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싹쓰리

내가 행복해지는 시간.

by 달빛한줌

허전했던 지난 주말.


지난주 토요일.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졌다. 이 허전함은 뭘까?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토요일 저녁에 싹쓰리를 볼 수 없어서이다. 지난 3개월간 매주 토요일 저녁은 나에게 축복과 같은 시간이었다. 지나간 과거는 잊고 현재에 몰입해야 한다 하지만, 난 유난히 별로 찬란하지도 않았던 과거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의 그 시절을 상기시켜주는 싹쓰리가, 싹쓰리의 무대가, 싹쓰리의 감성이 좋았다. 그들을 보며 잊고 있었던 혹은 잊혔던 추억들이 망둥이 뛰듯 뇌 속에서 팔딱 뛰어오를 때,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친 것 같은 발견의 환희는 아니지만 또 다른 차원의 기쁨의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가무를 참 좋아했다. 회사에서도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시지만 가무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아쉽다면 일을 그렇게 인정받았으면 좋았을텐데...) 이런 나의 성향 따라 당연히 일찍부터 아이돌을 좋아했다. 학창 시절 나의 최애 가수는 H.O.T와 S.E.S였다. 모두 SM 소속 가수였고, 젝키와 핑클의 소속사인 대성기획(지금의 DSP)은 나의 최대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당시 상대 기획사 소속 가수들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종종 다투기도 했다. 너희들은 아류라고. 그런데 사실은 내 마음은 점점 핑클한테 기울어가고 있었다. 〈내 남자 친구에게〉무대를 보면서 성유리에게 자꾸 마음이 갔다. 하지만 겨우 고등학교 2학년 이었을 뿐이데, 어디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난 정조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며 흔들리는 내 마음을 붙들기 위해 더욱 악착같이 핑클을 미워했다. 나라는 존재를 알지도 못하는 이들을 두고 나혼자 정조를 지킨다고,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헛헛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중학교 2학년 장기자랑 때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H.O.T의 '캔디'를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선보였다. '김태준'이라는 친구의 집에서 방과 후 매일 모여 연습을 했다. 얼마나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24년이 지난 지금도 그 춤을 전부 기억한다. 나는 문희준 역할이었다. 생각해보면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당시의 문희준이 아닌, 지금의 문희준과. 어쨌든 나는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그의 춤을 열심히 연습했고, 당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엉덩이를 바닥에서 팔딱 거리는 파워레이서 춤을 완벽히 익혔다. 이것은 오랫동안 나의 장기가 되었다. 노래방에 갈 때마다 엉덩이를 팔딱거리면서 휘젓고 다니면 주변 사람들이 좋아했다.(물론 같은 시대를 공유한 사람들한테만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노화로 인해 엉덩이 탄력이 줄었는지 나이가 들수록 그 춤을 추면 엉덩이가 아프다.


매주 싹쓰리의 활동을 보면서, 기억하고 있는지 조차도 몰랐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과거는 항상 미화되기 마련일까. 떠오르는 추억들 모두 나를 웃음 짓게 해 주었다. 최근 3개월간 주말이 너무 행복했다.


굿바이 싹쓰리


지난주 방송에서, 싹쓰리가 아닌 환불 원정대가 등장했다. 싹쓰리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아쉬웠다. 그들이 방송 중에 말했던 것처럼 올해 겨울에 다시 뭉치게 될지, 아니면 이효리의 2세 계획, 혹은 그밖에 기타 이슈들로 다시 함께하는 날이 기약 없이 미뤄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분명 다시 함께할 거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의 집 앞마당에 묻혀있는 세 개의 타입캡슐을 함께 꺼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싹쓰리 시즌 2를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싹쓰리에 심하게 중독되었나 보다. 병이다.


유재석 님, 이효리 님, 정지훈 님. 지난 3개월간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꿈만 같았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만나요~~




P.S 현재보다 과거에 집착하는 나는 2018년 H.O.T가 17년만에 재결합한 잠실 콘서트를 다녀왔다. 그때 미친 광클릭으로 예매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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