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자꾸나!
지난 주말 아내와 영화 《오케이 마담》을 봤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장인 어른댁에 맡길 수 있어, 아내와 둘만의 자유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오케이 마담》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가 3개의 후보 영화를 제안했다.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인기 많은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 주연의 《강철비 2》가 《오케이 마담》과 함께 아내가 제안한 영화였다. 이 3개의 영화 중 나는 어떠한 주저 없이 《오케이 마담》을 선택했다.
언젠가, 최근 TV에서 일일 시트콤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시트콤을 꼬박 챙겨봤던 나는 현재의 방속국 프로그램 편성이 조금은 아쉬웠다. 학업에, 혹은 취업 스트레스에 찌들었던 당시, 《순풍 산부인과》 《세 친구》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하이킥》등은 매일 저녁 30분만큼은 내가 스트레스를 잊고 마음껏 웃을 수 있게 해 줬던 감사한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종편도 생기며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채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트콤을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 《모범 형사》 《우아한 친구들》 등 하나같이 진지하거나 혹은 어둡고 음습한 프로그램들이 주로 TV에서 방영되고 있다. 물론 TV 죽돌이인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기에 이 드라마들도 꼬박 챙겨보고 있지만, 보고 난 이후의 내 마음은 썩 유쾌하진 않다. 밥을 먹고 소화가 잘 안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다. 아니, 답답함을 넘어 울화통이 치밀고 화딱지가 난다.
그저 별생각 없이 웃고 싶었다. 오랜만에 갖게 된 아내와의 둘만의 시간인데, 그저 즐겁고만 싶었다. 그래서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믹 액션 장르인 《오케이 마담》을 선택한 것이다.
글의 이해를 돕고자 해당 영화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금부터 언급하는 영화 내용은 이미 영화 관련 프로그램들에서 노출한 내용이기에 절대 스포는 아니다.
엄정화와 박성웅은 부부다. 그들의 슬하에는 초등학생 딸이 있다. 넉넉지 않은, 하지만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그들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온다. 병뚜껑 이벤트 1등에 당첨된 것이다. 1등 상품은 가족 하와이 여행권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그러나 하와이행 비행기는 상공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다. 어느 누구도 비행기를 구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엄정화가, 박성웅이, 그리고 어리바리했던 배정남이 함께 힘을 모아 비행기를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구한다.
여기까지가 전체적인 《오케이 마담》의 줄거리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가끔은 '엥? 이건 뭐지?', '이 생뚱맞은 전개는 뭐야?', '그냥 이렇게 끝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나리오가 탄탄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즐거웠다. 러닝타임 약 100분 동안 정말이지 오랜만에 마음껏 웃었다. 억지 전개도, 어설픈 상황들도 내게는 그저 즐거웠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 일정 시간까지는 그 영화의 잔상이 머릿속에 맴돈다. 그래서 얼마 동안은 방금 전 봤던 영화가 이야기 소재가 된다. 아내와 《오케이 마담》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해 말하며 우리는 서로 웃고 있었던 것이다. 유쾌한 영화였기에, 그것을 복기하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긍정적 정서도 마찬가지다. 긍정적 정서를 뇌에 유발시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냥 웃는 것이다. 웃는 표정을 짓게 되면 뇌는 즐겁고 기분 좋다고 느끼게 되며, 쉽게 긍정적 정서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웃음과 관련된 근육이 수축되기만 해도, 뇌는 우리가 웃는다고 판단하고는 긍정적 정서와 관련된 도파민을 분비하게 된다.
- 《회복탄력성》, 김주환 저, 위즈덤 하우스
몇 년 전부터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최근의 코로나 질병 및 사회적 갈등이 더해 이러한 사회적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실이 이런 만큼 현재의 우리는 잘 웃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웃음보다는 걱정이 더욱 많은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다.
김주환 님의 말처럼 우리의 감정은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웃는 행동을 취할 때, 긍정적 정서가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가 억지로라도 웃어야 하는 이유다. 웃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행복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TV나 영화 콘텐츠들은 웃음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 조금은 아쉽다.
《오케이 마담》을 보며 100분 동안 즐거웠다. 신났다. 그리고 앞으로 영화 혹은 TV에서 이러한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볍더라도, 현실과 조금은 동 떨어지더라도 별생각 없이 우리를 웃게 해 줄 수 있는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