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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Jul 31. 2021

쫄보인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요?

겁쟁이가 리더가 됐어요.부담감이.. 휴...

저는 쫄보입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쫄보입니다. 간덩이가 작죠. 여행할 때도 혹시나 모를 안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에어비엔비는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손톱 발톱 크기만한 벌레와 마주칠 때도 기겁하고 도망치죠. 설상가상으로 고소공포증까지 있어 놀이기구도 잘 타지 못합니다. 여기서 끝이면 좋은데 더 있습니다. 물을 무서워해, 아내와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도 아내 혼자 스노클링 하는 모습을 선박 위에서 지켜만 봤습니다. 다른 부부들은 바다 위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말이죠. 가끔 매체를 통해 사건, 사고 소식 등을 접할 때면, '역시 세상은 조심해야 할 것 투성이라니깐...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어' 라며 제 두려움을 합리화합니다.  


이런 쫄보 습성은 업무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진취적이거나 앞장서서 리드하는 성향이 아닙니다. 항상 한 발 떨어져 상황을 관망하고, 다수가 정한 방향에 슬쩍 숟가락을 얻을 뿐입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만들진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지만 운 좋게도 지금까지 회사에서 제 평가는 꽤 괜찮은 편입니다. 동료들과 상위직급자한테 나름 좋은 평가 등급을 받았고, 우수사원으로 선정되어 개인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일을 잘해 보이는 것일 뿐, 절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회사 생활 11년 동안, 그저 지금까지 위에서 시키는 대로, 명령하는 대로 충실하게 잘 따랐습니다.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거나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적극적으로 제 의견을 개진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시키는 것만 '예스맨'처럼 충실하게 따를 뿐이었습니다. 생각 없이 지시에 따라 일하는 게 마음 편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비록 생각이 없어도, 지시를 쫓기만 해도 별 문제없는 위치였습니다.   


프로젝트 오너가 됐습니다.        

유명한 컨설팅 회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 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제가 해당 프로젝트의 오너가 됐습니다.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을 이끌고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합니다. 눈앞이 캄캄합니다.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독려하고, 누구에게 피드백을 주고, 결정을 하고,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겁이 납니다. 


니체는 "명령하는 일은 명령받는 것보다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새삼 니체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실감이 납니다. 명령받을 때는 짜증이 나는 정도였지만, 명령(아니, 업무 도움 요청)하려고 하니 두렵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스쳐 지났던 팀장님들이 떠오릅니다. 그동안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냐'며 짜증내고 뒤에서 험담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두려움의 원천을 떨쳐내 보려 합니다.

제 두려움의 원천은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기인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야 할 것 같습니다. 


실패에 초연하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배우는 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할 일입니다. 우리 삶은 결과가 아니라 상태죠. 

- 『사장의 철학』, 안상헌, 행성 B - 


혹시나 멋진 리더가 되지 못하더라도,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지 못하더라도 뭐 어쩌겠습니까. 이러한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아닐까요? 좋은 결과물을 얻으면 물론 좋겠지만, 당연히 그러려고 노력하겠지만 결과가 아니라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프로젝트 책임자로서의, 그리고 정말 부족한 사람이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역량을 배우는 기회라고 말이죠. 


P.S

두려움을 쏟아내려고 시작했던 글이, 해보자는 의지와 다짐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역시 글에는 해결책을 발견하는 힘이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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