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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Jan 15. 2021

감추지 말고 드러내세요.

감정 드러내기.

'레이디스 코드'라는 걸그룹이 있었습니다.


'레이디스 코드'라는 걸그룹이 있었습니다. 2013년 5인조로 데뷔한 걸그룹으로, 데뷔 당시 신인상을 받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던 그룹이었습니다. 섹시나 청순을 표방하던 대다수의 걸그룹과는 달리 어딘가 톡톡 튀는 그들의 무대가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데뷔 이후, 한창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그녀들에게 2014년 9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KBS 《열린 음악회》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멤버 중 2명인 은비, 리세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고 이후, 남은 멤버 3명이서 레이디스 코드라는 이름으로 계속 활동을 했으나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그녀들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 갔습니다. 


멤버 '이소정' 님을 오랜만에 보네요.   


최근 JTBC에서〈싱어 게인〉이라는 새로운 보컬 경연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노래 좀 한다는 재야의 고수들과 잊혔던 과거의 가수들이 등장해 마음껏 자신의 노래실력을 뽐내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느 날 방송을 보다 익숙한 얼굴을 보게 됩니다. 바로 레이디스 코드의 메인 보컬이었던 '이소정'님이 등장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그녀를 데뷔 이전부터 좋아했었습니다. Mnet에서 진행했던〈보이스 코리아〉에서 나들이 님과 함께 부른 한영애 님의〈코뿔소〉무대는 대단했었습니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언니들의 기에 주눅 들지 않고, 당찼던 그녀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레이디스 코드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하고 나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고 이후, 제가 좋아했던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밝고 당찼던 그녀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그녀를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그녀의 노래 실력이야 이미 잘 알기에 어떤 노래를 부를지 기대가 됐습니다. 설렜습니다.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숨 한 줌을 내뱉은 후, 노래를 시작합니다. 그녀가 선택한 노래는 임재범 님의 〈비상〉입니다. 초반부에 잔잔히 노래를 시작하다 노래가 정점으로 치달을수록, 떨리는 눈썹과 격양된 목소리를 통해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세상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내고 싶었는지,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노래의 최고 정점에서 그녀는 그동안 숨기고 감춰만 왔던 마음속 응어리 모든 것을 뱉어냅니다. 임재범 님의 노래 가사를 빌려서 말이죠.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격정스럽던 무대를 마치고 진행자인 이승기 님과 인터뷰를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남은 멤버 3명과 계속 레이디스 코드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었어요. 가수는 관객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주기 위해 무대에 서는데, 모두 안타까운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니 우리가 웃어도 되는 건지, 혹시나 웃으면 잘못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위축되어 갔어요


그녀는 본래 밝은 사람인데, 그리고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주고 싶은데 그러한 감정과 모습을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른 이들이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봐, 그리고 자 신또 한 이래도 되는 것인지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행동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고, 시간이 갈수록 깊고 어두컴컴한 동굴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안타깝고 안쓰러웠습니다.


슬프면 울고, 힘들면 하소연하고, 기쁘면 맘껏 웃자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의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종종 어른이 될수록 그 나이 때가 되면 으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프레임 속에 갇혀 살아갑니다. 나잇값을 해야만 한다는 이유로 말이죠. 가벼워서는 안 되고, 점잖아야 하며, 감정에 치우치기보다는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른스러워야 한다고 이야기하죠. 이러한 사회적 풍토 속에서 많은 이들이 점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게 됩니다.  


저는 올해 40세가 되었습니다. 숫자상으로 40으로 표기되지만 사실 제 마음은 10대 시절의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개구쟁이고, 여전히 천방지축이며, 여전히 쉽게 삐치고, 여전히 감정 기복이 심합니다. 하지만 그때처럼 마냥 솔직하게 제 감정을 표출하진 않습니다. 그런 감정을 잃어버려서가 아니라, 혹시나 나잇값 못하는 미성숙한 사람으로 인식될까 봐 말이죠.


행복해지려면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대하기에 생각과 행동의 괴리감이 크지 않기에 괴리감에서 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어른이 되어가면서, 소위 이야기하는 사회 물을 먹으면서 주변에서 부여된 프레임 속에서 점차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잃어버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러한 프레임 속에 갇힐수록 점차 행복을 잃을 가망성이 더욱 커지게 되죠.        


'어른이 되어가면서 유치해서 웃지 않고, 별거 없다며 울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어쩌면 웃고 우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 『1cm 다이빙』, 태수, 문경 저, FIKA -


행복해지기 위해선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인정할 줄 알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혹은 그 외의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감정을 표현하는데 주저하고, 나를 숨기고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웃으면 화통하게 웃고, 화나면 버럭 화도 내 보고, 슬프면 눈물 콧물 질질 짜면서 울어도 보고, 장난치고 싶으면 개구쟁이 짓도 해보고 해야 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을 숨기는 것이 스스로에게 더 큰 죄입니다. 표현하세요. 나를 드러내세요. 그러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후련한 마음, 행복감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글을 마치며 이소정 님도 다시 한번 예전의 웃음과 밝음을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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