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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10. 2021

최고의 리더들이 글을 쓰는 이유.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 서평.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그리고 제프 베조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성공한 경영가? 돈 많은 부자? 창의적 리더? 물론 이것들도 공통점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들이 아니다. 바로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이다. 물론 책으로 출판되는 글쓰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연설을 위해, 그리고 신상품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글을 썼다. 빌 게이츠는 사회적 이슈가 일어날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 제프 베조스는 매년 주주들에게 직접 쓴 서한을 보내고 있다. 


이들 외에도 세계 최고의 리더라 불리는 이들이 글 쓰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볼 수 있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초단위의 시간까지 쪼개서 움직이는 그들이, 굳이 오랜 시간을 들여, 얼핏 비즈니스와 관계없어 보이는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 걸까?  


혹시 최고의 리더들이 왜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면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지지와 힘을 모으기 위해, 설득의 도구로 글을 쓴다.

최고의 리더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직을 이끌기 위해 글을 쓴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을 설득하기 위해 글을 쓴다. 리더의 글이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수단이다.

리더의 가장 큰 책무는 무엇일까? 일을 잘하는 것? 올바른 결정을 하는 것? 아니다. 리더의 최고 책무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리더란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의문에 정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에는 보스, 혹은 상급자의 권위가 먹히는 세상이었다. 공감을 얻고,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명령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러한 권위는 통하지 않는다. 까라면 까고, 하라면 하는 시대가 끝났다. 일선에서 업무 하는 이들을 이해시키지 않고, 강압적으로 통제하려 한다면, 성공적인 업무를 진행할 확률은 낮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지지와 힘을 얻기 위해,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면서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글만 한 것이 없다.


둘째, 옳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 쓴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왜곡되지만 활자는 변하지 않는다. 올바르게 판단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떻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계속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자신이 왜 나쁜 판단을 내렸는지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결코 판단력을 키울 수 없고, 계속해서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이유를 찾지 못하면 성공은 반복하지 못하고 실패는 반드시 반복하게 된다.

대니얼 J. 레비틴은 《정리하는 뇌》라는 책에서 기억 왜곡의 위험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그 기억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 새로운 왜곡이 가해질 수 있게 한다. 기억을 되돌려 회복할 때는 틀린 정보가 마치 항상 거기에 존재했던 것처럼 그 안에 이식된다." 


우리가 과거의 특정 기억을 떠올릴 때 그 기억은 과거의 느낌과 감정,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 기억을 떠올린다는 행위만으로도, 그 기억은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기억은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다. 신정철 님은 그의 책 《메모 습관의 힘》에서 메모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적은 것들을 보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인간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는 절대 객관적일 수 없다. 상황과 감정에 따라 기억은 변하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려고 한다. 과거의 잘못된 행동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반성할 수 없으며, 반성할 수 없으면 나아질 수 없다. 성장하고 싶다면, 똑같은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면 써야 하는 이유다.


셋째, 나라는 브랜딩을 위해 쓴다.

사람들의 믿음을 얻고 싶다면 먼저 내가 누구인지부터 사람들에게 말해야 한다.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에게 내가 누구인지 가장 깊고 폭넓게 알리는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스스로에 대한 글을 쓰는 것. 당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이고, 당신이 누구인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당신이다. 든든한 무형자산이 있다면 이를 지렛대 삼아 유형자산을 얻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신뢰와 명성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크고 강력한 지렛대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들이 꾸준히 글을 쓰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다.

사람들은 왜 아이폰에 열광할까? 사진이 잘 찍혀서? 타사의 스마트폰과 품질이 비교불가여서? 물론 이것들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많은 이들이 아이폰을 쓰는 이유는 자신이 혁신적이고 트렌디한 사람으로 타인에게 인지되고 싶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폰만이 아니다. 애플에서 출시하는 아이패드, 맥도 마찬가지다. 왜 사람들은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그처럼 생각하는 걸까? 그 이유는 두말할 필요 없이 스티브 잡스라는 전무후무한 인물 때문이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사를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어울러 3가지 조언을 했다. "점과 점을 연결하라", "인생이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신념을 잃지 말아라", "늘 배고파하고, 늘 어리석어라". 자신이 설립한 애플에서의 퇴출, 넥스트와 픽사를 통한 재기, 그리고 다시 애플에 돌아와 이룬 업적과 관련한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라는 하나의 개인을 넘어, 애플이라는 회사의 브랜딩이 되었다. 혁신과 포기하지 않는 그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애플의 이미지가 되었다. 다른 이의 손을 빌려 써진 이야기라면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직접 쓴 글이었기에, 그의 솔직한 경험과 생각과 감정이 녹아들어 있는 글이었기에 가능했다.     

넷째, 상품을 팔기 위해 쓴다.

믿음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방금 만난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해선 꾸준히 만나며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글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관점, 당신의 성품과 판단력, 지적 능력 등 당신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야흐로 진정성의 시대다. 거짓과 꼼수로 당장의 이익을 얻거나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지만, 진정하지 못한 것들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 때 진정성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최근 구글 코리아의 김태원 상무에게 진정성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진정성 = Value X Action X Time이다.
가치가 있는 것을(Value) 꾸준히(Time) 행동할 때(Action)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다고 여겨질 수 있다.


문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의 달인이라 불리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강원국 작가도 글쓰기가 괴롭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꾸준히 글 쓰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거기에 한 분야와 관련해 지속적인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진정성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백학쌀 닷컴의 김탁순 대표가 그렇다. 그는 자신이 누구이며, 얼마나 정성 들여 쌀을 키우고 있는지, 볍씨를 준비하는 모습부터 모내기하는 모습, 파릇파릇한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 콤바인을 몰고 들녘을 누비며 수확하는 모습 등, 자신이 하는 농사일의 모든 과정을 사진과 함께 글로 담았다. 무려 20년간 말이다. 오랜 시간 글쓰기를 해 온 그의 진정성에 많은 이들이 설득된 것이다.   


다섯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쓴다.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먼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문장으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 주어와 술어로 분명히 표현되지 않은 생각은 생각이 아니다. 그저 잡념의 덩어리일 뿐이다. 글을 쓰지 않는다면 당신은 바라볼 수도, 판단할 수도, 계획할 수도 없다.

벌써 4월이다. 어느덧 2021년의 1/4이 지났다. 매년 연초가 되면 많은 이들이 새해 목표를 정한다. 혹시 그 목표들을 지금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가? 새해 첫날만 떠올리고 지금까지 잊고 지내진 않았는가?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무언가를 알게 되면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고, 1시간 뒤에는 50%가, 하루 뒤에는 70%가, 한 달 뒤에는 80%를 망각하게 된다고 한다. 막연하게 '올해는 이것들을 해야지'라는 생각만으로는 절대 목표를 이룰 수 없다. 곧 현실에 휩쓸려 잊어버리고 살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해야 하고, 그것들을 메모해 계속적으로 되새김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의지력은 플랭크 30초 더 하는데, 야식 먹지 않는데 쓰도록 하자.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의지력이 아닌, 내가 쓴 글을 믿자.

  



최고의 리더들은 위와 같은 5가지 이유 때문에 글을 쓴다고 한다. 위의 5가지는 비단 최고의 리더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고, 옳은 판단을 내려야 하며, 자신을 알려야 하고, 무언가를 팔아야만 한다. 그리고 누구나 목표를 달성해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어 한다. 우리 모두가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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