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믿을만한 사람인가요?
최근 넷플릭스로 미드 《슈퍼걸》을 보고 있다. 제목에서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해당 드라마는 여성판 슈퍼맨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슈퍼걸은 슈퍼맨의 사촌으로 그들이 살았던 행성 크립톤이 파괴될 때, 함께 탈출한 생존자이다. 그녀는 사촌인 슈퍼맨과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슈퍼맨이 메트로폴리스에서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듯이, 그녀 또한 내셔널시티라는 도시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영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창조주를 꿈꾸는 인류가 슈퍼걸의 DNA를 훔쳐, 동일한 외모와 능력을 가진 인조인간을 만들어낸다. 이 인간 창조주는 자신이 만든 인조인간을 통해 슈퍼걸을 없애려고 계획한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 인조인간 슈퍼걸을 조종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인조인간 슈퍼걸과 진짜 슈퍼걸. 동일한 외모와 능력을 가졌음에도 그들의 행동은 180도 달랐다. 한쪽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려고 한 반면에, 다른 한쪽은 시민들을 해치려고 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문제인 걸까? 능력을 가진 주체자의 문제인 걸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이전, 독일이 핵분열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인슈타인은 히틀러가 핵폭탄을 소유하면 인류에 재앙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히틀러보다 미리 핵무기를 확보함으로써 독일이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당시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핵무기 개발을 제안했다. 이로 인해 시작된 연구가 그 유명한 '맨해튼 프로젝트'이다. '핵무기 사용 억제용'으로 핵무기를 개발코자, 제안 및 연구에 참여한 아인슈타인은 훗날 핵무기가 실제로 사용되고(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무기 경쟁이 격화되는 것을 보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남은 인생을 핵무기 폐기에 바쳤다.
그런데 과연 핵무기가 사용된 것이 아인슈타인 및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잘못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조인간 슈퍼걸과 진짜 슈퍼걸이 동일하게 강력한 힘을 가졌음에도, 그 힘이 다른 양상으로 사용된 것처럼, 어떠한 능력이나 권한을 가진 당사자가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핵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로 싸울지는 모르겠지만 제4차 세계대전은 막대기와 돌을 싸우게 될 것이다"라고. 만약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 문명을 필시 원시시대로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인류는 그가 우려했던 두려움과 공포에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여러 나라에서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실제 전쟁 활용용 보다는, 전쟁 억제용으로써의 역할이 더 커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과거보다 훨씬 많은 핵무기를 소유하게 되었지만, 그것들은 지난날 아인슈타인이 바랐던 것처럼 '전쟁 억제용'으로써의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절대 핵무기 옹호론자는 아닙니다. 저 또한 모든 국가가 위험천만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길 바라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상대적으로 지금의 핵보유 상황이 오히려 전쟁을 방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을 이용하는 자들이 문제였다.
나는 7살 5살 두 아이의 아빠다. 아직 까마득한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이 성장해 결혼 상대자를 소개하는 순간이 올 때, 상대방이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2가지 기준이 있다. 첫 번째는 정직한 사람이며, 두 번째는 긍정적인 사람이다.(물론 제 기준을 아이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능력이나 재산은 내가 고려하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어떻게 변할진 모르겠으나 현재 생각은 이렇습니다.)
똑똑한 말을 위해서는 '펙트 체크'가 필요하고,
따뜻한 말을 위해서는 '리스펙트 체크'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좋은 말'을 듣지 않고, '좋은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어디선가 이러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삐뚤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평소 마음에 안 드는 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그 말이 내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나쁜 사람'이 '좋은 말'을 하는 것은 나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오히려 짜증과 반발심만 들뿐이다.
좋은 조건과 능력을 가졌음에도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는 '좋은 사람', '신뢰할 만한 사람', '정직한 사람'이 좋다. 능력이 탁월하진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나가는 사람을 존경한다. 머리가 비상한 사기꾼보다, 가진 것이 많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보다, 미흡하지만 정직하고 진솔하며, 성실한 사람이 더 많이 인정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