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이후 지혜를 잇습니다.
최근 첫째 아이와 동네 근처에 있는 서점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책들은 무엇이 있나 알아보고자 베스트셀러 칸을 둘러보았는데요. 최승필 님의 책『공부머리 독서법』이 베스트셀러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100쇄 인쇄'라는 자신의 위용을 한껏 뽐내는 띠지와 함께 말이죠.(실제로는 2019년 10월에 100쇄 인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알고는 있었지만 읽지는 않았었습니다. 시중에 흔한 독서법과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책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날,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출판된 지, 2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이 책에는 내가 짐작치 못했던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 끝에 결국 아이들 책에 덤으로 제 책도 한 권 구매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 더 이 책을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물론 지금이라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약간 버터 바른 분들이 연인에게 하는 말을 빗대어 사용해보자면, 매력이 철철 넘쳐 바닥에 줄줄 흘리고 갈 정도입니다. 아이들 독서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그 내용은 비단 성인인 제게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이 책을 읽으며 제 독서법에 대한 자기반성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매력 넘치는 이 책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우겨서라도 하나라도 더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서평이라는 것을 알기에 부족한 실력이나마 감히 그 행위를 해 봅니다. 개인적인 되새김이라는 목적 외에 또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부디 이 서평이 우리 아이들 독서습관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에게, 혹은 독서를 하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 효과적인 독서법에 대한 고민을 하는 성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책을 읽을 때 뇌가 전방위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되었습니다. 일본 도후쿠대학교 의학부의 가와시마 류타 교수도 그런 연구를 진행한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자기 공명 영상을 이용해 뇌 활동을 촬영했는데, 다른 활동을 할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책을 읽을 때 뇌 활동이 활발했습니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집니다. 책 읽기는 머리를 활발하게 쓰는 활동입니다. 독서야말로 두뇌를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쉽고 훌륭한 방법입니다.
독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독서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책 속에는 이 세상 모든 문제들의 답이 있다." 책에는 자신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 정보가 있다는 뜻입니다. 업무에서도, 혹은 개인적으로서도 저는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책 속에 있는 저자분들의 지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책은 곧 지식, 혹은 정보'라고 여겼고, 그것이 정보화시대에 독서가 중요한 이유라고만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독서의 또 다른 효용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독서는 지식의 축적으로서의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닌, 우리의 두뇌 기능을 향상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떠한 행위를 처음 시작할 때는 당연히 어설플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반복함으로써 어느 순간 능숙하게 해낼 수 있게 됩니다. (자전가 타기가 좋은 예가 되겠네요.) 두뇌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반복적으로 두뇌를 사용할수록 신경세포들의 연결이 강화되고 활성화됩니다. 이러한 두뇌활동을 전방위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가 언급했던 교육 선진국 핀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며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선행학습을 하는 동안 핀란드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책을 읽습니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아이들의 언어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달합니다.(...) 핀란드의 아이들은 이렇게 기른 공부머리를 이용해 숙제와 사교육 없이 공부합니다. 영유아기에 한글은 물론 알파벳까지 외웠던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어도 영어, 수학 공부에 목을 맵니다. 반면 핀란드 알파벳도 몰랐던 핀란드의 아이들은 3~4개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고, 전 과목에 걸쳐 세계 최상위의 학업성취도를 올리는 고등학생이 됩니다.(...) 우리는 '아이가 얼마나 많이 아느냐'에 집중합니다. 핀란드는 '아이가 얼마나 잘 읽느냐'에 집중합니다. 숙련된 독서가로 자라기만 하면 뛰어난 능력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구 500만 명. 우리나라의 1/10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가 세계 열 손가락에 꼽히는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독서입니다. 비록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어린 시절에는 그들이 우리나라 아이들에 비해 뒤쳐져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독서를 통해 두뇌의 기능을 향상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우리 아이들이 여전히 386 컴퓨터 두뇌에 머물러 영어단어를 외우고, 미분 적분을 이해가 아닌 암기하고 있을 때, 그들은 슈퍼컴퓨터를 머릿속에 구비해 엄청난 속도로 지식과 정보를 흡수합니다. 그 이후의 결과는 안 봐도 뻔합니다.
진짜 중요한 기초는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글을 읽고 이해하는 언어능력입니다.
부모는 우리 아이들이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알고, 더하기 뺄셈 하나 더 할 수 있는 것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단연 독서입니다.
독서교육의 핵심은 '지식'이 아닌 '재미'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러한 사실을 성인인 우리도 모르지 않습니다. 처음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로 시작해, 결국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둔 경험이 셀 수 없이 많으니까요. 어떠한 행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미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유한한 의지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떻게 우리 아이가 독서에 재미를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 또한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사실 너무 잘 알고 있죠. 스스로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해 나갈 때에만 우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공부하려다가도, 청소하려다가도 부모님이 "공부해" "청소해"라고 한마디 하면 괜히 하기 싫어집니다. 타인이 시키는 것을 한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있던 흥미도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결국 아이가 독서에 있어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아이가 독서에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부모들이 참 많습니다. '이 나이 때는 이런 책을 읽어야 되니, 오늘은 이 책을 읽어야겠다', 혹은 '옆집 아이는 이 정도의 수준 있는 책도 읽었다고 하니, 우리 아이도 이 정도의 책은 읽어야 돼'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기를 바라는 좋은 마음에 행하는 부모의 행동들이 사실은 아이들을 점점 독서와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진정 독서습관을 가진 아이가 되길 바란다면 아이들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고, 그저 그 책을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입니다.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입니다.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독서를 할 것이 아니라, 핀란드 아이들, 혹은 유대인들과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훗날 세계를 주름잡을 글로벌 인재가 될 아이들은 자발적인 독서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부디 부모의 근시안적인 욕심에 우리 아이들이 독서 저능아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자가 말하는 효과적인 독서방법은 네 가지입니다. 슬로리딩, 반복 독서, 필사, 그리고 초록.
앞에서 언급했지만 독서는 지식을 축적하는 용도로만 효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지식을 얻기 위해선 어떤 측면에서 책보다는 인터넷이 훨씬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가 늘어나는 양은 기하급수적이기에, 우리가 책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으로는 감히 늘어나는 정보를 쫓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독서의 진정한 효용은 두뇌 기능의 향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책만 읽으면 두뇌 기능이 향상되는 걸까요?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독서가 두뇌 기능을 향상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책을 읽으며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생각 없는 독서는 두뇌의 향상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보는 광속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공감과 사유, 통찰은 광속으로 처리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생각을 쫒으며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상황에 대입하는 사고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 그러한 생각이 크면 클수록, 읽는 이는 더욱 큰 성장을 하게 됩니다. 위에 언급한 효과적인 독서방법 4가지는 다른 단어로 표현되었지만 사실은 하나입니다. 독서를 그저 읽는 행위로만 인식하지 않고, 생각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는 것. 타인의 지식을 천천히 곱씹으며 사색과 사유를 통해 자신의 지혜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만이 진정한 독서이며,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올바른 독서 방법입니다.
사실 이 책은 어떤 측면에서는 아이들보다 제게 더 와 닿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나름 독서라는 행위를 꾸준히 해오고 있음에도, 독서의 효용에 대해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독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 속의 정보를 기억하고, 암기하고 있어야만이 올바른 독서를 한 것이라고 잘못된 생각을 해왔던 것입니다. 독서를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는 도구로만 여겼고,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보며, 독서의 의미에 대해 의심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의 진짜 효용은 어쩌면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사색과 사유를 통한 사고력의 증진이라는 것을. 비록 책 속의 세세한 정보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독서를 하며 저자와 생각을 잇고, 사색하고 사유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지식과 정보만을 탐닉하는 독서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독서를 통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쌓을 수 있는 독서를 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 두 아이들과 함께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