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알고 싶은 미잘못을 위한 책《방구석 미술관》

책과 함께하는 여행

by 달빛한줌

'예술'이라는 것에 막연한 동경심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좋아하는 분야도, 그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마도 일종의 '허영심'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종종 그와 관련된 분야의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볼 때면 소위 말해 '있어 보인다'라고 느꼈고, 저도 그러한 모습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허영심 충족을 위해 미술 건축 등과 관련된 책을 종종 읽었습니다. 하지만 관심이 아닌, 허세가 주목적이었기에 '바로크' '인상주의'등 낯선 용어들이 난무하는, 그리고 무지한 제게 그게 그거인 것 같은 내용들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떤 책도 완독한 경험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또 한 권의 미술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조원재 님이 쓰신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 참 재미있습니다. 쉽게 읽힙니다. 이제까지와 달리 끝까지 읽었습니다. 저처럼 미잘못(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조금이나마 미술에 대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미술사가 아닌, 인간사가 중심이다.


<출처 : Pixabay>

이 책은 기존의 '미술사'를 다룬 책과는 다릅니다. 붓터치, 기법 등 미술사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아닌, 작품을 창조해낸 화가의 인생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화가의 삶을 앎으로써, 그들이 창조한 작품들의 의미와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멕시코 국민 화가 '프리다 칼로'가 바람둥이 남편 '디에고'로 인해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그린 자화상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반 고흐'가 압생트라는 술에 중독돼 색을 분별하지 못하고 많은 것들을 노란색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사연, 그리고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해바라기》. 결국 술중독으로 인해 환청에 사로잡혀 스스로 귀를 잘라버린 후, 그런 자신의 모습을 그린《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이런 작품들이 더 이상 이전처럼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국 화가들도 인간이었습니다. 그림은 자신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도구만 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정작 중요한 본질은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작품이 아닌, 사람을 먼저 이해하고 그 작품들을 다시 보니 작품들이 훨씬 쉽게 제게 다가옵니다.


"내 것을 만들다.


<출처 : Pixabay>

작년, 제주도에서 있었던 '빛의 벙커, 클림트'전을 다녀왔습니다. 과거 군사기지로 활용되었던 어두컴컴한 벙커 안에서 수많은 빛들이 벽면을 비추며 클림트의 그림을 보여주었는데요. 영롱한 빛깔들이 만든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잘못(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인 저는 정작 그의 그림에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1년이 흘러 이 책을 통해 '클림트'의 작품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의 삶과 작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나니, 오히려 실제로 봤을 때보다 지금에서야 더한 여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술계의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하던 그. 어느 날 동생과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작품들을 돌아보게 됐고, 정작 그 작품들에 자신의 개성과 철학이 부재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당시 빈의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물음이나 비판 없이 아카데미에서 배운 고전주의 양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만 했는데요. 클림트는 이에 저항하기로 합니다. 형이상학적이고, 고결한 것만을 그려댔던 미술계에 세속적이고 물질적의 대표주자인 황금을 주요 소재로 등장시킵니다. 황금의 화가로써 시대의 반항아가 됩니다. 그리고 결국 당시 온갖 반발과 비난을 이겨내고, 예술가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새로운 씨앗을 심습니다.


마네와 모네의 이야기도 이 책에 등장합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준(조정석)이의 아들 우주의 친구인 줄만 알았던 '마네'와 '모네' 였는데 말이죠. 마네는 현대 미술의 선지자라고 합니다. 당시 미술계는 주로 세밀하고 섬세한 묘사, 그리고 화려함과 정교함이 유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남과 같은 그런 예술을 거부합니다. 색을 섞지 않고 음영처리도 하지 않은 원색을 사용하며 'Simple is Beauty"라는 자신의 철학을 실현했습니다. 자신만의 작품을 만든 것이죠.


지금까지 클림트, 마네 등의 작품을 보면 "저게 뭐야?"라는 반응이 가장 먼저였습니다. 별로 대단함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저항한 그들 작품의 의의를 알게 됨으로써 새삼 그들이, 그리고 그들의 작품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溫古知新(온고지신)"

<출처 : Pixabay>

혹시 세계 3대 '사과'를 아시나요? 아담과 이브의 사과,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계기가 된 사과, 그리고 여기서 소개할 폴 세잔의 사과라고 합니다. 지금은 애플의 사과도 포함해서 4대 사과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말 폴 세잔의 사과가 그만한 영향력을 끼쳤는지의 논쟁은 뒤로하고, 그만큼 그의 그림들은 미술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폴 세잔은 독학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매일 같이 박물관을 가서 대가의 그림을 묘사하며 그들의 기술적 노하우를 훔쳤습니다. 19세기 후반의 미술계는 과거의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세우자는 목소리가 우세했는데요. 하지만 세잔은 달랐습니다. 거장들의 회화에서 계승하고 발전할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네식 인상주의(한 번의 붓터치로 작품 완성)의 본질적인 면은 계승하되 단 한 번의 붓터치로 그림을 그리기에 조화와 균형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는, 인상주의 화법 위에 조화와 균형을 실현한 작품들을 그립니다.


몇 년 전 사당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에서 동양의 피카소라 불리는 '치바이스' 전시회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전시관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치바이스의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 영상에서 치바이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한테 배우지. 모방하지 않는다.
나를 배우는 사람은 살지만, 나를 모방하는 사람은 죽는다.


배우되, 모방하지 말고, 그것을 승화시켜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치바이스의 말은 폴 세잔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한 분야의 대가들은 무조건적으로 과거의 것을 낡은 것으로만 생각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죠. 폴 세잔과 치바이스를 통해 다시 한번 옛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저는 미술을 포함한 예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서두에서도 말한 것처럼 허영심으로 그저 그 분야에 기웃거릴 뿐입니다. 하지만 예술계는 제게 기웃거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곳이었습니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러한 저의 통념을 깨준 것이 이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술계의 《지대넓얕》이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조금이나마 대가의 미술작품들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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