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다람쥐 Apr 28. 2023

행복을 찾아서 (Episode 2)

Day 57

어제 팀 회식이 있었다. 6시 정각에 지긋지긋한 회사를 박차고 나와 회식장소로 이동했다. 삼겹살과 보쌈, 두부전골, 그리고 막걸리&새로를 곁들이며 팀원들과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두 시간이 흐른 8시. 2차 장소로 이동했다. 이미 다들 배가 많이 불렀다. 거하게 먹고 싶지 않아 조용한 실내 포장마차로 갔다. 회, 짬뽕라면, 짜파게티, 그리고 또다시 재회한 새로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9시 30분이다. 회식을 끝내고 집에 가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회식이라 팀원 한 명이 아쉬웠나 보다. 집에 가려는 동료들을 붙잡고, 기어코 3차를 가자고 한다. 그렇게 3차가 시작됐다. 


올해 3월 3일부터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업무 시작 전 초고 작업을 하고, 퇴근 이후 약간의 퇴고를 한 이후 포스팅을 한다. 하지만 회식 때문에 저녁 퇴고 작업을 하지 못해 아직 글을 포스팅하지 못했었다. (계획은 9시에 회식을 마치고 이후에 작업할 생각이었다.) 꾸역꾸역 55일을 이어온 나와의 약속을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3차 장소로 이동하는 중간에 잠시 빠져나왔다. 단, 15분 만에 돌아와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다. 퇴고라 부르기에도 창피한 퇴고를 하고, 겨우 56일째 글을 포스팅하는 데 성공했다.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왜 이 지랄을 하고 있는 거야 도대체?'


3차는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었다. 큰 착오였다.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진다. 목요일이 지나 금요일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이미 지하철은 끊겨 다들 택시 타고 집에 돌아갔다. (TMI. 난 자전거 타고 출퇴근한다.) 집에 들어가 씻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두 시다. 

         



매주 금요일 오전 9시에는 사업부 회의가 있다. 임원에게 각 팀별 한 주간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지시사항을 듣는 자리다. 이에 금요일에는 보고내용을 사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어 일찍 출근해야만 한다. 5시 30분에 기상, 6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으니 하품이 몰려온다. 평소 하루 7시간 이상씩은 잔다. 못해도 최소 6시간 이상은 꼭 잔다. 하지만 오늘은 네 시간도 못 잤다. 졸린 게 당연하다. 하루종일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수면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는다. 그나마 금요일이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오매불망 퇴근시간만 기다린다. 오늘은 칼퇴다.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TV를 보며 쉬었다. 하지만 이내 노트북을 챙기고 카페로 향했다. 57일째 글을 쓰기 위함이었다. 또다시 악마가 속삭인다. '그냥 쉬어.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생지랄을 하는 거니? 너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 대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라고 말이다.


"글 쓰는 게 행복하니?"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니요!". 그럼 "재미있니?"라고 묻는다면 이번에도 자신 있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아등바등 글을 쓰려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글을 쓰지 않거나, 책을 읽지 않으면 소중한 하루를 헛되이 보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들 때면 자책하고 자괴감에 빠진다. 그런 나 자신을 마주할 때면 썩 기분이 좋지 않다.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것과는 다르다. 온전히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만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이 든다.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긍정적 감정을 계속 경험하거나, 부정적 감정들을 최소화하는 것. 글쓰기와 책 읽기는 내겐 후자이다. 시간을 허비하기 싫지만, 마땅히 무엇을 할지 떠올리지 못하는 내게 위의 두 가지는 최고의 도구이다. (얼른 내 인생의 방향성을 잡아야 할 텐데, 아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두 개의 행동을 완수하고 나면 행복까지는 모르겠고, 적어도 나 자신이 뿌듯하고 대견하다는 감정은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자책감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 불행한 삶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나 왜 이렇게 살지?'라는 후회를 한다. 공부와 TV 보기를 고민하다 TV 보기를 선택하고, 나중에 후회한다. 후회하지 않는, 적어도 불행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내게 조금이나마 긍정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선택일까? 김창옥 님의 말씀이 조금이나마 불행을 최소화하고, 행복에 다가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소개해본다.


건강한 것들은 하고 나서 기분이 좋고
건강하지 않은 것들은 하기 전에 기분이 좋다.

운동하러 가기 전에 절대 운동하러 가기 싫다.
하지만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건강한 음식을 먹기 전에 햄버거와 감자튀김에 끌린다.
그런데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

무언가를 하기 전의 기분에 집중하는 대신
하고 난 후의 기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위의 말이 내 기준에는 정확히 부합한다. 하고 난 후의 기분에 집중에서 선택을 하면 적어도 후회 등의 부정적 감정은 피할 수 있다. 57일째 글을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썼다. 지금 당장은 뿌듯하고, 적어도 내일 까지는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하루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는 판단과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