그것이 껄끄러울 수도 있을 테고, 유리한 자들보다 당장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겠다.
유리한 위치에 계신 분들이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가 배려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이렇게 긴 글을 쓸 의도는 없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참 좋다. 세계화, 글로벌한 시대에 여전히 지리적으로 나눠진 국경으로 좋음을 판단하는 나를 보고 구닥다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난 대한민국이 좋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하는 국민들이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뭣도 모르지만 감히 사회와 관련된 글을 써봤다. 혹시나 무지하다는 생각이 드시면, 당신의 그러한 생각이 맞다. 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무지하다. 잘 모른다. 그저 표면적으로 일어난 현상을 보고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뿐이니 다시 한번 이해 부탁드린다.
마지막은 얼마 전 종료한 개그콘서트의 왕비호를 따라 하며 마치려고 한다.
* 참고도서
『굿바이, 게으름』, 문요한, 더난
『퇴사 말고 휴직』, 최호진, 와이에이치 미디어
『그랜드 투어-지중해 편』, 송동훈, 김영사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김민식, 위즈덤 하우스
『굿 라이프』, 최인철, 21세기 북스
『말은 운명의 조각칼이다』, 이민호, 천 그루 숲
『마녀 체력』, 이영미, 남해의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