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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y 11. 2023

조직 내 주니어 vs 시니어 간극을 해소하는 방법.

Day 70

회사에서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주제는 '주니어와 시니어의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나는 시니어 입장에서 대학생들과 인터뷰를 했다.(13년 차 직장인이다.) 인터뷰 내용 전부가 기억나진 않는다. 기억을 더듬으며, 직장 내에서 고연차와 저연차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Q : 주니어와 시니어 사이에서 일어나는 간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음.. 시니어는 '꼰대'이고 주니어, 소위 말하는 MZ는 '자기중심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서로에게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시니어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최근 새롭게 시작하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를 보셨나요? 장동화라는 신입 의사가 들어왔어요. 김사부는 신입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말을 했는데, 장동화는 김사부가 함부로 대들지 말고 기부 터 꺾어 놓는다고, 다른 의사들과 다를 바 없는 꼰대라고 말을 했어요. 그러자 김사부가 이렇게 답변을 해요.


교육인지 훈육인지 구별도 못하고 나이 많은 것들이 하는 소리는 죄다 꼰대질로 제쳐버리면서 선생님은 무슨 말라비틀어질 놈의 선생님이야!!


선배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실제 꼰대짓이 아닐 수도 있어요. '나이 많은 사람들은 꼰대'라는,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MZ가 자기중심적이고, 개인 생활을 중시하기만 하냐? 절대 그렇지 않아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배울만한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세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개개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Q : 회사에서의 커리어와 개인의 성장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나요?


A : 회사 커리어와 개인 성장을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태도와 자세를 중시하거든요. 내가 맡은 업무를 책임지려 하고, 잘 해내고자 하는 마인드는 개인 성장에서만 발현되는 게 아니에요. 태도와 자세, 그리고 마인드는 사람의 기본적인 소양이자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개인 성장이라는 빌미로, 회사 일을 대충 하는 사람이 과연 개인 성장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받는 만큼만 한다", "9 to 6을 철저히 지킨다." 말들 많이 하시죠. '워라밸은 제쳐두고 야근을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절대 아니에요. 9 to 4를 해도 상관없어요. 다만 맡은 업무를 책임질 줄 알고, 잘 해내고자 하는 자세가 있는 사람은 굳이 개인 성장과 회사에서의 커리어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경우, 3년 내에 퇴사하는 게 목표예요. 회사에 묶여있는 8시간이 너무 아깝거든요. 퇴사를 위해 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일을 절대 내팽개치지는 않아요. 지시한 것 이상으로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요. 야근도 종종 하고요. '임원이 되고 싶다'라는 회사에서 커리어적인 의미는 아니에요. 그런 거엔 별로 신경 쓰지도 않고, 관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일을 못하고 싶진 않아요. 항상 잘 해내고 싶어요. 그런 마음으로 업무에, 그리고 개인 성장에도 임하고 있습니다. 


Q : 주니어와 시니어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A : 저는 가족 간에도 예의와 매너가 중요하다 생각해요. 일적으로 만난 관계에서는 더더욱 중요하죠. 구체적인 예시를 들지 않아도 우리 다 알잖아요. 예의와 매너가 어떤 말과 행동을 가리키는 줄을요. 사람 관계에서 기본적인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심리학에는 '메라비안의 법칙'이 있어요. 이야기를 할 때, '좋은 내용을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떠한 태도로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죠. 특히 선배인 시니어가 유의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더 많은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 함부로 말과 행동을 내뱉기 쉽기 때문이죠. 힘이 있는 사람이, 먼저 배려해야 합니다. 주니어 후배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자기와 다르다고, 선배에게 막무가내식으로 들이받아서는 안 돼요. 


소통에 관해선, 역지사지를 떠올려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타인이 내게 매너 없는 말과 행동을 하면 기분이 어떠세요?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이 느껴지나요? 당연히 상대방이 싫어지실 거예요. 설사 옳은 말을 하더라도 말이죠. 자신의 행동을 떠올려보세요. 혹시 내가 누군가에게 당했던, 꼴 보기 싫은 행동들을 내가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죠. 


Q : 시니어 분들이 명확한 업무 지시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 저는 두 가지 때문이라 생각해요. 첫째는 생각하기 귀찮아서, 둘째는 잘 몰라서요. 가끔 선배들은 후배분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지 않고 알아서 해오게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핑계라 생각합니다. 창의력은 무조건적인 자유가 아니라,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발현되는 경우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적용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창의력은 조직 내에서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 아이디어가 무시당했다는 자존감 하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선배가 업무지시를 할 때는, 윗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서는 안 됩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이해한 이후, 후배가 망망대해에서 허우적대지 않도록 명확하게 업무 지시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선배도 후배도 두 번 일하는 경우를 줄이실 수 있어요.  


Q : 최근 주니어 분들의 퇴직이 많은데,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요?  


A : 개인의 성장, 비전과 업무가 일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물론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생각해요. 수천 명이 넘는, 직원 개개인의 비전을 어떻게 업무와 일치시킬 것이며, 회사 일은 CEO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기에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목표라고 생각해요. 내 회사도 아닌데 '주인 정신을 가져라'라는 말과 똑같은 거죠.   


그저 회사나 팀에서 내가 의미 있고,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업무가 중요하고,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말이죠. 팀에서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 정말 괴로워요. 제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얼마 전,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됐어요. 부족한 부분이 많아 주변 분들이 제 부족함을 메워주셨는데요. 사실 제가 없으면 더 빨리, 잘할 수 있는 업무였어요. 정말 퇴사하고 싶었습니다.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말이죠. 


Q : 좋은 조직 문화는 어떤 걸까요?


A :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가 있어요. 사내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였어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음에도 어떤 팀은 성과를 내고, 또 다른 팀은 그러지 못하는지 의문을 풀기 위해 진행했어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4년간 진행됐어요. 엔지니어, 통계전문가,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80명과 함께 말이죠. 프로젝트의 결과는 다음과 같아요. 성과를 내는 조직에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이 어떤 의견을 말해도 이상한 의견이라고 무시당하거나 깔보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다는 거죠. 


저는 이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제 의견과 주장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저처럼 많은 분들이 창피당하기 싫어서 좋은 생각과 의견이 있음에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해요. 어떤 이야기를 해도 존중받는다는 믿음이 있으면, 더 풍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것이고, 조직에 더 좋은 선택지들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죠.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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