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꾸나!
매년 여름이면 강원도 양양을 갑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곳을 다녀왔는데요. 양양을 매년 가는 이유는 회사에서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캠핑 사이트가 있기에, 그리고 우리 두 아이들이 물놀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바다를 가지만 저는 수영을 전혀 못 합니다. 수영은 고사하고 물을 무서워하죠. 두 발이 잠시라도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맞으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낍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음에도 워터파크 파도존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양양의 바다에서도 겨우 한 걸음씩 바다 쪽으로 걸어가다 수면의 높이가 허리쯤 닿을라 하면 그곳에서 멈춥니다. 더 이상 들어가지 않죠. 거기까지가 제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양양은 우리나라 최고의 서핑 장소로 손꼽힙니다. 많은 서핑족들이 매년 여름이면 이곳을 찾습니다. 이번 여름, 유례없는 최장기간 장마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요. 그러한 제 예상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키보다 큰 보드에 의지해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저로선 놀라울 따름입니다.
바다 저편 시야가 보이는 곳부터 하얀 거품을 머금은 파란 벽이 아크 모양을 만들며 맹렬하게 달려오는데요. 서핑족들은 그 파도에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그쪽으로 헤엄쳐 나아갑니다. 그리고 파도에 보드와 자신의 몸을 싣고 신나게 서핑을 즐기죠. 그리곤 물에 풍덩 빠지는데요. 물속에서 수면 위로 얼굴을 들어 올릴 때, 그들의 표정은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즐거워 보입니다.(물론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내지르는 환호의 소리를 통해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해변가 근처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파도가 나를 향해 달려오면 잔뜩 긴장하는 저와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세상 즐겁게 서핑을 하는 그들을 보며, 반면에 뭍가에 쭈그리 고만 있는 저를 비교하며 즐거움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들과 저는 무슨 차이가 있기에 누구는 마음껏 즐기고, 누구는 잔뜩 긴장만 하고 있었던 걸까요? 그들은 수영 서핑을 배웠고, 저는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 그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운 이들과 그렇지 않은 제가 동일한 공간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작년 1년간 드럼을 배웠습니다. 항상 드러머들을 동경만 해왔는데요. 동경은 그만하고, 직접 연주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퇴근 이후, 드럼 학원을 가서 배웠고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가 되어 어느 정도의 곡들을 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제가 평소 좋아했던 노래에 맞춰 드럼을 두들겼는데요. 그때의 희열은 엄청났습니다. 연주를 마치고 나면 그 흥분을 감히 주체할 수 없어 괴성을 지른 적도 여러 번 있었죠. 드럼을 배우지 않았으면 아마도 절대 경험해보지 못할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박웅현 님은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여덟 단어』라는 책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인문학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인문학을 해서 밥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문학을 하면 밥맛이 맛있어집니다.
박웅현 님은 인문학에 특정 지어 말씀하셨지만, 사실 이는 인문학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이든 혹은 다른 어떤 것이든 우리는 아는 만큼 세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외국어를 익힌 이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경험하는 즐거움은 그렇지 못한 이들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악기를 직접 연주할 줄 아는 이들과 그것을 듣기만 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즐거움도 다를 테고요. 우리는 아는 만큼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는 만큼 즐길 수 있습니다. 즐기기 위해서는 앎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죠. 이 앎은 배움을 통해서 이뤄낼 수 있습니다.
김지수 님의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라는 책에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님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유홍준 님은 나이 70에 중국어를 배우신다고 하는데요. 그는 자신을 '영원한 학생'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저 감성의 소비가 아니라 알면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합니다. 앎을 통해 더욱 풍성하고 오래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영원한 학생은 곧 '영원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삶'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누구보다 즐겁게 살고 싶은 저는 오늘도 무언가를 배워 봐야 겠습니다. 우리 함께 배우고, 즐겁게 살아봐요.
P.S 양양 남애리의 바다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