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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y 05. 2023

뻔뻔한 글쓰기

Day 64

매일 글을 쓰지만, 미리 글 쓸 소재를 준비하진 않는다.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노트북을 열고, 브런치 앱을 켠다. 카카오 로그인을 하고 글쓰기 버튼을 클릭한다. "제목을 입력하세요"라는 큰 글씨와 함께 온통 하얀 바탕 화면이 자신을 채워주길 기다린다. 막막하다. 


글 쓸 소재를 사전에 준비하지 않는 이유는, 미리 준비한 소재들이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과 또 다른 소재들을 끌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애써 떠오른 생각과 소재들을 버리기가 아깝다. 어떻게든 그것들을 한데 버무리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다 보니 글이 무거워졌다. 한 편의 글을 쓰는데 오랜 시간이 투여됐고, 글을 쓰는 게 점차 버거웠다. 여러 소재들을 엮는 무거운 글이기에 생각하는 시간은 길어졌고, 정작 글쓰기를 자꾸 미루는 습관이 생겼다.   

 



소재를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고 무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얀 바탕에 까만 글씨를 채우기 위해 메모 도움을 받는다. 노션 앱에 저장해 놓은 메모들을 하나씩 흝어본다. '이거다'싶은 메모를 기반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생각은 오래 하지 않는다. 우선 쓰고 본다. 그러다 보니 지금 쓴 글이 어디로 향할지 종잡을 수 없다. 쓰다 보면 글의 주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경우도 많다. 연결은 매끄럽지 않고 내용은 허점 투성이다. 그럼에도 매일 하나의 글쓰기라는 데드라인이 있기에 꾸역꾸역 글을 완성하고, 빈약한 글이지만 공개된 장소에 포스팅한다. 사람인지라 생각과 내용이 풍성하게 담긴 다른 분들의 글과 비교를 한다.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앵무새 죽이기』작가 하퍼 리는 "글쓰기 재능을 연마하기 전에 뻔뻔함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창피하다고, 부끄럽다고 글을 쓰는 것을 주저해선, 글쓰기 실력은 제자리고 습관도 들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냥 쓰고 본다. 언젠가 조금이라도 성장한 내 글을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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