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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May 20. 2023

콘텐츠 제작하는 사람의 책임

Day 78

최근 뉴스를 볼 때면 어질어질하다. 마약 폭행 왕따 음주운전 자살 등 사회적 사건 사고들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뉴스 메인을 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슈들을 마주할 때마다 과거에도 동일한 사건들은 발생했었지만, 그저 지금은 SNS의 발달로 쉽고 빠르게 정보를 접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세상은 계속해서 살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절대 삭막해지고 있지 않다고 애써 위로했다.     


최근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읽고 있다. 여러 설득 원칙 중, 사회적 증거에 사람들은 쉽게 설득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하는 행동을, 우리는 자동 반사적으로 따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가 인지하고 있는, 특별하거나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증거의 부정적 사례로 자살 보도가 또 다른 자살을 불러일으킨다는 내용은 충격이었다.  


필립스라는 학자는 연구를 통해 자살 보도와 뒤따르는 자살률의 연관성을 증명했다. 1947년에서 1968년 사이의 미국 자살 통계 자료를 자세히 분석해 신문 1면에 자살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두 달 사이에 평균 자살률이 평소보다 58퍼센트나 증가했다고 한다. 자살 사건 보도 한 건 한 건이 사람을 58명씩 살해한 셈이다. 필립스는 또한 첫 번째 자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지역에서 모방 자살의 수도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 《설득의 심리학》中 필립스 연구내용 요약 -




바야흐로 SNS 시대다. 흔히 SNS의 주요 단점으로 '비교'로 인한 개인의 '자존감 하락'이 언급된다. 타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자신의 처지를 찌질하고 열등하다 생각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 타인의 가장 행복한 '1초 컷'을 봤을 뿐인데 말이다. (우리도 하루 중, 행복한 1초는 반드시 있을 텐데...) 하지만 《설득의 심리학》을 읽으며 어쩌면 SNS를 통해 인지하게 된 모방 사건 사고가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더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방 현상은 특히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쉽게 따라 한다고 한다. 누군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나도 자살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30대 자살 보도를 접하면, 해당 연령대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형태다. 최근 소년 자살 보도가 많다. '아, 나도 뉴스 보도에 나온 저 친구랑 비슷한 상황인데, 결국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구나. 나도 그래야겠다.' 이런 사람들 중 일부가 자신의 생각을 망설임 없이 행동에 옮기면서 자살률이 급증하는 것이다. 주의와 예방 차원에서의 보도가 어쩌면 청소년 자살을 유도하는 방아쇠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에 빠르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펜이 강한 시대이다. 언론 저술 정보의 전달은 직접적 폭력보다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나는 기자가 아니다. 글이나 콘텐츠를 전문으로 창작하는 사람도 아니다. 얄팍한 지식을 끄적대는 한낱 회사원에 불과하다.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대중적 공간에 글을 쓸 때는 주의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조회수와 인터렉션(좋아요+댓글)이 최고로 인정받는 시대다. 이를 위해 수많은 콘텐츠(글, 영상, 드라마, 광고 등)들이 자극적인 내용을 다룬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쉽기 때문이다. 끔찍한 사건 사고는 최고의 소재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자라면 반드시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자신이 제작하고 공유한 콘텐츠가 다른 이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감히 주제넘게 이야기하자면, 훌륭하신 콘텐츠 제작자 분들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책임의식으로 제작에 임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 두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해내는 사람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들, 그리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을 다룬 콘텐츠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콘텐츠가 많을수록 긍정적 '사회적 증거'가 발휘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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