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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27. 2023

아이는 판단과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Day 56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서 아이 가정교육에 관련한 게시글을 봤다. 글쓴이는 가정교육 잘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 확 티 나는 것과 관련한 항목들을 적었다. 집에 초대했을 때 냉장고 함부로 열어보기, 이 방 저 방 다 헤집고 다니기, 외출복 입고 침대 함부로 눕기 등이 나열되어 있었다. 초등학생 두 아이의 부모로서, 가끔 아이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해당 글에 하나의 댓글이 달렸고, '내가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크게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라는 후회 어린 탄식을 했다. 댓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정교육 못 받았구나 느껴지면 엄마처럼 아빠처럼 친구인 네가 가르쳐 줘. 이렇게 뒤에서 욕하지 말고. 너는 여유로운 부모님 만나 따뜻한 집에서 제대로 배웠겠지만 어떤 친구들은 단칸방에 네 식구 살면서 두 분 모두 새벽 별 보며 출근하시고 아침 달 보고 들어 오시는 가정에서 자라 집에 침대가 없을 수도 있고, 늘 텅 빈 그냥 허연 냉장고만 보다가 4 도어 매직 스페이스 비스포크 이런 냉장고 보면 눈이 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심성은 착한데 잘 몰라서 그랬다면 네가 가르쳐 줘.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 아이들을 어른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건 내 아이에게도 다르지 않다. 이빨 닦지 않고 잠자리에 눕는 아이에게, 공부하기 싫어 뺀질거리는 아이에게, 등교해야 하는데 '5분만 더'를 외치는 아이에게 "너 커서 뭐 될라고 그러니?"라는 말을 쉽게 한다. 아이 친구들이 하루 종일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거나, 화장만 하고 있으면 이렇게 생각한다. '저 아이랑 놀게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아이들에게 어른의 잣대를 들이밀어 아이의 행동을 판단하고 비난한다. 




아이를 변화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판단과 비난이 아니다. 오히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다. 에미 워너의 '카우아이 섬 연구'가 있다. 무려 40년에 걸친 '아이와 환경'과 관련한 연구이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해 나가는 힘을 발휘한 아이들이 예외 없이 지니고 있던 공통점이 하나 발견되었다. 그것은 이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 주고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생 중에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엄마였든 아빠였든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이든 간에. 그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봐 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서 아이가 언제든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던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던 것이다.

- 김주환 님의《회복탄력성》참고 -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다. 우리가 판단하고 비난할 대상이 아닌, 사랑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혹시 아이들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혼내고 험담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알려주는 어른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 아이에게도, 다른 아이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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