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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30. 2023

묵은 메모여. 이제 그 빛을 발할 때가 됐다.

Day 59

최근 메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내가 속한 조직의 전략 총괄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영업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상품개발 등, 각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업무 사항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리뷰와 인사이트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에 이메일과 미팅, 그리고 자료 등을 통해 각 부서에서 공유하는 내용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실무를 하는 그들에게 현황과 계획에 대해 두 번 묻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말이다.    


전략팀의 주요 업무는 자료 작성이다. 수시로 윗분들에게 조직의 업무 진행 경과 및 향후 운영 방향성에 대해 보고한다. 자료 작성은 매번 어렵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인사이트에서 막힌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현황을 정리하고 리뷰하는 작업도 녹록지 않다. 공유해 주셨던 내용들을 인지, 이해하고 그것들을 압축 요약해서 간결하게 정리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자료 작성에 근간이 되는 내용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공유받은 내용들을 메모하는데, 이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진행한 업무들과 윗분들이 간간히 드러낸 맥락들을 자료 작성 시 참고하기 위해 적어놨다. 하지만 그것들을 찾고, 엮는데 애를 먹는다. 자료 작성에 진도가 세월아 네월아다.


비단 회사에서 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책과 인터넷, 대화를 통해 공감되는 내용들을 수집해오고 있다. 과거에는 에버노트, 최근엔 노션이라는 디지털 메모 앱을 사용해, 해당 내용들을 차곡차곡 저장한다. 하지만 개인 생활에서도 업무와 마찬가지로 메모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무슨 내용을 적었는지, 현재 내 상황에 적용가능한 메모는 무엇인지 찾는데 한참이다. 그동안 왜 적고 분류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여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 자신이 한심하다.      




메모는 중요하다. 적지 않으면 휘발성이 강한 생각들은 금세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꾸준히 메모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메모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메모를 이용하는 방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보고자 얼마 전 김익한 님의 《거인의 노트》를 읽었고, 지금은《세컨드 브레인》을 읽고 있다. 조금씩 어떻게 메모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감이 잡힌다.


'메모는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메모하는데 공부를 해야 돼?'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공부하고 적고를 반복했지만, 변한 건 없었다. 성장하고자 상당한 시간을 투여했지만, 매번 제자리만 맴도는 느낌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이에 효율적 메모 방법을 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 결과, 미국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엉뚱한 곳에 보관된 메모나 물건, 파일을 찾느라 1년에 76시간을 사용한다. 또 미국의 시장분석기관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식 노동자는 업무 시간의 평균 26퍼센트를 다양한 시스템에 분산 저장된 정보를 찾고 통합하는 데 쓴다. 심지어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경우는 56퍼센트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주 4일 동안 근무하는 사람의 경우 그중 하루 이상을 필요한 정보를 찾느라 허비하는데 그렇게 해도 찾지 못할 때가 절반에 달한다.

- 《세컨드 브레인》, 티아고 포르테 저, 쌤엔파커스 -


위의 문장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동일한 경험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만 멍청이는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안도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더 성장하고 싶다면 달라져야 한다. 지금처럼 시간만 허비하는 미련한 메모를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를 단순히 메모 적는 사람이 아니라 메모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당신은 지금 미래의 자신에게 찾기 쉽고 이해하기도 쉬운 지식을 선물하고 있다.

-《세컨드 브레인》, 티아고 포르테 저, 쌤엔파커스 -


메모란 그저 적는 행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내가, 언젠가 메모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 그와 관련된 것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이해와 적용이 쉽도록 계획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제 오랜 시간 묵은 별빛에 지나지 않았던 수많은 메모들이 그 빛을 발할 때다. 잠들어있던 메모여, 이제 너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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