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의 삶.
〈해피투게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유재석 님의 진행하에, 매회 새로운 게스트들이 초대되어 토크 형식으로 진행되는 방송이었다. 2019년 여름쯤,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 홍보차, 배우 김고은 정해인 님이 출연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지다, 김고은 님께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감독님이 제게 딱 이 한마디 했어요.
지금 너의 이 시기를 가장 빛나게 해 줄 자신이 있다고.
그래서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대게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한다. 조연보다 주연이 되어 타인으로부터의 인정과 인기를 얻기를 바란다. 스티브 잡스 같은 대단한 혁신가, 혹은 BTS 같은 글로벌 엔터테이너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자신의 영역에서 인정받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들이 종종 잘못 표출되곤 한다. 인정을 받기 위해서,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신의 성공적 커리어를 위해 타인의 삶을 짓밟거나, 불행을 묵인하는 행위들을 자행한다.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오롯이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와 같은 삶을 산다. 회사에서 몇몇 상사들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후배들을 갈아먹을 생각만 하며, 동료들끼리 좁은 승진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협력 따윈 잊은 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자신이 더욱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타인에 대한 배려는 쉽게 잊힌다. 이타심은 찾아보기 힘들다.(비단 회사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박중훈 안성기 님이 주연으로 출연한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가 있었다. 해당 영화에서 왕년의 ‘스타’ 시절을 그리워하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천문대에서 망원경으로 별을 바라보며,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님)가 왕년의 가수왕 최곤(박중훈 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금성, 화성, 목성과 같은 태양계 행성들과 별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태양빛을 반사해 빛날 수 있다고 한다.(1967년 노벨상 수상자인 한스 베테가 세계 최초로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밝혀냈다고 알려졌다.) 수많은 행성과 별들이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빛나는 존재 덕분이었다.
애덤 그랜트는 그의 책 《기브&테이크》에서 '기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다른 이에게 베푸는 이들, 즉 기버(Giver)가 결국에는 얻는 사람, 테이커(Taker)가 된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물론 얻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은 아니지만) 주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우리 대부분은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이들을 빛나게 해 주기보다는 다른 이들보다 내가 더 빛이 나고 싶어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일반적인 욕구 때문에, 오히려 타인을 빛나게 해 줄 때 더 많은 인정을 얻게 된다.(마케팅 적으로 '기버'는 차별화, 레드오션 시장이다.)
김주환 님의 《회복탄력성》에는 친구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2년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2개월 동안 더 많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 배려하고 관심을 표명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한테만 웅장하고 멋진, 나에 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고, 관심을 가질 때 보다 많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본능적인 욕구로 인해,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이들에게 끌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영화배우 김고은 님이 감독님의 "너를 가장 빛나게 만들어줄게"라는 말 한마디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른 이들을 빛나게 해 줄 수 있을 때, 그 빛이 우리를 반짝이게 해 준다. 마치 태양빛이 별이 반짝일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