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8
퇴근 이후, 휴가, 주말, 공휴일에 시간을 내서 자기 계발을 하는 중이다. 독서 글쓰기 주식이 내 주요 공부 분야다. 해당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학습한 지, 이제 2개월 됐다. 물론 이전에도 했었다. 하지만 띄엄띄엄 건성건성이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지식이 늘고 있지만, 내 생각이 자란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매일 주식 일지를 쓰지만, 여전히 주식 세계에서 실낱같은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2달을 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정말 눈곱만큼이라도 성장을 체감해야 할 텐데...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느낌이다.
책 많이 읽는 사람은 헛똑똑이라고 한다. 책을 읽음으로써 타인의 지식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진짜 똑똑이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도 지식을 축적해서 백과사전은 될 수 있을지언정 천재는 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천재는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생각으로부터 탄생하기 때문이다.
주식 일지는 엑셀에, 지식 일지는 노션 앱에 메모한다. 하지만 지나간 메모들을 다시 보거나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메모함으로써 '오늘 하루도 마냥 놀지는 않았구나'하며 자기 위로만 할 뿐이다. 메모한 내용을 소화하는 과정은 거치지 않는다. 바로 다음 메모거리를 찾아 떠난다. 매번 타인의 지식과 결과만 쫓는 중이다. 이러다 보니 저자의 지식을 전혀 현실에 적용하지 못한다. 저자와 완전히 똑같은 상황이 아닌 경우에 지식을 활용하지 못한다. 분명 메모할 때는 완전히 이해한 것 같았는데 말이다.
머리에 입력했다고 다 자기 것이 아니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사유와 사색, 비판과 반론이다. 공부한 내용을 연결, 결합, 융합해 보는 사유와 사색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공부한 내용을 반론, 비판, 반박 비평해봐야 한다. 요약하는 건 기본이고, 요약한 내용을 평가하기까지 해야 자신의 의견, 생각이 된다. 칼럼 한 꼭지를 읽으면 자기 생각을 한 줄이라도 정리하고, 강의 30분을 들으면 자기 의견을 한 마디라도 건져 올려야 한다. 생각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생각을 거쳐야 한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저, 위즈덤 하우스 -
인풋만 해서는 배울 수 없다. 헛똑똑이에 불과할 뿐이다. 타인의 지식을 내 것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 없는 지식은 그저 사람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앵무새를 양산할 뿐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있다. 해당 영화에서 모피어스는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맞다. 언제 우리가 하는 일이 생각대로 된 적 있었던가?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웠더라도 실제 현실에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발생한다.
〈축적의 시간〉의 저자 이정동 교수님은 아이디어는 발에 치일 정도로 흔하다고 말하며 유출돼도 전혀 문제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피드백하며 스케일 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인이 전 세계 특허 기준 5~6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훌륭한 아이디어 창출 능력을 갖고 있지만, 행동하고, 행동으로부터 피드백하며 스케일업 하는데 익숙지 않아 신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한다.
'꿈은 동사다'라는 말이 있다. '공부한다' '밥을 먹는다' '책을 읽는다' '글을 쓴다'처럼 행동이 있어야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손기원 님의 《공자처럼 학습하라》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자신을 완성해 가는 '두 개의 긴 여행'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이고, 또 하나는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한다. 머리로 공부해도 가슴으로 느끼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가슴으로 느껴도 실천하는 데 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지식을 머리로 학습했다면,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해석으로 가슴에 새길 수 있어야 한다. 그다음, 가슴에만 머무르지 말고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조금씩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