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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다람쥐 Aug 01. 2021

세 번째 삶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2번의 삶이 더 남았습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인 김신(공유)은 도깨비로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그는 어느 날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을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이, 유치원 아이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발견한 지은탁은, 아이들을 대신해 트럭을 막아서고 죽게 된다. 사후, 지은탁은 저승사자(이동욱)를 만나 "인간은 총 4번의 삶을 살게 된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시간이 흘러 환생한 지은탁은 도깨비를 다시 만난다. 지은탁과 도깨비, 둘 다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어,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지난번 인생처럼 서로를 찾기 위한 방황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입에 달고 사는 후회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아,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살지 않을 텐데...". 지금의 기억을 갖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이번 삶에서 저질렀던 후회를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하지만 전혀 유용하지 않은, 쓸데없는 생각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드라마에서처럼 환생에 대해 어떠한 확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던 때에는 얼른 스무 살이 돼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교복만 벗으면 내 세상이 올 거라 생각했다. 물론 처음에는 좋았다. 아직도 면허를 따서 운전을 하고, 학교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고, 처음 투표권을 행사할 때 설렜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내 지난날의 후회들이 밀려왔다. '아... 학교 다닐 때,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해둘걸. 왜 그렇게밖에 살지 못했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후회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지나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20년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이라는 나이가 됐다. 지금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20대 때를 왜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며 보냈을까'이다. 기적적으로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부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다양한 경험도, 건강 관리도, 뭐든지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절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도 후회만 할 뿐이다. 


세 번째 삶을 삽니다.

인생을 두 번째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한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안상헌 님의 『사장의 철학』이라는 책을 읽다, 위의 문장을 만났다. '인생을 두 번째 사는 것처럼 살아라'라는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금껏 인생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과거로는 되돌아갈 수 없기에, 매번 지난날을 후회한 체 살아왔다. 그런데 '두 번째 인생'이라는 말이 나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개인적으로 20살 단위로 인생에서 큰 변화가 찾아온 듯하다. 학생의 신분을 벗고, 한 명의 성인으로서 이전보다는 훨씬 큰 자유와 책임이 주어지는 시기인 스무 살, 그리고 취업과 결혼,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맞게 된 마흔 살 때가 그렇다. 스무 살과 마흔 살 때의 나는 다른 듯 하지만 실상은 비슷하다. 이 시기의 나는 과거를 회상하고, 후회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심을 한다.


이제까지 탄생과 죽음이라는 잣대로 인생은 당연히 한 번만 주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혹은 과거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면 '이번 생은 이미 글렀어'라는 생각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나 노력은 하지 않고 자포자기했던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인생이 스무 살 단위로 반복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물론 스무 살 단위는 내 기준이다.)       

 

난 이미 두 번의 스무 살 인생을 살았다. 백세 시대라고 한다. 20년 주기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고 하면 난 총 5번의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막 세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인생에서 어떤 것을 잘못했고, 후회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전과 같은 후회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매 인생마다 이전의 인생을 거울삼아 스스로 더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더 이상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지나간 두 번의 스무 살은 이전의 인생일 뿐이다. 세 번째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이전 인생과 아예 무관하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세 번째 인생은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인생은 지난 후회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노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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