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6
삼성 이건의 회장이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이건희 회장의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제 이건희 회장의 편지는 아니라고 한다.)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또 운동하세요. 3천 원짜리 옷 가치는 영수증이 증명해 주고, 3천만 원짜리 자가용은 수표가 증명해 주고, 5억짜리 집은 집문서가 증명해 주는데, 사람의 가치는 무엇이 증명해 주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바로, 건강한 몸이요! 건강에 들인 돈은 계산기로 두드리지 말고요. 건강할 때 있는 돈을 자산이라 부르지만, 아픈 뒤 그대가 쥐고 있는 돈은 그저 유산일 뿐입니다.
지독한 감기가 걸렸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다) 본래 기관지가 약한 편이라 환절기마다 감기에 걸리곤 했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감기에 걸린 적은 없었다. 분명 마스크 덕분이리라. 오랜만에 경험하는 감기의 고통은 꽤 괴로웠다. 계속되는 기침에 목이 따갑고, 지금은 폐까지 욱신욱신한다. 기침하는 순간이 두렵다. 자꾸 폐 주변을 자극해 통증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내게 최고의 관심사는 단연 돈이었다. 경제적 자유를 이뤄 남은 인생을 즐기며 살고 싶었다. 내 커리어의 최종 목표인 한량이 하루빨리 되길 바랐다. 이를 위해 재테크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돈이 넉넉하진 않아도 희망은 있었다. 꾸준히 공부해서 부의 사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하지만 몸이 아프니 만사가 귀찮다. 제발 이 고통이 멈추길 바랐다. 낮밤을 가리지 않는 기침과 어지러움으로 밤에 잠을 못 잘 때면 '그냥 이대로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겨우 이 정도 고통으로, 이런 한심한 생각을... 정말 나약하다. 하지만 절대 그런 행동을 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이세요?'라고 묻는다면, 지금 내 상황에선 단연 '건강'이다. 잠시 건강을 잃어보니 확실히 알겠다. 건강이 보장되지 않으면, 돈은 정말 쓸데없는 숫자놀음에 불과하고, 행복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족에겐 오히려 짐만 될 뿐이다.
겨우 감기 따위로 확대해석한다 생각할 수 있겠다.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한 자잘한 사고들이 사전에 존재한다는 법칙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하나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재해로 연결될 뻔한 사건이 300번 정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중간중간에 작고 사소한 사고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결국 큰 사건이나 사고로 연결된다는 의미이다.
큰 병도 아니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을 보내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자그마한 건강 이상 신호를 허투루 생각해선 안 된다. 하인리히 법칙처럼 큰 재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사소하더라도 몸이 보내는 신호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아프면 잠시 쉬어야 하고, 통증이 느껴지면 즉각적으로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준비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돈 권력 인정 성공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린다. 이 모든 것들을 이룬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지만 건강이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은 부질없다. 마스크를 벗고, 환절기라는 시즌적인 이슈에 여기저기 아픈 사람들이 많다. 부디 자신의 건강을 꼭 잘 챙기시길 바란다. 몸은 솔직하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거부하지 마시길 바란다. 끝으로 한때 〈이건희 회장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떠돌았던 편지 내용을 공유한다. (실제 이건희 회장이 쓴 편지는 아니라고 한다.)
나의 편지를 읽는 아직은 건강한 그대들에게!
아프지 않아도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아보고,
목마르지 않아도 물을 많이 마시며,
괴로운 일 있어도 훌훌 털어버리는 법을 배우며,
양보하고 베푸는 삶도 나쁘지 않으니 그리 한번 살아보세요!
돈과 권력이 있다 해도 교만하지 말고,
부유하진 못해도 사소한 것에 만족을 알며,
피로하지 않아도 휴식할 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또 운동하세요
3천 원짜리 옷 가치는 영수증이 증명해 주고,
3천만 원짜리 자가용은 수표가 증명해 주고,
5 억짜리 집은 집문서가 증명해 주는데,
사람의 가치는 무엇이 증명해 주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바로, 건강한 몸이요!
건강에 들인 돈은 계산기로 두드리지 말고요.
건강할 때 있는 돈을 자산이라고 부르지만
아픈 뒤 그대가 쥐고 있는 돈은 그저 유산일 뿐입니다...
세상에서 당신을 위해 차를 몰아줄 기사는 얼마든지 있고,
세상에서 당신을 위해 돈을 벌어줄 사람도 역시 있을 것이요!
하지만 당신의 몸을 대신해 아파줄 사람은 결코 없을 테니,
물건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거나 사면되지만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것은 하나뿐인 생명이라오!
내가 여기까지 와보니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요?
무한한 재물의 추구는 나를 그저 탐욕스러운 늙은이로 만들어 버렸어요
내가 죽으면 나의 호화로운 별장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살게 되겠지
내가 죽으면 나의 고급진 차 열쇠는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게 되겠지 요
내가 한때 당연한 것으로 알고 누렸던 많은 것들...
돈, 권력, 직위
이제는 그저 쓰레기에 불과할 뿐...
그러니...
전반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여!
너무 총망히 살지들 말고
후반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아!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행복한 만년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사랑해 보세요
전반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던 나는
후반전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패배로 마무리 짓지만
그래도 이 편지를 그대들에게 전할 수 있음에 따뜻한 기쁨을 느낍니다
바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며 살아가기를..
힘없는 나는
이젠 마음으로
그대들의 행운을 빌어줄 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