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좋은 경험의 합? 브로콜리 같은 기쁨에 대하

by 달빛한줌

지난 글에서 서은국 교수님의 강연 내용을 다루었다. 교수님은 '행복은 좋은 경험들의 합'이라고 말했다. 일견 타당한 말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과연 즐겁고, 좋은 경험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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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국 교수님의 강연 이후, 내 마음속에 남은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은 다음과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마주하기 싫은 글쓰기를 끝끝내 마무리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 또는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책상에 앉아 그날의 주식 시장을 복기하며 다음 투자 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마쳤을 때이다. 그것들을 해내고 밤에 자리에 누웠을 때, 비로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만족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 한순간의 성취감을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솔직히 말해 매번 버겁고 하기 싫은 일의 연속이다. 퇴근 후 아이들과 놀, 다시 공부 책상에 앉기까지, 나만의 여유 시간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꾸역꾸역 해냈을 때 찾아오는 기분 좋은 느낌. 그것이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고 행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보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꾸역꾸역 얻어낸 기쁨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 않는데, 그렇다면 나는 ‘좋은 경험의 합’이 부족해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인 걸까?


이런 고민 속에서, 예전에 행복과 인생에 관해 가장 깊은 감명을 받았던 최인철 교수님의 『굿라이프』가 떠올랐다. (사실 떠올랐다기보다는 오랜만에 책장 정리를 하다 우연히 다시 만났다.) 혹시 이 책이 내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랜만에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굿라이프』에서 찾은 실마리


책의 Part2 '의미 있는 삶' 파트에서 나는 내 고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맛이 좋은 음식'과 좋은 음식'이 다르듯, '좋은 기분'과 '좋은 삶'은 다르다. 라면이 맛은 좋지만 좋은 음식이 아니고, 브로콜리가 맛은 없지만 좋은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행복'이 '행복한 기분'처럼 기분을 수식할 때와 '행복한 삶'처럼 삶을 수식할 때는 그 뜻이 다르다.

단순히 좋은 경험, 즐거운 경험의 총합이 행복이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자극적이고 즐거운 것들만 찾아 헤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행복한 삶' '좋은 삶'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작은 노력 끝에 찾아오는 진짜 기쁨


최인철 님은 의미 있는 삶과 행복을 위해 거창한 목표보다는 작고 소소한 목표들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 삶을 돌아보면 정말 그랬다.


퇴근 후 피곤함에 블로그 글쓰기가 망설여질 때가 많지만,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써 내려가 완성했을 때 밀려오는 기쁨은 정말 크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한없이 귀찮지만, 땀 흘리고 난 뒤의 상쾌함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노력 없이 얻는 즐거움도 있지만, 나에게 진정한 기쁨은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쳐 얻어낸 '의미 있는 경험'에서 더 크게 다가오는 듯하다. 어쩌면 이것이 맛은 없지만 몸에 좋은 '브로콜리' 같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다만 내겐 어려운 블로그 글쓰기 완성이 아니라, 조금 더 힘 안 들이고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로 성취감과 만족감을 더 높일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쾌락과 기쁨, 그 미묘한 경계


문득 '쾌락'과 '기쁨'의 차이에 대한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쾌락은 순간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으로 고통이 전제되지 않아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기쁨은 고통이나 자기희생, 노력, 인내 등 힘든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느끼는, 더 깊고 지속적인 만족감으로 나아간다.

이 말을 되새기며, 내가 경험했던 순간들이 '쾌락'이었는지 '기쁨과 즐거움'이었는지 구분해 보게 된다.


이러한 생각은 김창옥 교수님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었다. 교수님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할 때, 마냥 좋지 않을 수 있어요. 언제 느낌을 믿어야 하냐면 끝날 때 느낌을 믿어야 해요. 콜라는 마시려고 할 때가 좋아요? 마시고 나서가 좋아요? 운동을 가려고 할 때가 기분이 좋아요? 끝나고 기분이 좋아요? 인스턴트 음식은 먹을 때가 좋아요? 먹고 나서가 좋아요? 술 모임에 가려고 할 때가 좋아요? 다 먹고 나서 비둘기 밥 줄 때가 좋아요? 끝나고 좋은 게 진짜 좋은 거예요

순간의 즐거움보다 과정 뒤에 오는 만족감, 시작은 조금 힘들지라도 그 끝에 오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진정한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창옥 교수님 강연 내용 https://www.instagram.com/reel/Cl4-NuGppS4/?igshid=OTRmMjhlYjM%3D)


나의 행복 레시피: 작은 노력 한 스푼, 꾸준한 성취 한 줌


나는 내가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기존에 내가 추구했던, 블로그 글 하나를 온전히 완성하는 것이나 매일 주식 시황을 상세히 복기하는 것과 같은 목표들은, 내게는 매일 달성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과제들이었다. 그렇기에 성취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관점을 바꾸어, 내가 약간의 노력을 기울여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 이를 꾸준히 이루어 나간다면, 보다 많은 만족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작은 성취들이 모여, 내 삶의 행복감을 더욱 키워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약간의 노력'을 통해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그 순수한 기쁨을 자주 맛보는 것. 시작할 때는 브로콜리처럼 다소 맛없게 느껴질지라도, 그 끝맛은 달콤한 작은 성취들. 바로 이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