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삶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2번의 삶이 더 남았습니다.

by 달빛한줌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인 김신(공유)은 도깨비로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그는 어느 날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을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이, 유치원 아이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발견한 지은탁은, 아이들을 대신해 트럭을 막아서고 죽게 된다. 사후, 지은탁은 저승사자(이동욱)를 만나 "인간은 총 4번의 삶을 살게 된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시간이 흘러 환생한 지은탁은 도깨비를 다시 만난다. 지은탁과 도깨비, 둘 다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어,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지난번 인생처럼 서로를 찾기 위한 방황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입에 달고 사는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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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말을 한다. "아,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살지 않을 텐데...". 지금의 기억을 갖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이번 삶에서 저질렀던 후회를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하지만 전혀 유용하지 않은, 쓸데없는 생각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드라마에서처럼 환생에 대해 어떠한 확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던 때에는 얼른 스무 살이 돼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교복만 벗으면 내 세상이 올 거라 생각했다. 물론 처음에는 좋았다. 아직도 면허를 따서 운전을 하고, 학교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고, 처음 투표권을 행사할 때 설렜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내 지난날의 후회들이 밀려왔다. '아... 학교 다닐 때,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해둘걸. 왜 그렇게밖에 살지 못했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후회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지나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이기 때문이다.


또다시 20년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40이라는 나이가 됐다. 지금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20대 때를 왜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며 보냈을까'이다. 기적적으로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부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다양한 경험도, 건강 관리도, 뭐든지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절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도 후회만 할 뿐이다.


세 번째 삶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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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두 번째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지금 당신이 막 하려고 하는 행동이 첫 번째 인생에서 그릇되게 한 바로 그 행동이라고 생각하라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안상헌 님의 『사장의 철학』이라는 책을 읽다, 위의 문장을 만났다. '인생을 두 번째 사는 것처럼 살아라'라는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금껏 인생은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과거로는 되돌아갈 수 없기에, 매번 지난날을 후회한 체 살아왔다. 그런데 '두 번째 인생'이라는 말이 나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개인적으로 20살 단위로 인생에서 큰 변화가 찾아온 듯하다. 학생의 신분을 벗고, 한 명의 성인으로서 이전보다는 훨씬 큰 자유와 책임이 주어지는 시기인 스무 살, 그리고 취업과 결혼,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맞게 된 마흔 살 때가 그렇다. 스무 살과 마흔 살 때의 나는 다른 듯 하지만 실상은 비슷하다. 이 시기의 나는 과거를 회상하고, 후회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심을 한다.


이제까지 탄생과 죽음이라는 잣대로 인생은 당연히 한 번만 주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혹은 과거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면 '이번 생은 이미 글렀어'라는 생각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나 노력은 하지 않고 자포자기했던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인생이 스무 살 단위로 반복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물론 스무 살 단위는 내 기준이다.)


난 이미 두 번의 스무 살 인생을 살았다. 백세 시대라고 한다. 20년 주기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고 하면 난 총 5번의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막 세 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인생에서 어떤 것을 잘못했고, 후회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전과 같은 후회를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매 인생마다 이전의 인생을 거울삼아 스스로 더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더 이상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지나간 두 번의 스무 살은 이전의 인생일 뿐이다. 세 번째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이전 인생과 아예 무관하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세 번째 인생은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인생은 지난 후회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노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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