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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y 03. 2023

오르막 내리막

Day 62

3월부터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고 있다. 다행히도 평일에 큰 비가 내린 경우가 적어,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출근길은 전체적으로 내리막이다. 반면에 퇴근길은 출근길과 반대로 약간의 오르막이 있다. 그동안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이기에, 퇴근길에 마주하는 약간의 오르막 코스에 조금 애를 먹는다. (오르막이 힘들어 가끔은 아침에 자전거를 끌고 나오기 싫을 때도 있다.) 길 전체가 오르막은 아니다. 딱 한 코스에서만 유달리 힘이 든다. 급격하진 않지만 미세한 경사가 있고, 약 3~4분 정도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야 하는 터널 안에서다. 터널 중간쯤 도착하면 허벅지가 당긴다. 이제 겨우 중간, 출구는 여전히 멀어 보인다. 내려서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사나이 허벅지 자존심, 이 정도에 무릎 꿇을 수 없다며 꾸역꾸역 페달을 밟는다. 터널 출구에 다다를 때면 숨소리는 거칠고, 심장은 쿵쾅거린다. 허벅지는 여전히 당기고.


오르막을 올라왔으니, 이제 내리막 차례다. 고생한 만큼 달콤한 열매를 맛볼 때다. 이번에는 페달을 밟는 노력 따윈 하지 않는다. 어떠한 운동에너지도 소모하지 않고, 오직 위치에너지만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자연스럽게 목적지인 집이 가까워진다. 시원한 저녁 바람은 덤이다. 봄과 여름의 한가운데인 지금, 자전거 하강하며 마주하는 저녁 바람은 꽤 기분이 좋다. 업무와 오르막 스트레스는 금세 잊힌다.        


자전거로 출퇴근 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됐다. 몸도 마음도 이제는 적응이 된듯하다. 허벅지 당김, 숨 헐떡임, 그리고 심장 박동수는 더 이상 이전처럼 격하진 않다. 출퇴근 자전거에서 만큼은 고통은 없다. 오직 희열만 있을 뿐이다. 대중교통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아침 햇살, 저녁 석양, 그리고 바람과 함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힘든 순간을 참고 견뎌내면, 분명 이를 보상할만한 좋은 순간이 온다. 출퇴근길 오르막과 내리막처럼 말이다. 고작 하루 왕복 1시간 자전거 타기로 너무 비약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크든 작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세상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생 끝에 정말 낙이 온다. 삶 속에서 오르막을 꾸역꾸역 올라내, 신나게 내리막을 내려오는 희열을 맛보시길 바란다. 신남과 뿌듯함, 일석이조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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