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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Sep 15. 2020

저는 성공한 다이어터입니다.

내가 행복해지는 시간.

저는 키 170cm의 조금은 아담한(좋게 표현해서) 편에 속하는 대한민국 남자입니다. 키는 평균 이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몸무게는 평균 이상이었습니다. 인바디를 하고 출력되는 종이에는 키를 감안하여 자신의 적정 체중이 어느 정도인지 적혀있는데요. 제 경우에는 그 적정 체중이 64kg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보다 13kg이 더 나가는 77kg의 체중과 32%의 체지방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남성의 경우는 여성분들보다 지방이 적어 약 20%가 정상이라고 합니다.) 


20대 시절의 마지막을 불사르던 때, 그리고 회사 입사하기 전, 저는 꽤 적정한 신체의 남자였습니다. 물론 키는 작았지만 어쨌든 체중은 64kg 언저리였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변한 건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저는 변했습니다. 턱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얼굴과 목의 경계는 도무지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탄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랑말랑한 뱃살은 항상 바지 벨트 위에 걸터앉아 있었습니다.    


살이 찌면 민망한 순간들이 더러 있습니다. 특히 와이셔츠 입고 의자에 앉는 순간이 참 곤혹스럽습니다. 단추 사이사이의 틈으로 살들이 빼꼼히 삐죽거리며 내미는데 참 창피합니다. 여러 단추들이 힘을 모아야 살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겨우 막아낼 수 있습니다. 와이셔츠에 달린 단추들은 튕겨나가지 않도록 실에 의지한 체, 말 그대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는데요. 혹시나 그 희망을 놓쳐버리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단추의 상실된 희망과 함께 제 민망함이 밖으로 훤히 드러납니다. 겉으론 괜찮은 척 웃고 있지만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순간입니다. 땀도 참 많이 흘립니다. 동일노동 동일가치라 하는데 똑같은 에너지를 사용했음에도 저만 땀이, 아니 육수가 머리에서 뚝뚝 떨어집니다. 이내 와이셔츠는 흥건히 젖어버리고 , 그 흔적은 마치 상위에 오줌을 싼 모습과 비슷합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저는 여전히 20대, 아니 어쩌면 중학생 사춘기 시절의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심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외형적으로도 멋진(본판 불편의 법칙이 있으니), 아니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살을 빼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금일 체중계에 올라 체중을 재보니, 65.8kg이라는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 때보다 무려 11kg 감량한 것입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결심한 시점은 2018년 8월입니다. 현재가 2020년 9월이니 약 2년 동안 체중관리를 한 것입니다. 혹시나 실망하셨나요? 단기간에 살을 뺄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을 예상하셨을 텐데, 2년 동안 겨우 11kg 감량이라니 말이죠. (그래도 혹시 비결이나 깨달음이 있을지도 모르니, 끝까지 읽어봐 주세요^^) 


다이어트를 도전하는 많은 분들처럼 저 역시도 그동안 많은 결심과 도전, 그리고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물론 가끔은 성공할 때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잠 깐 뿐이었습니다. 이내 빠른 속도로 본래의 체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저는 다이어트를 위해 제 삶의 패턴과 소소한 행복들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쫓아 살인적인(?) 계획표대로 닭가슴살과 채소 챙겨 먹기, 운동하기, 밀가루(햄버거, 피자 등)를 포함한 탄수화물 섭취 줄이기 등을 실천했었는데요. 눈 앞에 놓여있는 피자를, 햄버거를, 빵을, 떡볶이를 외면할 용기와, 맛없는(제 기준에는) 건강식을 챙겨 먹을 의지력 따윈 제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번 얼마 못가 결국은 본래의 상태로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조금씩 변화해보기로 했습니다. 피자를 안 먹을 수는 없기에 피자를 먹되 평소 4조각을 먹었으면 3조각으로, 하루 3끼 그대로 챙겨 먹되, 밥양을 조금 줄여서(정말 미세하게) 먹는 형식으로 말이죠. 성공한 다이어터분들께서 추천하시는 식단인 닭가슴살과 채소는 먹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큰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식사시간을 참을성과 의지력의 시험대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운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그마한 변화마저도 녹록지 않은 제개 운동까지 할 여력은 없었습니다. 조금씩 식사습관을 조정해갔고, 먹던 양을 줄인 결과 1년 뒤 건강검진에서 70kg의 체중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1년 동안 약 7kg이 감량된 것입니다.


식사습관이 어느 정도 정착되고, 올해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좀처럼 운동을 하지 않던 제가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함께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습니다. 가장 쉽게 해 볼 수 있는 달리기부터 시작해볼 뿐이었습니다. 식사습관과 달리기를 병행하니, 살이 빠졌고 근육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약 2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10kg 이상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매 끼니마다 밥그릇에 밥을 꼭꼭 눌러 두 그릇씩 챙겨 먹어야만 했던 저는 지금은 한 그릇도 먹지 못할 정도로 양이 줄었습니다. 5분이면 끝났던 식사시간도 20분으로 늘었고요. 하루 2,000 보도 걷지 않았던 저는 어느덧 한 달에 100km 이상을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2년 동안 아주 조금씩 변해온 결과입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2년 동안 겨우 11kg 감량. 누군가는 콧방귀 뀌실 수도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짧은 기간 내에 수십kg을 빼신 분들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들처럼 불꽃같은 열정과 강한 의지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입니다. 촛불, 아니 성냥불에 불과한 제게 불꽃을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성냥 끝에 겨우 매달려있는 자그마한 불씨가 꺼지지만을 않길 바라며 천천히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의 걸음으로 우직하게 한 걸음씩 걸어 결국 천리에 이른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동물에 비유하면 재빠른 말이 될 그릇은 못됩니다. 그저 소 같은 사람일 뿐입니다. 느리게, 천천히. 하지만 진득히, 꾸준하게. 


지금까지의 식습관과 달리기로 체중 감량에 어느 정도 성공했기에 다음 목표는 근육질 몸매를 소유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처럼 헬스장을 끊어 근력운동을 하거나, PT를 배우는 것은 제겐 무리입니다. 그저 쉽고 가볍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하루에 푸시업 10개, 윗몸일으키기 30개. 제겐 이 정도가 딱 적당합니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늘려보고, 그렇지 않으면 그저 매일 꾸준하게 딱 요정도만 반복할 뿐입니다. 저는 소 같은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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