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별빛 같은 삶을 꿈꿉니다.

휴직 여행

by 달빛한줌

몇 년 전, 《축적의 시간》의 저자 이정동 교수님이 KBS 스페셜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방송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David Blain이라는 세계 최고의 스트리트 마술사가 있습니다. 그 마술사는 물속에서 17분 4초간 숨을 참아내 세계 신기록을 세웁니다. 의학적으로 보통 6분이 넘으면 뇌사상태에 빠진다고 하는데요. 그는 무려 그 3배에 달하는 시간을 버텨낸 것입니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Practice(연습), Training(훈련), Experiment(실험)"

우리는 단 한 번의 성공 장면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를 그저 재능 있는 사람으로만 여겼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한 번의 도전을 위해 무수히 많은 연습, 훈련, 그리고 실험을 반복했던 것입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윌-E》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의 개봉은 2008년이지만, 사실 이 한 편의 작품을 위해 무려 15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스토리보드라는 것을 그리는데요. 그 수가 무려 98,173장에 달했습니다. 1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18장의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폐기하고, 또다시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황폐화된 지구에서의 청소로봇 월-E'가 탄생한 것입니다.


방송 말미에 이정동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빛은 사실 백만 년짜리 별빛이다. 모든 별빛은 '묵은 별빛'이다.

저는 올해 39살 된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늙고 싶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80세의 저는 이런 모습이 되고 싶습니다.

첫째, 건강할 것.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에너지와 활력이 충만한 사람입니다.

둘째,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일 것. 듣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연주하는 사람입니다.

셋째, 아내와 세계 여행을 다닐 것. 5개 국어로 무장한 저는 그 어떤 나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사실, 지금의 저는 80세의 워너비와 정반대 되는 사람입니다. 군 제대 이후 운동이란 걸 하지 않아, 고도비만과 고혈압을 달고 사는 사람이고요, 제대로 다를 줄 아는 악기도 하나 없습니다. 외국어는 5개는 커녕 영어도 입 밖으로 뻥긋 못하는 수준입니다.


지금까지의 저와 전혀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있는 현재와 미래이기에 지금 당장 그것들을 만나게 할 방법은 도무지 없습니다. 그저 80세까지 남은 시간 41년. 그 기간 동안 조금씩 그 거리를 좁혀 보려 합니다. 멀고도 먼 우주에서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지구를 향해 달려온 별빛처럼 말이죠.




80세의 나를 꿈꾸며, 매일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이들처럼 가까운 시일 내에 풀코스를 뛰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80세의 제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면 그만입니다. 제 몸에 부담되지 않게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달리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보며 혼자 기타를 배웁니다. 화려한 기타리스트들처럼 치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80세에 스스로 음악에 취해 즐길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이것 역시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미드를 보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영어를 마스터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5년 정도 영어를 꾸준히 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음 5년은 중국어를, 다음 5년은 일본어를...(우선 계획은 이렇습니다.) 천천히, 꾸준히 해 나가다 보면 80세에는 충분히 5개 국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걸음으로 느릿느릿 가도 반복하기를 멈추지 않으면 천리길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41년간 소 같은 사람이 돼보려 합니다.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게.

다만 꾸준히 묵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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