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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y 04. 2023

오르막과 허벅지

Day 63

매일 출퇴근을 자전거로 한다. 출근길은 비교적 내리막이지만, 반면에 퇴근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는 오르막이다. 오르막이 힘들어, 전기 자전거를 구매해야 하나 생각도 했었다. 힘든 건 딱 질색이다.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손쉽게 오를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좋은 자전거를 사면 된다. 카본 소재로 자전거 자체가 가볍거나 기어가 높은 것, 혹은 좋은 바퀴로 갈아 끼우면 지금보다 한층 오르막을 수월하게 오를 수 있겠다. 다만 조금 돈이 든다. 둘째, 허벅지 근력을 키우면 된다. 허벅지 근육량이 증가할수록 힘은 분명 덜 든다. 다만 천국의 계단 등, 허벅지 운동으로 충분한 근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힘들게 하는 오르막 코스는 터널이다. 경사가 심한 건 아니다. 다만 은근한 경사가 있고 꽤 거리가 길다. 경사가 심한 편은 아니기에, 자존심 때문에 내려서 걷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허벅지는 당기고 숨이 거칠 정도는 된다.   


많은 돈을 투자해, 더 좋은 자전거를 보유한 사람은 내 바로 앞에서 출발했음에도 앞으로 쑥쑥 나간다. 똑같은 오르막인데,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오르막도 돈 앞에선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서울시 공용 자전거 따릉이가 나를 앞질러가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공용보다는 사재인 내 자전거가 더 좋을 텐데...) 평소에 얼마나 운동을 하셨는지 뒤에서 보면 종아리가 단단하다. 근력 앞에 오르막은 대수롭지 않은 상대다. 


회사 동료들과 로또 당첨돼서 경제적으로 넉넉해졌으면 좋겠다고 매일 이야기한다. 오늘도 간절함을 담아 회사 앞 슈퍼에서 단체로 스피또를 구매했다. 누군가 되겠지만, 그게 나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녹록지 않은 세상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 돈이 있으면 분명 유리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한 달 벌어 한 달 살기 바쁘다. 현재 상황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선 결국 내 역량을 키우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 방법이 글이 됐든, 주식이 됐든, 개인 사업이 됐든 말이다.  


비약일 순 있지만 자전거로 오르막을 매일 오르며 인생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똑같은 오르막을 마주하지만 좋은 자전거와 근력이 있는 사람은 손쉽게 오르막을 올라선다. 마치 만만치 않은 현실 앞에서 돈과 역량을 보유한 사람이 멀찌감치 앞서 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복권이 당첨되지 않더라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튼튼한 허벅지를 만들면 된다. 공부 열심히 하고, 직접 행동해 보고, 결과를 피드백하며 학습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오르막의 끝인, 터널 출구에 비치는 빛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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