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란 다람쥐 Sep 06. 2020

"아직 젊은데 꿈 포기하지 말아"라는 말.

내가 행복해지는 시간.

JTBC 히든 싱어 6가 얼마 전 시작했습니다. 많이 아시겠지만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히든싱어는 모창가수와 실제 가수가 블라인드 커튼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방청객 및 연예인 패널들 100분이 목소리만 듣고 실제 가수가 어느 커튼 뒤에 있는지 맞추는 형식의 프로그램입니다.


최근 해당 프로그램에 백지영 씨가 출연했습니다. 2라운드부를 마치고, 모창가수 한 분씩 자기소개를 합니다. 그중, 한 모창 가수분께서 자신을 '횟집 백지영'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가수가 되기를 꿈꾸며 살았는데, 올해로 나이 30이 되어 더 이상 노래만 할 수 없어 이제부터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횟집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의 소개를 듣고 출연한 연예인 패널들은 너 나할 것 없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나이 30이면 한창인데, 꿈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기에는 너무 일러요. 계속 열심히 해 나가시면 그 꿈 분명히 이루실 수 있으실 거예요."


사실 꿈, 비전에 관해 이야기할 때 우리가 흔히 듣는 말입니다. 많은 이들이 꿈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문제일 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우리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정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꿈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온전히 우리가 열심히 살지 않았기에, 끈기가 없어서, 부족했기 때문인 걸까요?




TV를 통해 자신의 얼굴을 알린, 혹은 사회에 조금이나마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이들은 나름 자신의 인생에서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자신도 힘든 상황이 있었다. 그러나 시련과 역경에도 결국 굴복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이죠. 거짓이 아닙니다. 확실히 그들은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이야기한 것뿐입니다. 꾸준히 노력해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참인 명제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훌륭하신 분들이 그동안 말씀하신 것들에 감히 반대의 의견을 내봅니다. ‘당신의 성공은, 어쩌면 당신도 모르는 외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어요. 온전히 당신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라고 말이죠.


여기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 피프의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피프가 시행했던 실험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실험은 다음과 같다. 피프가 모노폴리(판 위에서 부동산 매매를 하는 보드 게임의 하나)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초대했고 게임이 조작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두 참여자 가운데 임의로 선택된 한 명은 처음부터 상대편보다 두 배 많은 화폐를 가지고 시작하며, 출발점을 지날 때 두 배 더 많은 화폐를 받고, 판 위를 두 배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주사위도 한 개가 아닌 두 개를 던지게 된다. 피프는 '부자' 참가자가 롤스로이스인 말을 판 위에서 힘차게 움직여가며 매번 성공을 거둘 때마다 (거만하게) 자축하면서 재빨리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긴 사람들은 나중에 게임이 어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이 머리를 잘 써서 특정한 부동산을 구매하여 승리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피프는 나와 자신의 연구에 대해 활발한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이런 말을 하며 웃었다. "동전 던지기를 통해 애초에 특혜를 입고 시작해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한 참가자는 거의 없었어요." 우리는 누가 봐도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더라도 자신은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한다. 게임에서 이긴 사람들은 시작할 때 상대편이 천 달러를 받았지만 자신은 2천 달러를 받았다는 점이나, 출발점을 지날 때 백 달러가 아닌 2백 달러를 받았다는 점에 감사했는가? 뭐, 물론 이러한 점보다 얼마나 머릴 잘 써서 게임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아니, 그들이 이렇게 주장했다.) 피프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경험을 내적 귀인의 측면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제니스 케플런 저, Winner's Book -


'운칠기삼'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우리 행위의 성공 여부는 70%는 운에, 30%는 실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돈, 가정환경, 사랑, 인맥, 타이밍 등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다양한 외부 요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경제 베스트셀러 『돈의 속성』의 저자이자 5,000억 원에 이르는 부를 축적했다는 김승호 님도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사업에서 성공한 것 역시 운이다. 이 사업이 시작되고 확장되는 시기에 내가 그 도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이 실력이 아니라고 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실력이라면 나는 언제고 어느 도시에서든 다시 성공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란 뜻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대단한 것은 딱 한 가지다. 그것이 운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꿈을 이룬 이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꿈을 포기하지 말아라',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말이 어쩌면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들이 나처럼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는 당신들의 노력이 부족했기에, 그리고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신들은 꿈을 이룰 자격이 없다.’ 하는 것처럼 말이죠. 누군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운이 따랐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누군가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닌, 어쩌면 조금 운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 끈기, 그리고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70%의 운이 바로 내 앞에 있어도, 결국 30%의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꿈을 이루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충분한 실력을 갖췄더라도,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아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를 온전히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누구나 인생에 몇 번의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 또한 이 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 기회라는 것이 어쩌면 다른 모습으로 찾아올 수가 있습니다. 내가 꿈꿔온 분야에서가 아니라 말이죠. 유튜버 감스트는 개그맨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는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유튜브라는 시대적 흐름에 일찌감치 편승해 재치 있는 축구 해설로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방송에도 출연했으며, 웬만한 개그맨보다 많은 인지도와 인기, 그리고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택시 아저씨 부부싸움 개꿀잼 상황극'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그는 개그맨이 되지 못해 미처 뽐내지 못했던 개그 감각도 맘껏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그를 개그맨처럼 웃긴, 아니 개그맨보다 더 웃긴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가수를 꿈꿔왔지만 가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부자를 꿈꿨지만 부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건 어쩌면 우리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운’이라고 불리는 요소들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스스로에게 조금 관대해지셔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조금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볼 시간을 가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직접적으로 내가 바랐던 꿈은 아니지만 생각지도 못한 운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어쩌면 그 운이 나를 새로운 길로 안내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꿈에 속박되는 삶을, 스스로를 자책하는 삶을 살지 말아요 우리. 우리는 이미 충분히, 훌륭히 잘 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두뇌를 슈퍼컴퓨터로 만드는 방법 『공부머리 독서법』서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