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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pr 28. 2021

이사, 그리고 따릉이

새 술은 새 부대에. 환경이 변하니 일상이 달라졌다.

며칠 전, 이사를 했습니다. 오늘부로 딱 8일째입니다. 새롭게 정착한 곳은 한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더불어 회사와도 상당히 가까워졌죠. 새 동네로 이사 오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게는 자전거가 없습니다. 요즘 자전거 타는 게 유행이라던데, 이참에 그 유행해 동참해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비싸더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렴한 것도 있긴 하지만, 이놈의 꼴같잖은 자존심과 허세가 그런 자전거에는 눈길조차 주는 걸 용납치 않았습니다.


결국 따릉이를 타기로 했습니다. 지금껏 이용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가 있으니까요. 몇 개의 영상을 보고 나니, 금세 감이 옵니다. 다음날 출근길에 바로 실전에 임해봅니다. 어라. 그런데 이게 왠 걸요. 유튜브 영상에선 자전거 옆에 뽑는 줄이 있고, 그 줄을 꽂는 통 같은 게 있었는데, 실전에서는 영상에서 봤던 것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황했고,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인 애자일(민첩한)한 인재가 못된 저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포기, 버스로 출근했습니다.(이후에 알았네요. 몇 년 전 따릉이 사용법 영상을 봤던 것을. 회사 동료가 점심시간에 따릉이 활용법을 알려줘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트렌디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제게 오프라인 배움이 아직은 더 편하네요.)


이사, 그리고 따릉이와 함께 달라진 주말


지난 주말,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습니다. 작년 1년간 일주일에 세 번씩 달렸는데요. 처음에 1km도 제대로 달리지 못했던 제가 꾸준히 달린 끝에 하프도 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시작과 함께 1년간 힘들게 쌓았던 달리기 루틴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습관을 쌓는 건 정말 어려운데,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다시 달리기 의욕을 끌어올릴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한강 달리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한강에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모습을 가끔 그려봤습니다. 로망의 장소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달리기 의욕이 자연스럽게 뿜뿜 솟았습니다. 이사 와서 맞은 첫 주말, 바로 달리기를 하러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노들섬입니다. 매번 지하철, 혹은 버스에서 바라보기만 했었는데요. 노들섬 둘레를 달리고, 공원도 구경해보고 싶어 첫 달리기 장소로 선택했습니다. 노들섬까지 이동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당연히 따릉이 었습니다. 15분 정도 두 발을 열심히 놀려 노들섬에 도착했습니다. 따릉이를 대여소에 반납하고, 노들섬 공원과 그 둘레를 향해 걸었습니다. 아침 일찍이라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은둔형 외톨이 성향인 제게 두말할 필요 없는 최적의 달리기 장소였습니다. 간단히 준비운동한 후, 오랜만에 달렸습니다. 얼굴과 머리에 살랑거리는 바람이 기분이 좋았고, 저 멀리까지 시야를 가리는 인공 구조물이 없는 이 장소가 아주 쏙 맘에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달린지라, 금세 숨이 차더군요. 6km 달리고 가볍게 노들섬 둘레를 걸었습니다. 매번 피곤하다는 핑계로 집에서 뒹굴대기만 했던 주말이었는데요. 오래간만에 뿌듯하고 상쾌한 주말을 보냈습니다.   


따릉이와 함께 달라진 일상


따릉이로 출퇴근 한지, 4일째 됐습니다. 30일, 1시간 이용권을 끊었는데요. 비용이 고작 5천 원에 불과합니다. 출퇴근 비용을 엄청나게 TCR(악~~ 회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어휘 중 하나인데... 이렇게 좋은 단어라니. 회장님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봄이 한창인 시기라, 출퇴근길 따릉이 타며 맞는 바람은...(참 좋은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쨌든 best of best) 최고의 바람입니다.(에이콘 바람을 이렇게 불게 할 수만 있다면 정말 불티나게 팔릴 텐데요) 덕분에 하루의 시작과 끝을 상쾌하게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에는 대중교통 안에서 피곤에 쩔은, 무념무상의 상태로 쳇바퀴만 돌았었는데요. 지금은 출퇴근 시간이 가장 즐겁고 기대되는 시간이 됐습니다. 


평소 점심 먹고 나면, 동료들과 30분 정도 걷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 동료들이 모두 약속이 있어 함께 걸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난 주말, 아침 일찍 방문해 노들섬의 매장들을 보지 못했는데요. 점심시간을 활용해 잠시 노들섬에 들려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북까페인 '노들 서가'가 보고 싶었습니다. 최고의 이동수단인 따릉이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정된 점심시간이기에 카페에 앉아 책도 보고, 여유를 즐길 수는 없었지만 푸른 잔디와 넓게 탁 트인 한강을 잠시나마 볼 수 있어 풍성한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이 곧 힘이다.  


연구자 바스 버플랑켄은 상황 변화에 의해 습관이 방해를 받는 현상을 가리켜 습관 단절이라는 용어를 붙였습니다. 

익숙한 신호가 사라지면 우리는 더 이상 자동으로 반응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때로는 더 나은 개선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습관 단절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에 빠지는 순간, 비로소 기존의 신호와 그에 대한 습관적 반응에 방해받지 않고 새로운 행동을 마음껏 실험해볼 수 있다. 습관 단절은 우리를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 《해빗》, 웬디 우드 저, 다산북스 -  

환경이 변했고, 지난 1주일간 나름 뿌듯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기력하게 회사와 집을 오가기만 했던 제가, 따릉이 타며 힘찬 기운을 받아 아침저녁 시간을 보람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매번 스스로를 의지박약한 사람이라고 힐난하고 자책하고, 꾸짖기만 했는데요. 지난 1주일 동안의 제 모습은 오랜만에 칭찬해줄 만합니다. 변화된 환경 덕분에, 그것을 잘 이용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떤 긍정적 변화를 꿈꾸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환경을 바꿔보세요. 물론 환경의 변화가 이사와 같은 큰 것만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내가 마주한 환경을 조작해 보세요. 그리고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보세요. 의지를 믿지 말고, 환경을 이용해보시길 바랍니다.     


추신으로 따릉이 팁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물론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첫째, 1일권은 당일에만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일권을 구매해 당일 13 시에 사용했다면, 다음날 13시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둘째, 1시간권은 1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1시간 내의 이용을 여러 번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어제 총 4번의 따릉이를 이용했습니다. 출근할 때 1번. 점심시간을 활용해 회사에서 노들섬 갈 때 1번, 노들섬에서 회사로 복귀할 때 1번, 그리고 퇴근할 때 1번. 사용할 때마다 약 30분 정도의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1시간 이내의 이용을 계속 반복해도 무방한 것이죠.


셋째, 정액권이 정말 저렴합니다. 저는 현재 30일 1시간 권을 구매했습니다. (30일 동안 1시간 이내의 이용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이죠. 180일은 1만 5천 원, 365일 1시간 이용권은 3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용 가능한 횟수를 살펴보시고, 따릉이 정액권 구매도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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