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79
회사에서 동료 2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동료 중 한 명은 올해 살을 상당히 뺐고, 몸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는 23년 1월부터 어제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고 한다. 그에게 물었다. "66일간 매일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말, 저는 잘 모르겠어요. 매일 글을 쓰지만 매번 '오늘 하루는 쉴까?'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어떻게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할 수 있죠? 놀거나 쉬고 싶진 않으세요?" 그가 말했다. "저도 운동하러 갈 때마다 고민해요. 오늘은 약속을 잡고 놀까? 하루쯤 빠져도 되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막상 헬스장 가면 운동하게 되더라고요. 가기 전이 힘들지, 일단 헬스장에 가고 나면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게 돼요."
내 경험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00일, 혹은 1,000일 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해서 루틴이 자동적으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듯하다. 매일이 행동을 앞에 두고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그리고 잠시 방심하면 금세 루틴이 생기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습관이란 아무 수고 없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매번 중단하고 싶은 본능을 거부하고 의지를 발휘해 꾸역꾸역 해 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쉬고 싶고, 드러눕고, 더 잠자고 싶은 본능이라는 놈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틈만 있으면 내 머릿속을 들락날락거리며 속삭인다. '너 글 써서 뭐 할 건데? 그냥 쉬엄쉬엄 해'라고 말이다. 요놈이 한번 속삭이면 그날은 정말 글쓰기 싫다. (얼마 전에는 결국 무릎을 꿇은 적이 있긴 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억지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우선 매일 글을 쓰는 공간에 가 앉기라도 하자는 생각을 한다. 평일 업무 시작 전, 회사 휴게실을 가고, 주말 아침이면 아무 생각 없이 카페를 가는 이유다. 해당 공간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접속해 글을 쓴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쓰기 싫었는데 말이다.
동료가 헬스를 하루도 빠짐없이 할 수 있었던 원리도 비슷하다. 운동하기 싫을 때, '아~운동해야 하는데'가 아니라 '우선 헬스장만 가자'고 생각하는 것이다. 집에서 운동할 때도, '오늘 팔 굽혀 펴기 30개 해야 하는데'가 아니라 '오늘은 하기 싫으니 한 개만 하자'고 목표를 작게 잡으면 쉽게 행동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시작하면 '이왕 시작했으니 그냥 평소처럼 하자'가 된다.
습관이란 어떤 수고 없이 자동적으로 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매번 의지를 발휘해야만 한다. 힘들어도 동일한 행동을 계속해볼 생각이라면, 목표되는 행동의 작은 계기가 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나처럼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물 마시기' 등 아주 사소한 행동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 와서 글을 쓴다. 회사에서 조금 지쳤는지 퇴근 후, 회사 휴게실에서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집에 와서 쉬고 싶었다. 의지를 발휘해 우선 노트북을 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있긴 하다. 다만 평소 익숙한 공간이 아닌, 집에서 글을 쓰니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됐다는 마음으로 대충 글을 끝맺고 싶기도 하다. 역시 내 글쓰기 습관의 작은 트리거는 회사 휴게실과 카페다. 이 점을 잊지 말고, 글쓰기가 귀찮을 때는 생각하지 말고 그저 익숙한 공간으로 가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글쓰기 습관을 계쏙 이어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