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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Feb 13. 2021

돌고래 유괴단을 아시나요?

광고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닌, 이야기 없는 광고를 보지 않는 것이다.

특별한 광고.


10분짜리 광고 영상이 있습니다. 광고라면 지긋지긋한데, 15초도 아니고 10분이라니... 어떤 미친 광고주가 이런 광고를 허락했는지 어이가 없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일어납니다. 해당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가 2개월 만에 천만 돌파했습니다. 미친 광고라고 생각했던 저 또한 10분짜리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봤습니다. 몇 번을 말이죠. 해당 광고는 떠오르는 광고 제작사 돌고래 유괴단이 제작한 〈그랑사가:연극의 왕〉입니다. (url : https://youtu.be/mK8GiTBnFq0)


약 2년 전, 한 세제 광고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본격 LG 빡치게하는 노래'라는 광고입니다. (url : https://youtu.be/zWW1ZaRPyuY) 총 1분 33초짜리 영상인데, 광본래의 목적인 제품 홍보는 영상의 70% 정도가 지나서야 등장합니다. 그전까지는 제품과 전혀 상관없는, 심지어 광고주인 LG 흉을 봅니다. 상상할 수 없던 광고 형식이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를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앞서 언급했던 〈그랑사가:연극의 왕〉 광고는 현재 기준으로 조회수가 무려 1,044만에 이릅니다.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 의 경우도 약 444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빅히트 광고들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과연 사람들 더 이상 광고를 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광고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 두 광고가 기존의 광고와 다른 점은 제품 혹은 브랜드 알리기에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집중력이 짧다는 전제하에 자신들이 애써 만든 제품을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초반부터 제품의 장점을 나열하는 콘텐츠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광고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쉽습니다. 10분짜리 광고가 엄청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야기와 광고 사이에서, 이야기에 무게중심을 두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무수한 콘텐츠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콘텐츠에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해 바야흐로 스토리텔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명화, 김보라 님의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제는 '스토리텔러를 고용해야 한다'라고 말이죠. 그만큼 콘텐츠에 있어서 이야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 이상 이야기 없는 광고는 보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본질. 이야기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경영 철학 중, '변하는 것이 아닌, 변하지 않는 본질에 집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야기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불변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직비디오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가수 조성모 님의 〈To Heaven〉을 꼽을 것입니다. (url : https://youtu.be/cYSKoLOFGvQ)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뮤직비디오는 검은 눈동자만 보일 정도의 강렬한 조명 아래서, 가수들이 노래에 맞춰 춤추는 것 위주로 촬영되었습니다. 하지만 〈To Heaven〉 은 기존의 형식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당시 최고의 배우인 이병헌, 김하늘, 허준호 님이 출연하여,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였습니다. 허준호에 쫓기는 이병헌, 이병헌과 김하늘의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 보는 내내 뮤직비디오에 동화되어 가슴이 요동쳤습니다. 드라마 형식의 뮤직비디오는 해당 분야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이후 H.O.T의 〈빛〉, 포지션의 〈I Love You〉, 김범수의 〈하루〉등, 유사한 형식의 뮤직비디오가 해당 업계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현재 OST가 다른 노래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이야기와 결합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풍성한 감정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고대 그리스의 대 철학자들이 엄청난 이야기꾼이었다는 사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이어져오는 이숍 이야기와 아라비안 나이트 등,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본질에는 항상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까요? 


원론적인 이야기는 그만하고,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지 궁금합니다. 충분치 않겠지만 그와 관련된 실마리를 조나 버거의 『컨테이져스 : 전략적 입소문』에서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는 책에서 입소문을 퍼트리는 이야기의 6가지 법칙을 소개합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마운틴'님>

① 첫째,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를 공유한다(소셜화폐)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아모레퍼시픽의 뷰티포인트 채널에서는 비싼 화장품을 으깨고 깨부순다), 누구나 성취하고 싶어 하는 내적 동기를 부여하는 이야기(배민 신춘문예), 배타적인 희소성을 쟁취함으로써 만족감을 갖게 하는 이야기(새로운 채팅 어플 클럽하우스)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자발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


② 둘째,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을 공유한다.(계기의 법칙)

어릴 때, '커피는 브라우닝과 함께'라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브라우닝이라는 과자 광고였는데, 20년도 넘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커피를 마실 때면 해당 광고가 떠오릅니다. 실생활에서 반복하는 우리의 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된 콘텐츠는 기억하기도, 전파되기도 쉽습니다.


③ 셋째,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주제를 공유한다.(감성의 법칙)

최근 여러 구호단체의 영상을 살펴보면, 수치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온난화 대처를 호소하기 위해 탄소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는 수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북극곰이 빙하가 녹아내려 살 곳을 잃어, 물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도움의 손길을 위해, 굶주려 사망한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쓰러져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머리에 호소하는 이성적인 영상이 아닌, 가슴을 흔드는 영상이 훨씬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갑니다. 


④ 넷째, 눈에 잘 띄는 것을 모방하고 공유한다.(대중의 법칙)

방송인 김학래 님이 '장사를 함에 있어 최고의 인테리어는 고객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공간 인테리어가 허름해도 많은 고객이 줄 서있는 곳에 더 많은 고객이 몰린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 때, 남과 다른 차별화된 영역을 개척하고 싶어 하는데요. 그게 쉬운 가요? 저는 사람들이 이미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진 영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 아닌, 이미 대중적으로 인기가 보장된 영역에서 약간의 자신의 개성이 담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죠. 이를 '퍼플오션'이라고 합니다. 이미 인기가 증명된 영역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쉽습니다. 너무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대중적인 영역에서 약간의 비틀린 자신만의 생각을 담으면 더욱 공감할만한 콘텐츠를 만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⑤ 다섯째, 타인에게 도움이 될만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한다.(실용적 가치의 법칙)

현재 '신과 함께(경제)', '땅끄부부(운동)', '라이브 아카데미(영어) 등, 많은 인기 유튜브 채널은 시청자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 줍니다. 즉, 우리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죠. 우리 영상을 보고, 시청자들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을 떠올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콘텐츠를 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⑥ 여섯째, 흡입력 강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공유한다.(이야기성의 법칙)

우리는 부적절하게 연결된 것에 끌립니다. '모순'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것, 동물이 인간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 반 꼴찌가 서울대에 들어가는 것 등,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립니다. 흡입력 강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조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브랜드 영상, 광고 등의 콘텐츠를 만듬에 있어서 이야기가 중요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어떠한 콘텐츠를 만드셔야 하는 대다수가 아마도 저와 동일한, '어떻게 이목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실 텐데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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