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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y 22. 2023

내향인의 휴가 보내기

Day 79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휴가를 냈다. 주말을 포함해 4일 연속으로 쉰 셈이다. 휴가 때 내 일상은 주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 일찍 카페에 가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점심에 아내와 데이트하고(식사 or 영화), 저녁이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주말과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들 학교 등하교와 학원 이동을 책임지는 것뿐이다. 휴가라고 해서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다.  


회사 동료들을 보면, 휴가를 활용해 국내외 여행을 다니거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경우가 많다. 매일 출근해 회사에 머물러야만 하는 직장인의 삶에서 완전히 탈피해, 평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며 쌓여왔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휴가 계획을 잡으면, 동료들이 흔히 묻는 질문이 있다. "이번 휴가 때 뭐 할 생각이야?" 별다른 것 없는 나는 "그냥 집에 있으려고요."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가끔 동료들 휴가 계획에 비해 별 볼 일 없고, 무미건조한 내 휴가 일정을 말할 때면, 소중한 휴가를 의미 없이 사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성향에 따라 휴가 형태도 다르다.


내향인과 외향인은 도파민 수용체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도파민은 행복, 쾌락, 흥분과 관계된 호르몬인데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에 의해 분비된다. 외향인은 도파민이 선사하는 신경적 흥분에 보다 둔감한 사람이다. 그래서 도파민 분비를 부르는 외부자극에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오히려 자극 없이 지루한 환경을 고통스러워한다.

반면 나 같은 내향인은 이완된 상태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인 아세틸콜린의 분비에 더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사람이나 새로운 자극, 경험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은 것이다. 이들에게 쉰다는 것은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라, 내 집 거실 소파에 퍼져서 TV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을 뜻한다. 이런 성향은 타고나는 것이고, 훈련에 의해 바뀌는 게 아니다.

-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남인숙 저, 21세기 북스 - 


휴가란 '직장 학교 군대 따위의 단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을 의미한다.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같은 직장인에겐 직장에서 필연적으로 받게 되는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취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내향인이다. 가족 외에 누군가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다. 내가 뱉은 말이, 혹은 행동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전전긍긍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민감하다. 상대방의 아무 의미 없이 던지는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다. 그 자리에선 아무 말도 못 하면서, 집에 돌아와 혼자 상처를 되새기며 힘들어한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지금은 사람과 대면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일 년에 약속 잡는 횟수는 한 손가락에 꼽는다. 그리고 집 밖을 잘 벗어나지도 않는다. 내향인인 내게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공간에 머무는 자체가 압박이 되기 때문이다. 내게 휴가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다. 여행이나 활동적인 행동이 아닌,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Only 가족) 사이에서만 마음의 평안과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내향적 성격의 범주에서 한 발짝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사람과 접촉하고, 낯설고 다양한 환경을 마주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6월 6일 현충일은 화요일이다. 이에 월요일인 5일은 샌드위치 휴가를 사용, 또다시 이번처럼 4일을 쉴 계획이다. 이번에는 조금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을 접하며, 나를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생각해 본다. 물론 아직 계획은 없다. 하지만 글에는 힘이 있으니, 분명 때가 되면 나를 움직이게 할 것이라 믿으며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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