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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26. 2023

행복을 찾아서 (Episode 1)

Day 55

근무하다 잠시 짬을 내, 후배와 산책을 했다. 사무실에 앉아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갑자기 후배가 묻는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나에겐 정답이 있다. 자신 있게 답변한다. "행복이란 어떤 특수한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이 더 많다면 행복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캬~《굿라이프》에서 최인철 님이 알려주신 행복에 대한 정의를 그대로 복사해서 아주 훌륭히 대답했다. 후배가 다시 묻는다. "그럼 지금 행복하세요?"


"그럼 지금 행복하세요?"라는 후배의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분명히 나는, 부정적 감정보다 긍정적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한다. 최인철 님 말씀대로라면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난 행복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가끔 '이 정도 삶이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억지로 자기 합리화를 하곤 한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난 행복을 체감한 적은 단연코 없다.




오늘은 선배와 산책을 했다. 어제 후배가 내게 한 질문을 선배에게 했다. 선배 왈. "나는 지금 삶이 너무 행복해! 집에 가서 아이들 보면 행복하고,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음에 행복하고..... 이러쿵저러쿵" 내 기준에는 너무 소소한 것들뿐이다. 사실 나도 잘 알고 있다. 일상의 작은 경험들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 아무리 감사일기를 써도, 두 팔과 두 다리가 멀쩡해도, 매일 일용한 양식을 먹고 편한 쉼터인 집이 있음에도 '나 진짜 행복해'라는 감정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다.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책들을 볼 때면, 저자의 의도를 의심했다. '저 사람들은 진심으로 행복한 걸까' 나는 그들이 책 속에서 말한 경험을 못했으니, 의심부터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자그마한 것들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그것도 내 가까이에 말이다.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가 행복을 너무 거창하거나 특수한 별도의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만약 그렇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울음이 나오는데, '웃어!'라고 한다고 웃을 수 있는 게 아니듯이, 행복하지 않은데 '소소한 것들로부터 행복감을 느끼란 말이야'라고 한다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감정을 포기해야 할까? 그럼에도 그 감정을 느낄수 있기를 바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감정은 주관적이다. 타인이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아닌, 나 스스로 어떠한 순간에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감정을 느끼는가를 먼저 측정해 보려 한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감사일기 등으로 행복을 느끼진 못한다.) 예를 들면 즐거움, 희열, 짜릿함 등의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의 크기에 따라 이 정도면 '행복한 감정'이라 말할 수 있겠다는 기준을 정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계속적으로 불러올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아직은 '행복'에 대해 잘 모르겠다. 이제껏 이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흘러가는 데로 살아왔다. 시간과 돈에 쫓겨 내 삶을, 행복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후배의 말이 도화선이 됐다. 불혹이 넘은 지금,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과연 어떨 때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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