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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y 19. 2023

아이가 30점을 받았습니다.

Day 77

퇴근길, 가족과 먹으려고 떡볶이와 튀김, 어묵을 사가는 길이었다. 딸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 영어 리뷰 테스트 30점 맞았다고, 예상보다 못 봤다고 서운해한다. 딸에게 물었다. 


"00아, 저번 시험에서는 몇 점 받았었지?"
아이가 말한다.
"21점"
"저번보다 잘 봤네.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었는데!
그러면 됐어!!
다음엔 30점 넘어보자




'2023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OECD 38개국 중 35위라고 한다. 뒤에서 한 손가락에 꼽히는 순위다. 흔히들 헬조선이라 하는데, 수치로 봤을 때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대한민국 세계 경제 순위는 13위, 호주 스위스 스웨덴 보다 높을 정도로 부유한 나라인데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유를 모르진 않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비교와 경쟁 위주의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동감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는 타인이 나보다 잘나면 배알이 꼴려 시기하고 질투한다. 내가 어떤 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패배감과 열등감에 스스로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간다. 비교와 경쟁 시스템이 만연한 사회에서 불행의 늪을 빠져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분명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어디선가 만나게 된다. 설령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 해도, 운동과 같은 다른 종목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뤄낸 사람을 만나면 부럽고 시기하는 마음이 생긴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 최고 경지에 이를 수 없다. 이에 비교와 경쟁하는 마음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현재 초등학생 두 아이의 아빠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듯하다. 아이들을 비교와 경쟁의 상자에 가두려는 언행들을 종종 목격한다. "누구는 매일 스스로 책을 읽는데" "누구는 이번 영어 시험 100점 맞았다더라." "누구는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서 상 탔대." 아이들에게 "누구는~~"으로 시작하는 비교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다른 아이들은~~"도 많이 한다. 이런 부모의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다른 사람보다 잘해야 하는구나.' '옆집 애보다 못하니, 난 멍청한 아이인가 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나 역시 두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바란다. 이에 사립 초등학교를 보내고, 학원 뺑뺑이도 시키는 중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교와 좋은 직업을 위해 공부를 잘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공부 잘한다고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꼰대일 수 있지만 공부는 인생에 있어 기본적인 도움은 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 생각한다. 이에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붙잡아 시키기도 한다. 화도 내고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아이들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하기도 하고...(아.. 쓰다 보니 고칠게 많은 아빠다.) 


하지만 절대 내뱉지 않는 말이 있다. "누구는 00 한다는데...." "다른 아이들은 이렇다는데...." 하는 비교의 말이다. 가끔 비교를 시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의 비교 대상은 오직 아이들 자신뿐이다. "어제보다 성장하는 오늘이 되자" "저번 시험보다 1점이라도 잘 보면 그걸로도 충분히 굉장한데" 등의 말을 할 뿐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가 시험을 보고 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번에도 꼴찌 3인방이야. 그래도 그중에선 내가 제일 잘해." 꼴찌 3인방임을 당당하게 말하는 딸을 보면 흐뭇하다. 비교와 경쟁이라는 사회적 프레임에 열등감을 갖고 살지는 않은 듯해서 다행이다. 남들의 기준에 있어 보이는 삶이 아닌, 스스로 만족하고 재미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 이에 비교와 경쟁의 씨앗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지 않다. 등수 순위 승리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세상은 정말 살 만하고, 재미있고, 즐거워!!" 우리 아이들은 아빠와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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